“해외 동포는 귀중한 자산”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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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 국민이 아니라 한민족이란 개념이 어느 대보다 절실하다. 국민 · 국적의 범주를 고수할 대 해외 동포는 설자리를 잃고 만다. 한민족이란 새로운 인식으로 그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이광규 교수를 비롯한 인류학자들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5백만 해외 동포가 더없이 귀중한 자산이라고 말한다(위 도표 참조).
 이교수는 이미 2년 전에 펴낸 《세계 속의 한민족 선택받은 한민족》(우리문학사)에서 위와 같이 강조한 바 있다. 이 저서는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세계화 시대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살아남는 지름길이 해외 동포들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순 교수도 해외 동포 활용론을 적극 주장한다. 상대방 문화를 모르고선 협상을 할 수 없다. 이를테면 미국인은 공평성을 중시하는 데 견주어 한국인은 의리를 앞장세운다. 미국이나 일본을 잘 아는 것 같지만, 한국처럼 미국이나 일본에 무지한 나라도 드물다. 김교수는 “해외 동포는 현지 문화에 익숙할 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한국보다 더 잘 간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 동포는 더없이 협상 실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동포는 외교관이요, 외판원이며 홍보관이다. 해외 동포는 세계화 시대에 더 없이 소중한 무기이며 선생이다”라고 이광규 교수는 밝혔다. 일본에서 배울 것은 재일 동포를 통해, 미국은 재미 동포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 견주어 일본은 해외 동포가 거의 없다. 일본 기업인들은 한때 옛 소련에 거주하는 한인 사회에 한글로 된 잡지를 내준 적이 있다. 한인들을 통해 옛 소련 시장에 침투하려는 저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정부는 해외 동포라는 세계화의 교두보를 적극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김중순 교수는 “이번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대 대표단 30명을 구성할 수 없었다. 영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왜 해외 동포를 활용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안타까워했다. 갈수록 국경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는데 한국처럼 국경 · 국적 문제에 매달리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제 한국인은 ‘한국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더 폭넓게 정의해야 한다고 김교수는 강조한다.

 문화 세계화에 있어서도 해외 동포는 귀중하다. 모국어를 배우러 한국을 찾는 해외 동포 2세들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번역자 · 안내자가 충분히 될 수 있는 것이다. 영어권은 물론이고 중국 · 러시아 · 일본 · 유럽 · 남미 등 한국 동포가 없는 지역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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