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으로 온 ‘고르비의 한국어 입’
  • 편집국 ()
  • 승인 199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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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 대한민국 주재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맹 대사관에 참사관으로 취임한 아만겔드 이르게바예브씨(49)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한국어 쓰는 사람을 만날 떄마다 그의 귀와 입을 대변해주는 한국어 전문 통역을 맡아왔다. 김영삼 정주영씨를 포함하여 모스크바를 방문한 남북한 인사들과의 회담에서는 물론, 90년 12월(모스크바)과 91년 4월(제주도) 한 ·소정상회담에서도 통역을 맡은 바 있다.

66년부터 80년까지 북한 주재 소련대사관에서 외교관 일을 해온 이르게바예브씨가 한국어를 처음 배운 것은 59년 6년제인 모스크바종합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처음엔 배우기가 어려워 싫은 생각도 있었으나 한달쯤 지나자 정이 들었다”고 회고하며 자신의 성 첫자를 따 한국 성씨와 연관지어 ‘이참사관’이라고 직함을 만들어 밝히는 재치를 보여주었다.

90년 4월 모스크바에서부터 《시사저널》을 정기구독해왔다고 밝히는 그는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근무하며 느낀 남북한간 언어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남한의 한국어에는 영어가 너무 많이 섞여 있습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말다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소련어는 물론 한자말까지도 순수 한글로 대체해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3국인의 입장에서 볼 대 두 지역의 말은 각기 방언일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한국어라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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