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주범’은 정부 정략 사업
  • 김상종 (편집자문위원·서울대 미생물학 교수)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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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환경 정책의 근간은 ‘개발과 보전의 조화’라고 볼 수 있다. 80년에 발족된 환경청이나 현재의 환경처가 모두 이를 기본적인 환경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동안에도 우리 국토는 더욱 병들어 강·공기·바다·땅 등 그 어느 것 하나 걱정 안해도 될 곳이 없다. 이제는 ‘공해에 가장 강하다는’ 사람조차도 더 이상 이 땅에서 쉽게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 반작용으로 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 운동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민 운동은 정부나 기업에 대한 감시자 역할이나 시민 스스로 생활 개혁 운동을 이끌어 내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 운동은 아직 초보 단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비민주적인 정치 풍토에서는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환경 보전 사업은 다양한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데다 그 규모의 방대함 때문에 공공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 환경 부처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오염이 가속화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대규모로 자연이 파괴되는 현상은 주로 정부의 대형 개발 사업에 의해서 일어난다. 국토 관리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성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략적인 목적으로 결정하여 시행해 그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켜 왔다. 대통령 공약 사업이라 하여 무리하게 추진된 신도시 건설의 예만 보더라도 수도권을 오히려 비대화시켰으며, 대도시 주변에 늘려야 할 녹지는 오히려 줄여버려 환경 문제만 더욱 악화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신공항 건설 계획 즉시 중단해야

 또 ‘상수원 특별 보호 대책 지역’으로 지정한 팔당호에서 ‘주택 2백만호 건설’ 공약 사업의 추진을 위해 골재 재취 허가를 내주기 위한 명분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 환경처의 처사는 환경 행정 주체 부서로서 전문성·일관성 결여를 적나라하게 노출하여 정부에 대한 불신감 뿐만 아니라 학자들 사이의 불신감만을 조장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정부는 평소에 인구 분산 방안을 주요 과제로 삼던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자들에게 수도권 인구 집중을 심화시키는 신도시개발이라는 논제를 긴급 정책 과제로 연구토록 하여 국토 관리 정책에 역행했을 뿐만 아니라 고급 두뇌들에게 목적 의식을 상실케 하고 무기력증에 빠지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였다.

 이렇게 한가지 개발 사례만 보더라도 졸속으로 기안·검토·시행된 개발 정책으로 일어난 결과는 회복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생각을 사회 구석구석에 심어주었다.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누구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이제까지의 많은 시행 착오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또 다른 대형 개발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어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이른바 ‘수도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89년 1월 교통부의 업무 보고로 시작되어 90년 6월에 건설 입지를 영종도로 확정하였다. 곧 이어 조석 관측 용역·기본설계·환경 영향 평가 등 후속 작업이 급히 진행되어 9월에는 건설공사에 착수한다. 본공사에만 3조원이 넘는 거금이 들고 1천7백만평이라는 토지를 필요로 하는 세기적 대형공사를 불과 3년반 만의 준비 기간 끝에 착공하는 초고속성을 보이고 있다. 이 짧은 시간에 일방적으로 정해진 목표와 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보고서를 급히 작성하는 것 외에 무엇을 얼마나 제대로 검토할 수 있었을까.

 간석지는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완충 지대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 간석지는 해양의 자정 작용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 수도권 일대에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이 직접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천연의 폐수 처리장 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환경 정화 기술이 많은 나라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 간석지는 생물학적으로 생산성이 매우 높은 특이한 생태계로 지난 ‘리우회의’에서 ‘생물종다양성 보호협약’이 체결된 이후 이에 대한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국제적인 동향과는 달리 1천7백만평이라는 방대한 면적을 매립해 스스로 생물 자원의 보고를 말살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대형 공사는 백지화해야 마땅하다.

 건강한 환경을 가꾸기 위해서는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불도저식의 군사 문화 잔재를 청산할 수 있는 인물을 차기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의무가 우리들에게 있음을 새삼 재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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