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붕괴가 폭력 자극한다”
  • 뉴욕.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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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포 인권 지키는 행콕 변호사 / “청소년 범죄는 한인 사회 성숙 위한 진통”

프랭크 행콕(48) 변호사는 한인 교포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미국인이다. 12년 동안 검사로 일한 그는, 같은 미국인들의 질시와 모멸 속에서도 한인이 관련된 사건을 많이 변론하고 있다.

처음 한인 범죄의 변론을 맡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죄목과 죄질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아주 많다. 7~8년 전 내가 처음 한인 변론을 맡았던 사건이 거의 대부분이 한인 윤락녀 문제였다. 그때는 한인 범죄라고 해보았자 고작 음주운전 아니면 윤락녀 문제였다. 지금까지 윤락녀 변론만 해도 대략 3백 건을 맡았다. 그런데 지금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대부분 청소년이고 범죄 양상도 매우 흉폭하고 잔인하다.

변화한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는가?
한인 청소년의 범죄만 그런 것이 아니고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범죄 양상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의 범죄에는 총기 관련 사건과 폭력이 많다. 그런 양상을 한국 교포 청소년들이 따라갈 뿐이다.

그런 양상을 갖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가?
폭력을 자극하는 요소가 너무 너무 많다. 도처에 폭력성을 띤 할리우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거기에 비디오 영화가 한술 더 뜬다. 마약도 여기저기서 범람한다. 거기에다 가족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가족의 붕괴라니 무슨 뜻인가?
한국도 점차 핵가족이 대세를 이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핵가족에서 중고생 자녀들을 또 유학 보낸다. 핵가족마저도 흩어지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 좋은 학교 다닌다고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느냐. 먼저 가정이 있고, 그리고 난 다음에 학교와 학벌이 있는 게 아닌가.

한국인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일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게 돼 있다.

한인 교포들의 자녀나 유학생들이 갱 집단을 형성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갑자기 낯선 환경에 떨어진 청소년들은 반드시 ‘문화적.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지역이나 무리(cultural comfort zone)’를 찾게 돼 있다. 그것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데서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른 소수 민족 무리와 대응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인 소년 하나가 맞으면 보복을 하고, 그러다가 갱 집단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한인 범죄를 다루는 미국 검찰에 특별한 선입견이나 차별 대우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
검사로 일할 때 내 상사(부장검사)가 동양인의 범죄를 다루면서 ‘쓰레기들은 다 쫓아내야 한다’고 사석에서 말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피고의 유죄가 확실하게 인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전제가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이런 헌법 정신이 동양인 범죄에 철저하게 준수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한인 사회에 할 말이 있다면?
시간이 좀더 흐르고 한인 사회가 성숙하면 범죄 문제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인 청소년 범죄만이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 한인 사회가 뻗어나가기 위한 필요악이자 진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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