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언어’로 쓴 미래 사회
  • 한동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
  • 승인 199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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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과학기술사

청년과학기술자협의회 지음
한길사 펴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사외 발전의 기반인 과학기술을 몇몇 천재들만의 활동영역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은 정밀하고 전문적인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의 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은 몇몇 천재만의 활동무대가 아니라 많은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의 열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과학기술자들이 한해에 10만명 이상 배출되고 있으며, 경제활동 인구의 10% 정도에 이르는 매우 큰 집단이다. 또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성장할 집단이다. 이들은 이전의 지식인 집단과는 달리 생산적 노동을 담당하는 노동집단이며, 경제활동으 핵심기반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진보적이고 생산적인 노동을 수행하는 과학기술자들의 요구를 하나로 모아 발전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목적 아래 결성된 청년과학기술자협의회가 각 회원들이 노동현장과 대학에서 겪은 과학기술노동의 생생한 경험과 과학적 인식을 기바으로 해서 출판한 책이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이다. 이 책은 딱딱한 언어로 기술돼 있고, 기초지식 시리즈의 특성상 원고지 30~40매 분량으로 간략히 서술돼 있지만 다른 어떤 과학기술서보다 광범위하고 생생한 현실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과학과 철학’이라는 주제의 1부와 ‘과학기술과 사회’라는 주제의 2부에서는 과학기술의 철학·역사·사회적인 면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과학혁명, 산업혁명, 19세기의 과학과 생산의 접목, 과학 기술혁명 순으로 기술된 부분은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직접적 생산력으로서 하나의 몸체가 돼 현대의 과학기술혁명을 이끌었는가를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부와 4부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과학기술자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현실에 기초한 새로운 실천의 전망을 주제로 한 내용들로, 이러한 문제를 다룬 국내 최초의 저술이다. 이를테면 서구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의 활동을 우리와 비교 검토해, 우리의 과학기술자 스스로 생산적 노동능력을 향상시키고 기업내 민주주의를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과학기술자들의 경제적 요구가 실현되며 진보적 생산대중으로서 자기인식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과학기술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어떻게 권익을 확보하는가, 동시에 어떻게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적 임무와 역할을 실천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역사와 전망을 기술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과학기술이 지접적 생산력으로 전환된 이후, 새로운 현실을 바탕으로 펼쳐질 지식인 활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사회에 대한 인식은 깊지 않지만, 과학기술이라는 현대사회의 핵심적 부부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넓은 사회인식을 확보하고 실천하려는 과학기술자들의 현실적 고민에 바탕하여 서술되었다. 따라서 서술이 현실의 일반적인 부분보다 앞서나갈 수도 있고, 한 부분의 시각으로 편중돼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세계는 앞으로 맞이하게 될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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