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으로 달려가는 그림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199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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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첫 개인전 여는 캐릭터 아티스트 강우현씨

캐릭터 아티스트 강우현씨(45)가 겹경사를 맞았다. 동야인으로는 처음 칸 영화제 포스터(비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제작을 맡은 그는 영화제측의 공식 초청을 받고도 칸에 가지 못했다. 첫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멀티 캐릭터 아트전(5월27일~6월2일·공평아트센터)’, 디자이너 생활 18년을 중간 결산하는 대형 전시회다. 그는 자신의 다양한 작업을 아우를 만한 마땅한 용어가 없어 ‘멀티 캐릭터 아트’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었다.

 강우현씨의 이력은 다체롭다. 동화 일러스트·캐릭터 디자인·먹 드로잉 회화를 두루 섭렵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동영상 회화에까지 도전한다. 그가 세상에 이름을 내기 시작한 것은 동화 일러스트를 통해서이다. 87년 일본 동화 <사막의 공룡>으로 일본 노마 국제일러스트레이션 원화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판다 곰 캐릭터인 싱싱·랑랑·장장을 개발한 공로로 중국 정부로부터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그는 미국볼링협회 로고 등 해외의 각종 이미지 통일 작업(CI)을 수주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의 디자인은 종이나 캔버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공군 곡예 비행단을 위한 디자인을 내놓았는데, 공군은 그의 ‘그림’을 하늘에 옮겼다. 비행기를 붓 삼아 행위를 디자인한 셈이다.

 그의 활동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운동으로도 확장되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을 주도하고, 재생지로 책을 만들자고 외치며, 부모가 직접 그린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자고 나선 것 등등.

 요즘 강우현씨는 확장을 멈추고 집중을 택했다. 그의 목표는 그림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내 그림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작품은 지하철 벽화로도, 테이블보 도안으로도, 스카프 디자인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실의 한복판에 선 그는 자연과 우연에 몸을 내맡긴 여유로운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발묵(發墨)의 오묘함을 보여준다. 한지와 켄트지를 붙이고 그 위에 물과 잉크를 떨어뜨려 번지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칸 영화제 포스터도 이 기법으로 그려 동양적인 느낌을 뿜어낸다. 도올 김용옥은 이렇게 말했다. “강우현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물로 그린다. 그가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물이 그렇게 한다.”
魯順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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