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력 차이 커 통합에 10년 이상 소요”
  • 워싱턴 · 변창섭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9.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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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마커스 놀란 박사 인터뷰

남북한이 경제 통합을 실현할 경우 북한이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 점이 특히 눈에 띄는데….
그렇다. 그 이유는 북한이 쌀 · 밀 · 옥수수 같은 기본 곡물 생산 부문에서 비교 우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히려 광산물과 일반 제조업 품목에 집중해 이를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남한 · 일본 · 중국이 다 그렇게 한다. 북한이 추운 산악 지역에서 곡물을 생산해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때문에 북한이 남한과 경제 통합을 통해 교역을 늘려 외화를 벌어들인 뒤 이것으로 외국에서 곡물을 수입해 올 수 있는 것이다.

남북 간에 관세 동맹을 체결할 것을 주장했는데 그 근거는?
관세 동맹을 맺는 목적은 교역 당사국 간에 무역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러나 관세 동맹을 맺은 두 나라 이외의 제3국과는 관세율을 유지한다. 남북한의 경우 관세 동맹을 맺으면 서로 간에는 관세가 없지만, 다른 나라와 교역할 때는 현재 남한이 적용하는 관세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관세 동맹이 맺어지면 특히 북한 경제가 엄청난 혜택을 볼 것이다. 북한은 비교 우위에 따라 남한은 물론 제3국과의 교역에서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반적으로 북한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며 식량난도 이겨낼 수 있다.

남북한이 단일 화폐를 갖는 것이 왜 중요한가?
유럽의 단일 화폐를 생각해보면 된다. 경제를 통합하려면 제일 먼저 관세 동맹부터 맺어 자유 무역을 실현해야 한다. 그래서 교역에 걸림돌이 되는 관세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 다음 화폐 통합이란 남북 모두에서 통용될 화폐가 창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경우 그 화폐 가치는 국제 시장에서 결정된다. 마치 오늘날 남한의 원화 가치가 국제적으로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남북하에는 하나의 통일된 화폐가 통용되며, 이 통일 화폐의 환율은 전적으로 국제 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설령 관세 동맹과 화폐 통합이 이루어져 남북한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다 해도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이동할 만한 인센티브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설령 경제 통합이 되어 북한의 전산업이 발전해도 북한에는 북한 주민의 남한 이동을 막을 규제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남북 경제 통합에 얼마나 걸리리라고 보는가?
빠르면 빠를수록 남북한 모두에 좋다. 그러나 내년에 시작한다 해도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북한의 왜곡된 경제 구조 때문이다. 설령 정치 환경이 경제 통합을 촉진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경제 통합을 빨리 이루기에는 남북한의 경제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다.
워싱턴 · 卞昌燮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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