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에학을 통해 읽는 ‘인간사’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1999.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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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원에학을 통해 읽는 ‘인간사’

인재(仁齎)강희안(姜希顔)은 <고사관수도 (高士觀水圖)>로 잘 알려진 조선 초기 화가다.하지만 그가 생전에 화로를 무척 좋아하여 집에서 정성을 들여 화초를 가꾸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원예서를 남겼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아는’정도였다. 그잭이 다름 아닌<양화소록(養花小錄)>이다. 언제 쓰였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소나무·오반죽(또는 오죽) · 국화등 열일곱 가지 꽃·나무 ·괴석의 특성고 재배법을 아기자기하게 설명한 <양화소록>이 한 신생 출판사의 정성 어린 손길에 힘입어 새롭게 치장하고 서벙에 나왔다.

 <양화소록>은 이름 그대로 ‘호초를 기른 작은 기록’이지만, 단순한 운에서가 아니다. 단종 복위 운동에 연루되기도 했던 강희안이 칼바람 부는 정치상황을 겪으면서 깨달은 인간사의 이치를, 화초를 기르면선 터득한 자연의 이치에 담아 펴낸 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은 조선조 초기 선비들의 은일자적(隱逸自適)하는 내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주석을 꼼꼼히 단 우리말 번역 외에, 우리꽃 사진가 김태정씨의 생생한 사진을 곁들여 ‘읽는 맛’과 함께 ‘보는 맛’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마다 말미에 간략한 식물학적 해설까지 덧붙여 이 책은 심심할 때 들춰볼 수 있는 작은 원예학 백과 사전 노릇도 한다.

 

상식 깨뜨리는 <금강경> 강의

도올 김용옥씨가 지난7월 한 달 동안 도올서원에서 재생(齋生)을 상대로 행한 ‘불경 가의’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책 이름은 <금강경 강해>.동서양 지성사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고금의 사상에 따로 경계를 두지 않는 지은이가 ‘30년 전 천안 광덕사 화장실에서 우연히 눈길을 준 뒤 언젠가는 한번쯤 독파하리라’ 마음 먹었던 <금강경>을 해설한 책이다.

 <금강경 강해>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점은 지은이 특유의 자신 있는 언설을 동원한 ‘상식 깨뜨리기’다.<금강경>은 원래 소릉(小乘) 불교와 관계 있는 선종(禪宗)의 ‘소의경전(所衣經典·의지하는 바의 경전)’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금강경>을 ‘대승(大乘)의 출발점’이라고 단언한다.

 지은이는 <금강경>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와 신앙에 대한 기존 통념도 여지없이 해체해 버린다. ‘믿어야만 종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종교가 될 수 있다’‘종교의 주제는 신학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은이는 이를 통해 종교가 지나치게 교리와 제도에 집착할 경우 제도에 질식당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해설이 끝나는 부분에서부터 이 책의 본래 목적이라 할<금강경>강해가 시작되는데, 풍부한 발상과 명쾌한 해설이 도올이 파악한<금강경>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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