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와 영감이 흐르는 땅
  • 세도나. 강용석 편집위원 ()
  • 승인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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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쉼터’ 미국 세도나 현지 취재 / 전세계 종교.면상 단체 속속 입성

 세도나의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있다. ‘세도나를 처음 찾는 사람의 입에서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아마도 잠을 자는 중이다’라고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세도나까지 가는 17번 프리웨이 양켠으로는 2시간 내내 사막 특유의 단조로운 풍경이 계속된다. 하지만 179번 국도로 들어서는 순간 관광객들은 한동안말을 잊는다.

 서부 영화에서나 본 듯한 붉은 색의 거대한 산봉우리를 보고 있노라면 아름답다는 표현을 넘어 경이롭다는 생각이 말려든다. 여기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이 남성적이고 시각적이라면 세도나는 여성적이고 감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인구 만 명인 이 시골 도시를 찾는 관광객이 1년에 3백만이 넘는다.

 기자가 도착한 2월20일 세도나에는 평소의 사막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꽤 굵은 빗방울이 뿌리고 있었다. 촉촉이 젖은 땅에서 피어오르는 땅의 기운, 그것은 분명 안개였지만 어쩌면 기(氣)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도나는 예술가들이 몰려 사는 예술의 메카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60쪽 상자 기사참조), 세도나는 또 웅장한 미(美)의 땅이기도 하다. 수백만년에 걸쳐 바람이 조각한 자연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다. 특히 태양 각도에 따라 색깔이 수시로 바꾸는 붉은 암벽(Red Rock)은 세도나 절경의 극치이다. 붉은 암석들은 모양에 따라 코끼리.종.커피잔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다. 가장 유명한 암석은 서부극에 자주 등장하는 캐시드럴 록이다.

특별한 수련 없이도 기 느낄 수 있어
 세도나는 예술가뿐 아니라 대자연에서 신비한힘을 찾고자 하는 ‘도사’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세도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기’다. 왠지 세도나라는 마을과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은 그런 첫인상, 감성이 발달한 사람은 세도나의 풍경이 눈에 확 들어오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단다. 예로부터 기의 존재를 믿어온 많은 현인들은 기라는 우주 에너지를 어느 특정 지역에서 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한국에서 도를 깨치려는 도인들이 지리산이나 계롱산같이 지세가 좋은 곳을 찾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기 전문들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 기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 스물한 군데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21개 볼텍스(Vortex.지구 에너지의 자리) 가운데 4개가 밀접한 고이 바로 세도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특별한 수련 없이도 기를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세도나에 들어서자마자 괴성을 지르거나 환상을 보는데, 이는 기의 작용과 큰 연관이 있다.

 세도나 입구에 있는 종처럼 생긴 벨 록, 성당 모양을 한 캐시드럴 록, 정상이 평평해 비행기  활주로로도 쓸 수 있는 에어포트 록, 보인튼 캐니언이 유명한 4대 볼텍스이다. 벨 록.캐시드럴 록.에어포트 록이 음양의 기운 가운데 하나만 분출하는 반면 보인트 캐니언은 두 가지 기운을 함께 분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설명이 없더라도 이곳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음양의 기운이 잘 조화된 곳임을 알 수 있다. 사막이라는 음적인 기운에 하늘로 치솟은 나무와 암벽은 양적인 기운을 담고 있다. 암벽 가운데에는 남자 성기 형상을 한 것도 있다. 이곳의 나무를 자세히 사려보면 기가 흐르는 방향으로 자라는 나무도 꽤 있다.

 기가 춘만한 곳이다 보니 한국 등 동양의 기수련생들이 성지처럼 방문한다. 초보자라도 특별한 기술 없이 기수련을 할 수 있다. 암벽 위에 올라 정신만 집중하면 된다. 그것도 귀찮으면 그냥 누워서 잠만자도 된단다.

 느끼는 현상은 사람에 따라 틀리나 몸이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고, 진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몸의 기가 많이 열린 사람은 더 빨리 더 많이 느낀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도 ‘수련’위해 찾아와
 이 곳 흙은 뻘겋다. 과학적으로는 철분이 많다는 얘기지만 기 전문가들은 이를 달리 해석한다. 빨간 흙에는 불(火)의 기운이 있으며 불의 기운은 사악한 기운을 없애는 자연 정화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좋은 기운이 넘치다 보니 세계 각국의 종교.명상 단체가 이곳에 속속 몰려들고 있다. 한국 전통 기 수련단체인 단학선원에서부터 인도의 요가.각종 교파와 종교등 영적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든다. 재미있는 것은, 라스베이거스의 프로도박사들도 이곳에서 세미나를 자주 열며 자아 통제에 힘쓴다는 것이다.

힌구 만 명에 불과한 이 시골 마을에 교회만 100여 개가 들어서 있다. 그밖에 다양한 신흥 종교까지 합치면 인구당 종교 단체가 가장많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라마교의 살아 있는 신 달라이 라마를 섬기는 사원도 곧 들어설 것이라고 하니 이곳이 얼마나 종교적 활력으로 넘치는지 짐작할 만하다.

화춘 꿈꾸는 돈많은 노인들 ‘북적’
 우주 에너지가 충만한 세도나에는 기수련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회춘을 꿈꾸는 돈많은 노인들이 꽨 많다. 이곳에서 기 수련장 ‘단 센터’를 운영하는 양현성 사범은 “기수련과 명상을 하는 노인 단원들이 꽤 되는데, 노인 수련생 거의전부가 효과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볼텍스와 달리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에어포트록에는 명상을 wmf기는 사람이 많았다. 모두가 신선이 된 듯 한 표정으로 세도나의 기운을 빌려 우주와 교감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사이버 종교쯤으로 치부되는 뉴에이지 문화 운동도 이곳에서 자리 잡았다. 뉴에이지 문화 운동가들은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강해 ‘핍박’을 받고 있는데, 세도나 한복판에서 당당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기와 물이좋고 자연의 에너지가 항상 살아 움직이고 있지만, 한 가지 흠이라면 물가와 집값이 비싸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생활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보통 집 한 채 값이 40만 달러가 넘는다고 보면된다.

 세도나에는 자연을 구경하러 가지 말고 느끼러가야 한다. 그리고 생각하러 가야 한다. 마음을 활짝 열고 간다면 세도나의 에너지는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세도나에는 웅대한 분위기도 있고 아름다움도 있지만, 표현하기 힘든 야릇한 무엇인가가 있다. 그래서 도심 문명에서 채우지 못한 영적 허기를 채워 보려고 도시인이 몰려드는 것이다.   
세도나. 姜龍錫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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