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주변에 정치승 너무 많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7.3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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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 스님,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 사퇴 주장해 ‘논란’

 
“이제 이쯤 해서 지관 총무원장 스님은 원장 자리를 마무리하고 용퇴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당신 본연의 자리인 학자로 돌아갔으면 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이하 실승) 공동대표로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쳐온 효림 스님이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에게 한 방 날렸다. 효림 스님은 <법보신문>과 <주간불교>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관 총무원장의 용퇴와 총무원장 주변의 이른바 ‘정치승’들을 강력히 비판했다.

서울 상도동 사자암 주지인 도각 스님이 “새로운 분규를 일으키고 종도를 불안에 빠뜨리는 이런 발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불교계에서는 효림 스님의 문제 제기를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불교신문사 사장을 지낸 효림 스님의 비판은 직설적이다. ‘지관 총무원장 스님은 본인의 허점과 약점이 주변과 정치승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누구에게 업혀서 가고 있으며 그들이 종단 안팎에서 어떤 평판을 받고 있는 인물들인가 하는 것도 한번 살펴보시라’ ‘종단에서 부처님의 피를 핥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매우 엽기적인 짓을 하는 사람들조차 보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라는 식이다.

효림 스님의 문제 제기는 개인적 차원이다. 그는 “글에 쓴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관 총무원장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들을 주변에 포진시켜야 한다. 그래야 종단의 여러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승측도 효림 스님의 ‘돌출 행동’에 조직적으로 호응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계종에 이상 기류가 흐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본사 주지 선거를 놓고 소송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문중이나 종책 모임별로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경우도 있다. 총무원의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지역에서 문제가 속속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금강회·실승의 8월 모임에 이목 집중

 
조계종의 한 소식통은 “지관 총무원장은 학승으로 이름이 높지만 조직 장악력이나 조계종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데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총무원 주변에서는 원장 측근들이 모든 일을 처리한다는 말이 무성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책 모임인 금강회와 실승이 8월2일 모임을 갖기로 해 주목된다. 사회의 국회에 해당하는 조계종 종회는 보림회·금강회·화엄회·일승회 등 네 개의 종책 모임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화엄회·일승회가 전임 총무원장 시절부터 ‘총무원 집행부’와 가까운 모임인데, 실승이 이탈하는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금강회와 실승은 현 총무원 집행부가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불교계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집행부를 바꾸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총무원장을 직접 공격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지관 총무원장이 현재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조계종 내에 일고 있는 이런 흐름은 10월말쯤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종회의원 구성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종회의원은 “8월 중순부터 활발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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