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선점하라” 장외 공방도 ‘후끈’
  • 서종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03 1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 주자들 논쟁 가세…“유지” “수정” 대결 팽팽

 
3불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의 갈등이 정치권·시민단체 등 ‘장외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대선 정국이라는 특수 상황과 맞물려 대선 주자들 간의 이념 색깔을 드러내면서 지지율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3불 정책 재검토’를 요구한 데 반해, 범여권에서는 ‘고수 입장’을 밝혔다. 대선 주자별로는 ‘폐지’ ‘본고사·기여입학제만 도입’ ‘유지’ 등으로 크게 갈렸다. 시민단체들도 ‘폐지’와 ‘유지’로 양분되는 가운데  전교조가 3불 정책을 어긴 대학에 대해 엄중 조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가에서는 3불 정책의 존폐 여부가 지난 30여 년 이어져온 평준화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인 만큼 앞으로 대선 후보들 간 정책 대결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나라 “폐지하라” 범여권·민노 “유지해야”:지난 3월22일 사립대학 총장들의 폐지 요구에 교육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가장 먼저 총대를 멘 것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튿날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3불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 중 하나이다. 평준화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이 나라의 교육에 미래와 희망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한나라당의 입장은 진리의 상아탑이자 최고의 학문 기관인 대학의 입시 완전 자율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고교 평준화 틀을 유지하되 다양화·특성화로 고교의 자율성을 대폭 신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본고사 부활을 막는 이유 중 하나가 사교육비 절감인데 노무현 정부 4년간 사교육비는 오히려 40%나 증가했다”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3불 정책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원래 목표에 다가가지 못했고 외려 공교육 불신과 입시제도의 불편함만 가중시켰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범여권은 즉각 반격의 날을 세웠다. 지난 2004년 4·15 총선 당시 3불 정책 유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열린우리당은 “교육 평등화를 위해 유지 기조는 지속돼야 한다”라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혜석 대변인은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허용시 가중될 중산층, 서민, 학부모, 초·중·고교생들의 과중한 과외 부담, 특히 강남 학군 대 비강남 학군 차별화가 주는 강북 등 지방 학생들의 상실감이 가중될 것이다. 기여입학제 허용으로 촉발될 계층 간의 경제적 위화감 조성 등 현실적으로 닥칠 수밖에 없는 많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제6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봉주 의원은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인 3불 정책을 대학이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선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자세”라면서 “우리는 3불 정책 정면 부정에 대해 교육의 최소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정면으로 맞서겠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3불 정책 유지가 당의 기조”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대입 본고사 도입 문제는 “과거의 폐해에 대한 제도적 예방 장치가 마련된 후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지금 3불 정책의 변경을 시도한다면 국민 정서, 그리고 교육 질서 전반에 심각한 논의를 야기한다고 생각한다. 교육 전반의 문제를 국민의 공감하에서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사회협약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은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사교육비를 줄여야 돈 없어도 능력만 있으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개천에서 용 났다’는 희망이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본고사 부활과 지역 간·학교 간 교육 불균형을 심화시킬 고교등급제는 절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3불 정책은 우리 교육이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우리 사회는 신귀족 사회로 나아갈 것이고,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3불 정책 법제화를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영길 의원도 논평을 통해 “대학의 3불 정책 폐지 주장은, 입학은 입맛대로 교육 투자는 안 하고 졸업은 쉽게 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오히려 서울대 독과점을 폐지하고 국공립 대학을 통폐합하며 대학을 평준화하는 정책을 대안적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선 주자들 의견 제각각:교육 정책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대선 주자들도 논쟁 대열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당론대로 3불 정책의 근본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본고사 실시 여부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며 기여입학제는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한 후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라며 “고교등급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경쟁적 요소를 도입해 고교 교육의 다양화를 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은 “최대한 학교측의 자율에 맡기고 경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한 후 “본고사 부활 문제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게 순리이며 기여입학제는 전액을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쓴다는 조건하에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폐지’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는 것과 달리 범여권 주자들은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우리 사회가 교육 기회의 양극화, 직업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실정을 감안하면 3불 정책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김근태 전 의장측도 3불 정책에 대한 지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부분 수정’을 거론했다. “대입 본고사는 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고교등급제는 부분적 보완이 필요하며, 기여입학제 금지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는 입장이다.
새로운 여권 대선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대학이 어떤 학생을 뽑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재차 밝히면서 “다만 서울대는 국립대인 만큼 기여입학제는 아직 도입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전교조 “폐지 불가” 한목소리:노무현 대통령은 과학기술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3불 정책 폐지를 요구하는 대학들을 향해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지 않고 잘 뽑기 경쟁을 하려 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대통령은 이어 “평준화 과정에서 공부한 한국의 20, 30, 40대의 경쟁력이 중·고교생에 비해 떨어지는가”라며 “3불 정책의 핵심인 본고사 금지가 풀리면 항구적으로 가난이 대물림된다. 초·중등학생부터 입시 경쟁에 몰아넣어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퇴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도 확고한 폐지 불가 입장이다. 정진화 위원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3불 정책 폐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계층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득권층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낳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