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DJ당’ 창당이 범여권의 결론인가
  • 김 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4.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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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합집산=과거 회귀' 가능성 많아

 
아무리 뜯어봐도 그게 그거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사분오열, 지리멸렬한 범여권의 이합집산 모습이 그렇다. 여권에서 이탈한 3~4개 정파가 이리저리 판을 짜 맞춰보지만 영락없이 ‘도로 열린당’이나 ‘도로 민주당’이다. 겉으로는 ‘대통합’과 ‘개혁 신당’ 그리고 ‘실용주의’를 표방하지만 내용물은 민주당과 그 후예인 열린우리당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말이 좋아 정계 개편이지, ‘도로 열린당’ ‘도로민주당’ ‘도로 DJ당’이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세력이, 다시 열린우리당을 뛰쳐나가 도모한다는 정치 집합의 모양새가 과거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과 흡사하다면 그 기회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통합의 바다에서 다시 만나자”라며 결별하는 척 위장 이혼한 의미도 찾기 힘들다. ‘통합의 바다’는 멀고 또 멀기만 하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은 독립 변수이다. 노대통령 친위 부대가 뜨기 시작한 것이 그런 조짐이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8월 이후 여권의 맞춤 후보가 나온다”라고 예고했다. 사분오열된 범여권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후보감을 찾아 헤매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도 이를 꺾을 카운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아니 이미 마련해두었다는 의미다. 유난히 종반전에 강한 노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가 감지된다.
열린우리당 탈당 그룹인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의 신당 협상이 돌파구를 찾았다. 통합신당모임측이 ‘호남당’ 이미지가 강한 민주당과의 합당은 ‘도로 민주당’에 불과하다는 지탄을 의식해 ‘민주당 해체’를 요구한 데 대해, 민주당이 소속 의원의 ‘민주당 탈당’과 ‘신설 합당’에 합의한 것이다. 시나리오대로라면 4월 중 통합 원내 교섭단체 구성→발기인 대회 및 창당 준비위 발족→5월6일 신당 창당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까지는 현역 의원들이 주도한 합의다. 대통령 선거와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위한 정치 공학적 시나리오다. 의원 40명 정도의 교섭단체가 구성되면 수십억원의 국고 보조금도 들어온다. 이 돈을 창당 자금으로 쓰면 된다. 국회에서 독자 노선을 걸으며 정파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대선 후보도 영입하고, 궁극적으로 범여권 통합을 염두에 둔 구상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궁리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신당 창당 합의 주체들을 보자. 통합신당모임에서는 이강래·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은 박상천 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가 나섰다. 이들은 과거의 민주당, 나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하지 않고는 떠오르기 힘든 얼굴들이다. 최근의 당적이 누구는 민주당, 누구는 열린우리당이라는 차이일 뿐이다.

 


통합신당파+민주당=도로 민주당


이들은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난에 가장 아파한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나온 것이 이른바 ‘사회 시민 세력’ 수혈이다. ‘도로 민주당’ 이미지를 희석시키겠다는 얘기다. 전형적 DJ 방식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민주당은 중도개혁주의에 입각한 검증론을, 신당모임은 대거 영입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친북 좌파나 과격 세력은 배제하겠다는 것인 반면, 통합신당파는 간판 색깔만 달리 칠할 수만 있다면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라는 식이다. 더구나 이들이 합의한 신당 창당 방식은 새천년민주당 방식이다.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한때 “도로 민주당으로 가선 모두 죽는다”는 비명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통합신당파와 민주당이 구상하는 신당의 한계는 ‘호남-도로 민주당’이라는 딱지 말고도 독자 대선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정운찬 대망론’이 나온다. 김한길 의원이 뻔질나게 정 전 서울대 총장을 만난 것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기존 정당에 들어가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열린우리당은 국정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고, “내가 깃발을 들 테니 내 밑으로 오라”는 것이다. 국정 실패의 책임에는 당연히 열린우리당 탈당 통합신당파가 해당된다. 그래서 나온 궁여지책인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를 계산에 두고 있는 듯하나 그 또한 이미지가 약해졌다. 요령부득으로 잡다한 후보가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해도 ‘치어 리더’를 자임할 후보 역시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결국 이들의 목표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할 말이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범여권 유력 주자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영입하자니 민주당 반발 때문에 어렵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그와 천정배·신기남 의원 등을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긴다. 정 전 의장이 “범여권 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생각이다”라며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지만 냉담하기만 하다. 김근태 전 의장은 아예 개혁 신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통합신당파와 민주당의 신당 창당 합의는 ‘통합의 바다’에서 만나겠다는 범여권발 위장이혼 전술의 총체적 붕괴로 나타날지 모른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신당 창당 합의는) 대선을 포기하겠다는 태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그들만의 특권을 위한 소통합”이라고 공격했다. 물론 이같은 비난에는 통합신당파와 민주당이 한통속으로 열린우리당을 무시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이념·정책을 따지지 않고 이합집산하는 것이야말로 구태 정치의 소산”이라고 쏘아붙였다. 신당 창당파들은 “열린우리당과 같이하면 될 일도 안 된다”라는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도로 민주당’으로 갈지언정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어서는 대선을 떠나 국회의원 배지조차 달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그토록 타기하는 정동영 전 의장까지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되어서는 될 일도 안 된다”라고 일침을 놓았겠는가.
신당모임과 민주당의 의심은 노대통령에게 모아진다. 노대통령이 당론을 무시하고 ‘노의 남자’를 대선 후보로 밀어넣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범여권’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려다 어느 날 유시민 보건복지장관이나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같은 인물을 대선 후보로 강요하면 찬물을 뒤집어쓰는 것은 물론 옴짝달싹도 못 해보고 대통령 선거일을 맞아야 하는 악몽을 떠올리는 것이다. 통합신당파와 민주당이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이들의 신당 창당은 ‘지역 기반 회복’에 불과하다. 그 지역 기반은 ‘호남’이다.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유실된 ‘호남’이라는 철옹성을 다시 쌓아 올려 ‘호남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 국회의원이라도 오래 하자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은 ‘대선 후보 중심 신당론’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목표는 곳곳에서 난제에 봉착해 있다. 당연히 고민도 크다. 지향점은 있는데 거기에 도달하는 수단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목표는 정동영·김근태·손학규·정운찬·문국현 등이 사이좋게, 그러나 ‘살벌하게’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잔치를 벌이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눈을 사로잡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태세다. 노대통령이 유시민 장관을 끼워넣기 한다 해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대선 후보 중심’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원심력이 너무 강하다. 정운찬 전 총장은 열린우리당 보기를 독감 환자 대하듯 한다. ‘집권당으로 철저히 실패한 집단’이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그가 이들의 등에 올라탈 리 만무하다. 김근태 전 의장은 천정배 의원과 개혁 신당 쪽으로 몸을 이동한 상태이다. 노대통령이 주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매국 협상’이라는 식으로 매도한 그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정동영 전 의장 역시 열린우리당 밖으로 몸이 반 정도 나간 모습이다. 한때 ‘탈당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자 ‘부정확한 보도’라고 일축했다. 오죽하면 “열린우리당으로는 될 일도 안 된다”라고 했을까. 다만 그로서는 열린우리당에 구축해놓은 세력이 아까울지 모른다. 김한길·염동연 의원 등 친위 세력이 많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는 여전히 열린우리당 선두 주자다. 지지도가 3% 안팎에 머무르지만, 또 민주당과 동행할 수 없는 운명적 한계도 있지만, 뭔가 도모해도 열린우리당 안에서 해야 할 처지다.
손학규 전 지사 역시 외곽을 빙빙 돌고 있다. “새로운 세력이 핵심 코어를 형성한 뒤 기성 정치권의 합류가 시작될 것이며, 6월 정도면 윤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결코 열린우리당이 치는 ‘빅 텐트’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역시 대선 주자로서의 욕구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선두 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을 ‘머리가 빈 건설족’이라는 투로 비난하고, 한반도 대운하를 오프라인식 저능한 개발 계획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스스로의 위상 제고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범여권 후보로 등극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인지도도 그렇고, 그가 키웠다는 유한킴벌리에 대한 검증도 받아야 한다.

 


열린우리당, 집토끼·들토끼 다 놓칠 판


 
이렇게 보면 열린우리당은 사면초가다. 독자 후보도 없고, 집토끼는 틈만 나면 가출을 생각하고, 들토끼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나온 정세균 의장의 ‘소속 의원 탈당 용인’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이처럼 딱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운찬·손학규 두 사람의 신당 창당을 돕기 위해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묻자 “대통합 신당을 위한 어떤 노력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속 의원 이탈을 통한 열린우리당 해체나 다름없다. 정의장 자신은 “기획 탈당을 용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이룰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 전 총장이나 손 전 지사가 열린우리당을 사시(斜視)로 바라보며 자기 몸값 올리기에만 열중하는 것도 열린우리당의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노대통령이 당의 입장에 개의치 않고 독자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도 큰 부담이다. 임기 중 ‘노무현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유능한 정치 엘리트’를 키운다는 ‘노무현 스쿨’도 그렇고,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국을 돌며 짜 맞추기 시작한 친노 그룹도 신경 쓰인다. 유시민 장관 같은 골수 친노 세력이 건재해 있는 데다, 이병완·안희정씨가 주도하는 ‘참여정부 정책포럼’이 뜨면 결국 노대통령의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 모임이 당장 후보를 점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린우리당 외곽에서 당내 친노 세력과 손잡고 ‘노의 남자’를 ‘후보’로 밀어붙일 경우 대통합이고 뭐고 헛일이 될지 모른다. 또 당 밖에는 막강한 ‘노사모’가 있다. 이들의 ‘충성’은 노대통령 임기와 관계없이 확고하다. 포럼은 애초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내각, 산하 기관 간부 출신들이 대상이었지만 앞으로 전국에서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미 안희정씨는 지인들에게 포럼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병완씨는 아예 “열린우리당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포럼이 대국민 창구 역할을 하겠다”라고 공언한 마당이다.
포럼이 정치 조직으로 탈바꿈할 때 이들이 염두에 둘 가상의 대선 후보군으로는 이해찬·한명숙·김혁규·유시민 등이 꼽힌다. 모두 노대통령 직계들이다. 유장관을 제외하면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다. 포럼이 이들을 띄우면 후보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노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도 “언젠가 어깨를 함께 하고 싶다”라고 한 것은 열린우리당을 통해 점지한 후보를 내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도로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아예 열린우리당’이다. 민주당과 통합신당파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을 집요하게 부추기는 것은 결국 노대통령의 개입이 몰고 올 ‘노무현 디스카운트’를 우려하는 소속 의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대선 후보 연석회의’를 통한 극적인 후보 선출을 돌파구로 잡고 있다. 정동영·정운찬·손학규·문국현 등을 포함하고, 사회 시민 단체 대표들을 불러 앉혀놓고 관심을 끌자는 것이다. 그 목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나라당 집권 저지’이다. 그러나 이것은 창조적이지 않다. 패러다임이 낡았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이렇게 저렇게 해도 ‘그냥 열린우리당’으로 통합신당파와 민주당으로부터의 협공, 내부 이탈의 압력으로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노대통령의 대선에 대한 집착은 또 다른 외압이다.
열린우리당의 개혁 그룹인 김근태 전 의장의 ‘민주평화국민연대’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의 통합 추진은 간결하고 노선도 분명하다. 김근태·천정배 등 통합파의 면면을 보면 그들 역시 ‘도로 민주당’이나 ‘도로 열린우리당’이지만 일단 내세운 색깔은 좌파 개혁 노선이다.
여기에는 시민사회 진영의 정치 세력화를 꾀해온 ‘창조 한국 미래 구상’이라는 복잡한 명칭의 좌파 그룹과, ‘통일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이 통합과 동시에 가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반(反) FTA다. 또 남북 화해와 교류에 대한 제한 없는 지원이다. 정치권의 개혁파와 재야의 시민 사회 세력은 6월을 통합 시기로 잡고 있다. 또 4·25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의 40 대 0 참패에 더 비참한 기록을 더할 것이다. 이 경우 동요하는 의원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일단 신선하게 느껴진다. 열린우리당이나 신당 창당파들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추파를 던지고, 레드 카펫을 깔아주려고 안달하는 것과 달리 노선의 일관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열린우리당에 있을 때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섰다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고 갑자기 ‘중도 실용’을 내거는 사람들도 아니다. 사실상 친북 좌파 노선을 부인하지 않는 일관성도 있다. ‘반 FTA’라는 결별 이슈도 정했고, 이를 분기점으로 노대통령과의 차별화 수순도 선명하게 했다. FTA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김근태 전 의장이 여전히 열린우리당에서 발을 빼지 않은 채 엉거주춤하고 있는 것은 보기에 민망하다. 또 천정배 의원이 반 FTA 단식을 고집스럽게 20일 넘게 버틴 것과 달리 며칠 하다 말고 멈춘 것도 그렇다. 아무튼 그의 ‘개혁’ 노선은 초지일관이라는 점에서 거슬리지 않는다. 다만 그들과 민주노동당의 노선을 정밀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 반 FTA나 대북·대미 정책에서 두 세력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호적과 주소는 다르다. 혈액형이 다르다는 의미다. 민노당이 노동운동에서의 투쟁을 딛고 올라왔다면 김근태·천정배 두 사람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라는 ‘기득권’ 출신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통합을 말하면서도 민노당과의 통합 얘기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2007년 대선에서 개혁 진보 노선의 후보가 민노당과 개혁신당에서 각각 나올 가능성을 말한다.


‘한나라당 집권 막기’ 대통합 이룰 수도


 
또 개혁 신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창당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성 정치인만으로는 ‘도로 민주당’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딱지를 뗄 길이 없으니 재야 세력을 액세서리처럼 붙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에서다. 김 전 대통령이 당을 깨고 만들 때마다 재야 세력과의 연대를 표방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이들이 표면적으로나마 ‘개혁 신당’을 내세웠기 때문에 ‘대통합의 바다’로 나아가기 어려운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만약 김근태·천정배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을 외친다면 그나마 두 사람이 간직하고 있던 ‘개혁의 진심’마저도 구겨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범여권의 분열이 다각화되는 상황이라고 해서 대통령 선거 직전의 일대 반전극이 없을 것으로 단정하기란 성급하다. 노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 소통합파나 개혁신당파나 재야 시민단체를 막론하고 “한나라당 집권만은 막겠다”라는 소리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이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집권은 노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모두 재앙”이라는 토로에서 이들의 절박감이 묻어난다. 김 전 대통령도 “대통합이 어려우면 후보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한나라당 집권만은 안 된다’는 의미라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의 범여권은 DJ에게 정권을 넘겨준 YS와는 전혀 다른 종(種)으로 보아야 한다. 정권을 쉽게 내줄 리 만무하다는 뜻이다. 다만 ‘도로 열린우리당’이나 ‘도로 민주당’으로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도로 민주당’과 ‘도로 열린우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아예 ‘도로 DJ당’으로 뭉친다면 그 비판은 더 따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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