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성:상처받은 도시>
  • JES 제공 ()
  • 승인 2007.05.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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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누아르의 심오한 메시지

 
인간에게 가장 큰 상처는 무엇일까? 영화 <상성:상처받은 도시>는 금성무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자꾸 곁을 떠나는 것이 너무나 무서운 일”이라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때로 죽음일 수도, 때로 서로에게 말해서는 안 되는 마음속에 간직한 비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
<상성>은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유위강과 맥조휘가 연출한 범죄 누아르다. <무간도>가 그러했듯 <상성> 역시 단순히 범죄의 단서를 찾아가는 두뇌 싸움보다는 인간과 삶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무간도>가 “과연 날 아는 이들이 모두 죽었을 때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를 묻는 한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영화였다면, <상성>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영화는 ‘삭막한 도시에서 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주고, 고통받을까’를 집요하게 물으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강력반 형사인 유정희(양조위)와 이방(금성무)은 수년간 호흡을 맞추며 파트너 이상의 믿음을 쌓아온 선후배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이방은 아내가 자살한 것을 본 뒤 충격을 받고 사표를 낸다. 이후 그는 술에 찌든 피폐한 생활을 하면서 ‘왜 아내가 자살했을까’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술집을 전전하던 그에게 어느 날 맥주 시판 종업원 펑(서기)이 다가온다.
한편 유정희의 아내 숙진(서정뢰)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피살 사건에 의문을 품게 되어, 남편 몰래 이방에게 진범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방은 사건을 추적할수록 그 중심에 자신이 믿음으로 의지하던 유정희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방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유정희 간의 팽팽한 심리전을 디테일한 묘사로 전개시켜 나간다.
무겁고 우울한 주제이지만 사운드와 영상만은 날카롭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홍콩의 밤이 롤러코스터 레일 같은 고가도로를 클로즈업하며 첫 화면에 등장하면, 캐럴 <사일런트 나이트>가 잔잔하게 깔린다. 외로운 이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듣는 캐럴만큼 우울한 노래가 어디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엔딩 신에 다시 등장하는 이 곡은 경쾌한 분위기로 편곡되면서 이 영화가 새드 엔딩만은 아님을 묘한 여운과 함께 전해준다.

 
금성무의 내면 연기와 양조위의 카리스마


 
범죄 누아르인 만큼 디테일한 복선과 장치 등에도 충실해 기본을 놓치지 않는다. 또 초반부터 진짜 살해범이 누군인지를 관객에게 미리 알려주며, 패를 공개한 시도가 오히려 신선하다. 이는 범인의 사연과 고뇌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두 톱스타의 외모와 연기는 이 영화의 덤. 금성무는 도시 어디에 묻혀 있을지 모를 감정의 지뢰를 피해 다니듯 방황하는 내면 연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또 양조위는 데뷔 25년 만에 악역 연기에 도전해 기대 이상의 카리스마를 풍겼다. 양조위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역할은 컸다.
<상성>은 <무간도>에 이어 워너브러더스가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였으며,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 제작진이 또다시 리메이크를 하기로 해 화제가 되었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리어내도 디캐프리오가 이 역을 맡는다니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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