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산업’을 물로 보지 말라
  • 홍승관 (고려대 교수·건축사회환경공학과) ()
  • 승인 2007.05.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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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담수화 기술 시장, 2015년에는 33조원…고도 정수 처리 기술 ‘각광’

 
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안전한 수돗물을 마시고 싶고 깨끗하고 풍부한 물이 흐르는 공간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바람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20세기 석유의 자리를 21세기에는 물이 대신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지난 3월 환경부에 ‘물산업육성팀’이 발족한 데 이어 5월 중에 ‘물산업육성과’로 확대 개편된다. 물과 관련된 산업을 지원하는 부서가 생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과 EU(유럽연합)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상수도 사업 자유화 등 물 산업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수도를 공공 서비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공급 주체가 국가나 지자체여서 사업자와 규제자가 동일한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물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수도가 산업적 가치재로서 서비스 품목의 하나가 될 것이다. 공급을 국가가 아닌 전문 사업자가 담당하고, 국제적인 시장이 형성되며, 그 운영 관리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사업자의 민영화 및 광역화를 통해 물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상하수도 사업의 민간 참여는 확대되는 추세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10%가 민간 기업에 의해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2015년에는 그 비율이 17%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상·하수도 서비스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어 2007년 10월 국제 표준이 제정되면 국내외 사업자 간 서비스 품질에 대한 상호 비교가 가능해진다. 이제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해졌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정수 처리 기술보다 경제적이면서 양질의 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고도 정수 처리 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주된 정수 기술인 급속 모래 여과 공정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실용화되었다. 물의 탁도를 제거하고 병원성 미생물을 살균하는 정수 기술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산업 발달의 부작용으로 상수원의 수질 오염이 가중되면서 정수 기술에서는 탁도와 병원성 미생물 외에 맛·냄새 유발 물질, 미량 유기 오염 물질, 소독 부산물, 내분비계 장애 물질, 염소내성 병원성 원생 생물 등에 대한 효율적인 제어가 필요하게 되었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맛있는 물을 생산하기 위해 개발된 여러 시스템 가운데 막 여과 시스템은 1990년대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개발과 연구가 집중되었다. 최첨단 환경공학 기술의 하나로 인식되어 미국·유럽·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정수장들이 소규모 시설부터 도입하는 추세이다.
막 여과 시스템은 기존 정수 공정의 개선 필요성을 대부분 만족시키는 편이다. 주요 장점을 꼽으면 △원수 및 전 처리 운전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수질 확보가 가능하고 △기존 처리 시스템으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원생 생물 등의 제거율이 아주 우수하며 △탁도 및 병원성 미생물 등의 관점에서도 매우 양호한 처리수를 얻을 수 있으며 △운전 인력의 숙련도와 경험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자동 운전이 쉽고 △규모가 작은 시설 설비가 가능해 부지 면적이 적게 들며 △상당한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는 점 등이다.
또 막 여과에 의한 거의 완벽한 미생물 제거는 염소 소독제 주입량을 현저히 줄여줌으로써 소독 부산물 생성을 최소화하고 배수관에서의 염소 농도 역시 최소화할 수 있는 최상의 정수 시스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장점들에 힘입어 앞으로 30년 내에 전세계의 많은 정수장들이 막 분리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도 정수 기술로써 크게 적용될 전망이다.


역삼투 해수 담수화 시장, 연 17% 이상 성장


 
자료에 따르면 세계 분리막 시장 규모는 2004년도 기준 87억 달러에 달하며 매년 8~1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에서만 10억 달러 이상(2006년 기준)의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매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보여 2011년에는 16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선진국의 경우 막 여과 시설 도입 비중이 아직은 5% 이내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그 잠재 시장은 천문학적 규모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수처리연구팀은 양질의 물을 얻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RO(역삼투) 막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이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기술은 세계적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잠재 가치를 지니고 있어 크게 각광받고 있다. 해수 담수화에는 크게 MSF(증발법)와 RO 방식 두 가지가 있다. 현재 세계 해수 담수화 시장은 하루 3천8백만t 규모로 약 6조원대에 이르고 2015년에는 33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45%를 차지하는 역삼투 해수 담수화 기술은 연평균 1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해수 담수화 분야는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성장 동력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증발법이 주를 이루고, 역삼투 기술의 경쟁력은 선진국의 30% 정도로 약한 편이다. 시장점유율도 3% 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대용량 역삼투막 및 펌프 등 원천 기술의 확보가 미흡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RO 막의 정밀 표면 분석을 통한 막 오염 메커니즘 구명, 막 공정 설계 및 운영에 필요한 막 오염지수 연구 등 다양한 RO막 공정 기반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상·하수도 분야에서는 최근 전통적 음용수 처리 기술인 ‘응집-침전-여과’ 공정의 대체 기술로써 MF(microfiltration)/UF(ultrafi-ltration) 막 공정 기술에 대한 연구와 현장 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정수 처리용 MF/UF 분리막 소재 및 막 여과 시스템 관련 산업은 소수의 다국적 대기업이 제각각의 표준화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표준화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시도된 바가 없으나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 인식되고 있어 곧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에서는 제조사별로 제각기 다른 MF/UF 시스템을 일정 부분 표준화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연구 체계를 잡게 되면 앞으로 세계 표준을 작성할 때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것이다.
이 밖에도 ‘내염소성 역삼투 분리막 개발’ 연구를 통해 막에 치명적 위험을 줄 수 있는 염소에 대한 내구성이 기존의 RO 막보다 훨씬 강한 막을 개발 중이다. 또 막에 생물이 부착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물리화학적 방법이 아닌 미생물학적인 고찰을 통해 저감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돗물에 포함되어 있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미래에는 소득 증가와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생존을 위한 물’의 수준을 넘어서 ‘즐길 수 있는 물’의 수준이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깨끗한 물 생산을 위한 선진국 수준 이상의 고도 정수 처리 및 관망 관리 기술을 개발·보급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물 처리 기술 중에서 핵심 요소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고도 정수 처리 기술로 인식되고 있는 막 여과 기술의 도입에 대한 제도적·기술적 기틀도 마련해야 한다. 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리막 기술에 대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 물 사정에 맞는 막 여과 시스템 및 기존 공정과의 조합을 통한 최적화 시스템 운영이 중요해지고 있다. 시스템 국산화가 진행되면 국내 분리막 제조 산업 육성 및 해외 시장 진출 기반 조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음용수 기준에 적합한 가장 좋은 수질로 물을 생산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미래 수질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국내 막 여과 업계의 세계 시장 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 증대 및 국제 위상 제고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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