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고려인의 흔적 애달파”
  • 김지영 기자 ()
  • 승인 2008.01.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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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 문학’ 연구 팔 걷은 단국대 한국어문학과 우정권 교수
 
옛 소련 스탈린의 ‘소수 민족 이주 정책’에 따라 1937년 10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던 극동 연해주에서 허허벌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던 17여 만명의 ‘카레이스키’(‘코리언’의 러시아어). 척박한 땅에서 눈물겹게 새 삶터를 일구어내 오늘날 50여 만명의 카레이스키로 정착했다. 그런데 70년 이주 역사를 갖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한국인도, 러시아인도, 중앙아시아인도 아닌 ‘고려인’ ‘고려사람’이라고 칭한다.
그런 고려인들의 생각과 생활을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 바로 단국대 한국어문학과 우정권 교수(46)이다. 우교수는 지난 2002년 8월, 우리나라와 관련된 문예자료를 조사하고, <고려일보>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고려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교수는 “지난해 2월에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는데, 때마침 설날이어서 떡국을 나눠 먹고 처음 들어보는 아리랑 노래에 춤을 추면서도 러시아 말로 의사 소통하는 고려인들을 보면서 ‘과연 이들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더 강해졌다. 그러면서 고려인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들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우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연간 3천4백만원씩 3년 동안 지원받아 고려인 문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길게는 10년 동안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닦인 셈이다. 오는 1월 말에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고려인 문학과 문화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우교수는 “고려인의 생각과 생활이 담겨 있는 문학 작품 등을 조사하면서 ‘고려인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이는 해외 동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한민족 문화와 세계화’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 이민 3, 4세대들 가운데 유능한 학생들을 국내외 대학에서 교육시켜 그들이 ‘차세대 뉴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우교수는 “궁극적으로 ‘한민족 문화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과 정부 기관, 기업 등의 협력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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