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북한 찬양?” 소설가가 뿔났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8.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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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국방부의 ‘금서’ 목록에 오른 현기영씨
ⓒ연합뉴스

소설가 현기영씨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어쩌면 제주도의 강한 바람이 그의 결기를 키웠는지 모른다. 사람이 지난 삶을 추억하노라면 단 하루의 기억으로 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의 머릿속에 또렷이 각인되어 있는 것 중 하나는 고향인 제주도, 그중에서도 4·3 사건이다. 그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이런 현씨의 자전적인 성장기다. 이 소설에서 4·3 사건은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사건 중의 하나로 서술되었다. 현씨는 한라산과 오름, 이름 모를 들판을 헤매며 이 소설을 썼다.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4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MBC TV <느낌표>에서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7월31일 국방부는 현씨의 소설을 ‘금서’ 목록 23종 가운데 하나로 올렸다.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 가운데 ‘북한 찬양’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4·3연구소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현씨는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은 격이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다. 도대체 국방부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라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이 책과 관련해 불온하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당국이 지난 10년간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문제 삼고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씨는 단단히 뿔이 났다. 유명 원로 작가의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8월7일 장하준 교수 등 다른 작가들 그리고 실천문학을 비롯한 출판사들과 함께 “국방부가 학문·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침해했다.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사과하라”라는 성명서를 냈다.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국방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4·3연구소도 “4·3을 다루었다고 북한 찬양이나 용공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군사 독재 시절의 전유물이다. 국방부는 작가 및 제주도민에게 사과하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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