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돌리고 청소기 돌리니 입소문도 도네
  • 김미영 (창업 전문 기자) ()
  • 승인 2008.08.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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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청소 전문점 박수진씨의 창업 성공기

‘장사’의 기본은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특히 불황일수록 예비 창업자들은 ‘최소한의 자본금으로 최대의 수익금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아이템 찾기’에 혈안이 된다. 투자금이 최소한으로 투입되는 ‘무점포 창업’ ‘초소형 점포 창업’ ‘이면도로 점포 창업’ 등이 주머니는 가볍고 의욕은 넘치는 예비 창업자들의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본을 적게 들여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업종은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예외와 틈새는 어디에나 있는 법. 이번 호에서는 최소한의 자본을 가지고 남다른 노력과 땀을 흘려 결국 성공을 이루어낸 창업자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 청소대행업은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저위험 고수익’ 사업의 대표적인 사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진씨(32·가명)는 경기도 수원에서 무점포로 계단 청소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7층 이하의 소형 건물을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계단, 난간, 창틀, 현관 유리, 주차장 등을 꼼꼼히 청소한다. 각종 전단지와 스티커 등 이물질 제거도 그녀의 몫이다. 복도 곳곳에 방향제를 뿌리면 청소 작업은 끝이 난다. 이렇게 계단 청소를 통해 그녀가 벌어들이는 돈은 한 달 평균 1천만원 정도다.

청소용품과 세제 구입비, 인건비, 차량 유지비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5백만원 정도가 순수익으로 떨어진다. 그녀가 창업에 들인 비용은 가맹비와 청소 도구·소형 중고차 구입비, 전단지 제작비 등을 포함해 약 2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투자 대비 수익률 25%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 시장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적인 투자 수익률이 3% 이상, 5∼8% 되면 유망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도 대단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저위험 고수익’ 사업의 대표적 모델인 셈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녀가 뻔한 월급으로 돈을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창업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난 2005년이다. 내 사업을 시작한다면 열심히 일한만큼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준비된 자금은 턱없이 모자랐다.

그동안 들어둔 적금과 퇴직금을 모두 합하니 1천3백만원 정도였다.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나 설득해서 동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친구의 자금을 더하니 2천6백만원 정도의 돈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 역시 점포를 구입하는 데도 턱없이 모자랐다. 고민 끝에 그녀는 점포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온 것은 계단 청소대행업.

점포 없이 2천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고, 열심히 뛰는 만큼 수입도 많아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시 대형 빌딩의 경우 이미 전문 청소 용역업체가 등장한 상황이지만 7층 이하 소형 건물 청소업체는 전무했다.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오히려 청소업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소형 건물 청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꾸니 마음이 편해졌다.

철저한 관리로 고객들의 재계약률 높여

2주간 본사에서 청소법을 교육받은 뒤 곧바로 영업을 시작했다. 점포가 없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친구와 함께 영업 지역인 수원 전역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뿌렸다. 7층 이하 소형 건물, 즉 다세대주택과 빌라, 상가 등이 밀집한 곳을 중점적으로 찾았다. 수백만 장의 전단지가 뿌려졌다. 그러나 노력과 기대와는 달리 전단지 배포로는 고객이 금방 늘지 않았다.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했다. 그녀는 고객과의 대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건물 거주자나 관리자 대표를 만나 청소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하고, 무료 청소를 실시해 주는 등 좀더 적극적으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건물의 계단, 주차장은 공동으로 쓰는 공간이어서 쉽게 지저분해지는데 누구 하나 나서서 청소를 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불만은 있지만 내버려두는 거죠. 그런데 가구당 6천∼1만원의 비용이면 3백65일 깨끗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는데 누가 거절하겠어요?”

창업 5개월 만에 관리 건물 수는 80∼90곳으로 늘어났다. 어느 정도 고객이 늘어나자, 더 이상의 홍보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기존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추가 고객이 생기기 시작한 것. 관리하는 건물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두 사람은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각자 영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고객을 절반으로 나눠 독립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1년 만에 고객은 다시 두 배로 늘어났다. 관리 건물이 늘면서 박씨는 직원 두 사람을 채용했다.

현재 그녀가 청소를 맡아 하는 건물 수는 하루 평균 15∼20여 곳이다. 건물 한 곳당 청소 시간은 20∼30분 정도 걸린다. 4∼5층 건물의 청소 비용으로 5만∼6만원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빌라 한 채에 입주한 가구 수가 8가구라고 가정하면 한 곳당 청소 비용이 6천∼7천원인 셈이다.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계약률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또 물이 아닌 식물성 세제를 사용해 얼룩을 남기지 않고, 현관에 관리표를 부착해 청소한 내용을 고객에게 꼼꼼히 알리는 등 철저한 관리를 통해 기존 고객들의 재계약률을 높이고 있다.

박씨의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해 오후 4시면 끝난다. 주말에는 쉰다. 그는 “청소업이 육체적으로 고되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나 시간적인 면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면 고객은 늘기 마련이다”라고 강조했다.



 몸 아끼지 않는 성실과 끈기로…

최근 증권가에서는 <단도투자>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도의 ‘단’은 부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 말로, 단도를 직역하면 ‘부를 창출하는 노력’이 된다. 이 책에는 인도의 구자라트 주 남부에 있는 작은 지역 출신이 1970년도 초반 난민으로 미국에 들어가서 모텔 사업으로 성공해 현재 미국 전역에 있는 모텔 절반을 소유하게 된 과정이 그려져 있다. 대출을 끼고 모텔을 인수해 잠자리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직접 카운터를 보고, 청소를 하며 집수리를 해 운영비를 최대한 줄인다. 당연히 가격이 낮아지게 되고 모텔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경쟁력이 낮은 또 다른 모텔을 인수한다.

즉, 초기 투자금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가용 자원인 몸을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여 부를 축척한다. 대가족인 이들 입장에서는 모텔 사업이 ‘저위험 고수익’ 사업인 셈이다. 무점포 사업도 ‘저위험 고수익’ 사업에 속한다. 고수익 사업이라고 해서 매달 몇천만 원씩 버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몸을 아끼지 않는 부지런함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1. 무점포 사업은 투자 금액이 소액인 만큼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단시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사업자의 성실성과 끈기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2. 운영자의 다양한 영업력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따라서 건물 대표자 또는 관리자를 만나 샘플 청소를 실시해 보이거나 간단한 홈페이지를 제작해 온라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차별화된 방법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3. 청소대행업은 대리점 선정을 잘해야 한다. 전문적인 시스템과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고객 만족도가 크게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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