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정보서비스? “조사하면 다 나와”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01.06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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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업 활동 저해’ 혐의로 머니투데이 ‘더벨’ 수사

ⓒ그림 김우정
머니투데이의 질주에 제동이 걸릴까? 서울중앙지검이 머니투데이가 만드는 프로페셔널 정보서비스 ‘더벨(the bell)’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1999년 9월 회사 설립과 2000년 머니투데이 창간 이후 인터넷 경제 신문과 방송을 아우르는 미디어그룹으로 급성장해온 머니투데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여겨보고 있다.

‘더벨’은 머니투데이가 2007년 10월10일 ㈜더벨아시아를 설립해 파일럿 테스트를 거친 뒤 2007년 12월6일 공식 론칭한 정보서비스 사이트의 이름이다. 당시 머니투데이측은 “기업·금융 회사의 전략적 투자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확한 뉴스와 정보, 데이터를 제공한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더벨’은 실물 흐름에 밝은 증권·회계·부동산 전문가 등 10여 명을 영입해 취재 활동을 하며 정보서비스를 하고 있다. ‘더벨’의 한 회원은 “다른 정보도 실리지만 숫자에 밝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지 회사의 부채 규모나 채권 상환 기일 등 기업의 재무구조를 분석하는 정보를 주로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원제 서비스이기 때문에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데 1년에 8백만원을 내면 필요한 조치를 해준다. 대기업과 금융회사·건설사들이 다수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벨’에 대한 이야기가 정·재계와 사정 기관 주변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쯤부터이다. ‘더벨’에서 ‘위기의 주택건설사 시리즈’를 연재했던 것과 연관이 깊다. 현대·삼성·롯데건설 등을 제외하고 30여 개 건설사들의 부채 규모, 미분양 실태 등을 분석했는데 특히 코오롱건설의 경우가 눈길을 끌었다. 코오롱건설의 현금 보유액이 41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코오롱건설 유동성 위기’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코오롱건설뿐만 아니라 코오롱그룹 전체의 주가가 이틀 동안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특히 건설업계 주변에서 ‘더벨’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크게 보면 불만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사실이라도 특정한 측면을 부각시켜 마치 전체가 위험한 것처럼 비치게 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더벨’을 구독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이러저러한 불만들이 검찰 정보망에 포착되면서 검찰의 인지 수사가 시작되었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김주선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사건의 성격을 기업의 활동을 저해하는 경우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담당 검사실 관계자는 “그 사건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건설회사의 한 홍보 책임자는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더벨’측으로부터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조사를 위해 나와달라고 했지만 귀찮을 것 같아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회사 홍보 책임자는 “그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더벨’에 기사가 보도되기 전에 은근한 협박이 있었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도 기사가 나간 뒤 한 구좌를 샀다. 몇몇 건설회사들도 강제적으로 가입하라는 분위기를 조성해 가입한 것으로 안다. 이런 내용을 검찰에서 다 조사해 갔다”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 가운데는 한 회사가 몇 구좌씩 산 경우도 있다. 한 금융회사 홍보 관계자는 “우리는 네 구좌 정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언비어 유포·구독 강권 여부 등에 주목

이들 건설·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더벨’ 박종면 대표는 “검찰이 수사한다는 소문만 듣고 있다. 대통령이 ‘유언비어 유포’에 대해 언급하면서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서 우리 쪽에 나와달라거나, 뭘 물어보거나 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더벨’이 찌라시도 아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만 수사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매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책회의 같은 것도 별도로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이 사안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검찰에 나와 진술하기를 꺼리면서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정보의 허위성 여부와 언론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가 29억8천여 만원을 출자해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더벨’은 머니투데이 홍선근 대표와 머니투데이 편집인을 맡고 있는 박종면 부사장이 공동으로 대표를 맡고 있다. 법인은 ㈜더벨아시아와 ㈜머니투데이로 별개이지만, 사실은 업무상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 한 회사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형태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건설업계의 한 홍보 책임자는 “업계에서는 ‘더벨’에 회사 관련 내용이 뜨면 사이트에 광고를 하거나 구좌를 사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규칙’으로 되어 있다. 며칠 뒤 머니투데이에 기사가 나오고 포털에 서비스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경제 매체 머니투데이, 연예·스포츠 콘텐츠를 생산하는 스타뉴스, 경제 케이블채널 MTN, 경제 주간지 <머니위크> 등을 발행·운영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는 머니투데이가 ‘무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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