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황 그치면 세계 시장에 ‘가치 소비’ 뜬다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9.01.20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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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컨설팅 회사 스타일비전 대표가 밝힌‘미리 보는 2010년 6대 글로벌 트렌드’

▲1월14일 코엑스에서 열린 ‘인사이트 코리아 2009’에 많은 기업인들이 참석해 미래 예측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 ⓒPFIN 제공

미래의 흐름을 앞서 읽는 능력은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정확한 미래 예측 능력은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 경제 불황기에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를 덮고 있는 경기 불황이 지구촌의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내년까지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갈 지구촌의 소비문화 트렌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프랑스의 트렌드 컨설팅 회사 스타일비전의 주느비에브 플라벵 대표로부터 ‘2010 글로벌 트렌드’를 앞당겨 들어보았다. 플라벵 대표는 지난 1월14~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사이트 코리아 2009’에서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2010년 글로벌 트렌드를 브랜드화된 개인, 윤리적 행동주의, 돌비 서라운딩, 자그마한 탐닉, 자기 방어, 행복한 실용주의 등 6가지로 정리했다.

“트렌드는 두 가지 면에서 기업에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는 탐색 단계에서 필수적이고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에 자신만의 고유성을 접목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낼 때도 필요하다.”

플라벵 대표는 트렌드의 형성에는 기술과 소비자의 상호 작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2001년 설립된 스타일비전은 아디다스, 갭, 오메가 시계, 슈바로프스키,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에 트렌드와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이 회사는 소비자를 나이·성별·직업 등 인구통계학적 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와 감각적 선호, 심리적 프로파일 등을 배합한 취향에 따라 분류해 트렌드를 찾아낸다.

▒ 브랜드화된 개인_사회적 링크, 자기 PR,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일반 소비자들이 회사처럼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내 홍보하거나 네트워크 개발에 힘을 쏟는 현상을 가리킨다. 똑똑해진 소비자는 제품 구매에서도 실속과 만족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창의성은 브랜드와 소비자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자산이며 사회적 네트워크와 소비자 간의 연결은 새로운 대안적 무역 형태로 부상 중이다.

영국 런던 첼시에 있는 애플컴퓨터 사의 부티크는 자사 브랜드 홍보보다는 사용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비자는 언제든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전시된 컴퓨터로 e메일을 확인하거나 푸른색 티셔츠를 입은 판매원들과 신제품의 사양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애플의 판촉 이벤트는 소비자들이 컴퓨터 사용에 대한 각자의 노하우나 창의성을 과시하는 자발적인 파티로 변모해가고 있다. ‘울 앤드 더 갱’ 사는 전통적인 뜨개질을 매력적인 활동으로 탈바꿈시켰다. 초보자용부터 상급자까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이 회사의 뜨개질 세트에는 뜨개실과 바늘, 단추 등의 액세서리는 물론 뜨개질 패턴과 교본까지 들어 있어 쉽게 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 


▒ 윤리적 행동주의_환경 친화, 문화적 창의성, 탄소 발자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보호 등 공익적 가치를 중심으로 소비 행태를 재편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개인이나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해 생태학적 가치를 그들의 일상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한다. 일반 주방이 평균 24%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주는 반면, 미국 월풀 사의 미래 지향적 에너지 절약형 녹색 주방은 에너지 효율을 70%까지 끌어올리도록 고안되어 있다. 녹색 주방의 원리는 한 설비에서 나오는 물과 열의 60%를 다른 설비의 연료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돌비 서라운딩_새로운 도시성, 이동성, 유동성과 프라이버시의 조합, 코칭

기술은 지속적으로 이동성의 개념을 최적화해 유동성과 언제어디서나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준다. 이동에 따른 번거로움이 줄어들수록 개인은 시간과 공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인들은 길을 찾는 데 지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첨단 기술은 최고의 해법을 제공해주는데 퓨 인터넷 앤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인의 47%가 휴대전화상의 지도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고 한다.

맵퀘스트는 매일 1천6백만명에게 모바일 인터넷으로 지도와 길을 알려준다. 모바일 사회 지도 서비스 제공업체 루프트는 사용자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지리정보를 결합해 휴대전화와 연결 장치를 이용하면 사용자의 친지나 동료가 사무실 또는 집에 있는지 여부를 지도상에 나타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 작은 탐닉_영적인 것, 호기심, 놀람, 매력

무리한 지출을 지양하고 주어진 한도 내에서 사치를 누리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 소비자는 이른바 명품에 둘러싸여 있다. 럭셔리 코드는 모든 산업과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새롭고 신선한 무언가에 놀라워하고 매혹당하고 싶어한다. 최고급 브랜드들도 소비자의 이러한 성향을 파악해 대중적인 가격의 신제품들을 내놓았다. 맥심으로부터 별 두 개를 받은 최고급 식당 엘렌 다로즈 파리점의 경우 오후 티타임에 22유로짜리 라이트 디너 메뉴를 제공한다. 명품 보석 브랜드 티파니는 하트, 조그만 강아지 인형, 야자나무, 금·은·백금으로 만들어진 눈송이 등으로 이루어진 아이콘 참스 콜렉션을 미화 100달러 미만에 판매 중이다. 국내 명품점에서도 비교적 싼값으로 명품족에 합류할 수 있는 지갑 등의 소품이 잘 나가는 것도 이런 예로 들 수 있다.


▒ 자기 방어_문화와 유산, 윤리와 휴먼 터치, 개인적 보호 의식, 조화, 물질적 풍요

현대는 사적인 개인, 근로자 또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충만한 삶을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안내가 결핍된 시대이다. 개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 거기에 담긴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어한다. 현대의 개인들은 자신을 둘러싼 복잡한 환경으로부터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서 좀더 분명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한다. 위피시스템의 어린이 보호끈은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나 애완동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돕는 장치이다. GPS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어린이가 일정 영역 이상 벗어나게 되면 경보음이 울리거나 부모가 잃어버린 어린이를 향해 가까이 가게 되면 비퍼의 소리가 점점 커져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 행복한 실용주의_최적화, 이지고잉, 소비자의 힘

소비자들이 군더더기를 버리고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디자이너들의 창조적 정신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저가 자동차의 판매 비율이 2010년까지 4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고가의 명품보다는 매스티지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의 의류 제조·유통업체 H&M 사는 스텔라 매카트니, 칼 라거펠트 등의 유명 디자이너에 이어 매튜 윌리엄슨을 새로운 디자이너로 영입해 이들의 이름을 내건 중·저가 의류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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