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짓밟는 추측 수사에 ‘분노의 역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5.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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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나 마약 검사’해 억울함 호소한 가수 구준엽씨

ⓒ시사저널 임준선

이따금 터져나오는 연예계 마약 사건은 파장이 크다. 유명 연예인의 일탈 자체가 대중에게 충격을 주기도 하지만, 연예계 전체가 마치 마약 소굴인 양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이든 경찰이든 관련 제보를 받았다 하면 저인망식 마구잡이 수사로 연예계를 들쑤셔놓곤 했다. 실제 몇몇 스타들은 이런 케케묵은 수사 기법에 걸려 망신을 톡톡히 당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예인들의 인권은 여지없이 짓밟히게 된다. 체모와 소변을 채취해서 건네주면서 이들이 겪게 되는 수치심과 모멸감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가수 구준엽이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지난 5월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예인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권을 보호받고 싶다”라고 호소하면서 사법 당국의 마약 수사 방식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또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내가 마약 투약자라는 허위 제보가 경찰에 들어가 검사를 받고 결백을 입증해야 했다. 언제까지 추측 수사에 당하고 살아야 하느냐”라고 항변했다.

사법 당국은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 오르기만 해도 ‘마약쟁이 연예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준엽은 한 번 불거진 루머가 또 다른 루머를 낳다 보니 마약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용의 선상에 오르는 신세가 되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에게는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안길 수도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다수의 이익 못지않게 개인의 인권도 중시해야 하는 세상이다.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영장 발부나 소환 조사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구준엽의 분노를 계기로 당국의 마약 수사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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