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독도는 우리 땅>이 애물이 되었던 사연 아시나요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8.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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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덕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명예회장

ⓒ시사저널 박은숙

‘독도’ 하면 떠오르는 가수가 정광태씨이다. 정씨는 한때 개그맨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의 최대 히트작 <독도는 우리 땅>이 원래는 개그 소재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1980년대 초 <독도는 우리 땅>을 기획·제작했던 서희덕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명예회장은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이 노래는 코미디 프로그램용으로 만들어졌다. KBS 2TV <유머 1번지>에서 개그맨들이 부르던 노래의 판권을 내가 구입해 옴니버스 음반으로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일본과의 미묘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대히트를 했다. <독도는 우리 땅>의 인기를 끌어올린 최대 공신은 다름 아닌 ‘일본’이었던 셈이다. 서씨는 “당시 잠실야구장에서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경기 중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이 있었다. 우리 젊은이들은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면서 한국을 응원했는데, 이때부터 한·일전이 열릴 때마다 공식 응원가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독도는 우리 땅>이 한때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에피소드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당시 이 노래는 방송가의 금지곡 아닌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빛을 보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국민 가요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일본 나까소네 총리가 방한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광복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화공보부는 일본을 자극하는 기사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박 아무개 KBS 국장은 <독도는 우리 땅>을 라디오에서 방송한 PD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었다. 현장에 있던 PD들은 알아서 이 노래를 방송하지 않았다. 금지곡 아닌 금지곡이 된 것이다. 동아일보에도 ‘독도는 우리 땅, 금지곡 아닌 금지곡’이라는 제목으로 보도가 나갔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해결책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나까소네 총리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 국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독도 문제가 튀어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무회의가 소집되었다. 이 자리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 땅>을 많이 들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후 문공부 차관이 직접 방송사에 전화해 금지곡을 풀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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