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1 야당은 ‘친박’ 민주당은 ‘소인배 정치’ 하고 있다”
  • 김지영 기자 | 정리·정규민 인턴기자 ()
  • 승인 2010.02.02 19: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인터뷰 / “진보 정당의 통합, 낮은 수준의 연대부터 시작해야”

ⓒ시사저널 이종현


1921년 이탈리아 공산당을 세운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를 가리켜 ‘위기’라고 정의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는 지금의 민주당 등 야권을 그람시의 위기론에 대입시켰다. 그는 “지금 야권은 위기 상황이다”라고 단언했다. 1월28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서강대 다산관 연구실에서 만난 손교수는 민주당과 민노당 등 범야권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일정 부분 전진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로 인해 정치·사회적으로 양극화되면서 대중의 반란이 일어났다. 결국, 이명박(MB)·한나라당으로 표현되는 ‘냉전적 보수 세력’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돌아갔다. MB 정권은 크게 세 시기를 거쳐왔다. 2008년 집권한 후 8월 광복절까지 촛불 정국으로 표현되는 ‘수세기’가 있었다. 광복절 축사를 기점으로 공세로 바뀌어 촛불 관계자들을 구속하는 이른바 공안 정국이 조성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

서거 정국이 끝나면서 2009년 여름부터 ‘친서민·중도 실용’을 표방한 ‘안정기’가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MB 정권은 과거와 같이 전면적인 억압이 아닌 이른바 ‘저강도 전쟁’ 내지 ‘저강도 전략’(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가 중미의 좌파 게릴라를 소탕하기 위해 과거와 같은 전면적인 군사 작전 대신에 주민들을 중립화시켜 게릴라들을 고립·섬멸하려 했던 새로운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민주당은 불행하게도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자기를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면서 김대중·노무현의 유훈 통치와 반MB 대동단결론 등 굉장히 발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 진보 세력의 경우도 분열되고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친노 세력이 재결집해 국민참여당을 만들어 자유주의 세력도 분열되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세종시 문제를 기점으로 여권 내에 심각한 분열이 나타나 친이계와 친박계,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 간에 팽팽한 긴장이 이루어졌고, 극단적인 경우 분당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정국의 가장 큰 변수는 여권과 야권의 문제가 아니다. 제1의 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근혜 세력이 되었다. 범야권은 2차적인 변수가 되어 가고 있다.

민심이 야권에게서 멀어진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복합적인데, 주기(週期)설이 있는 것 같다. 민주 세력이 10년을 집권했는데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열망과 실망 사이클’, 다시 말해 열망에서 실망으로 변하고 다시 열망으로 바뀌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2012년 대선에서 야권으로 (권력이) 돌아오는 것은 힘들지 않겠는가.

단순히 주기만으로 따질 수는 없지 않나?

물론 그렇다. 단순하게 주기만이 아니라, 민심의 핵심은 민생이다. 2002년 대선에서 ‘2030’(20·30대)이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는데, 2007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결국, 청년 실업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그것을 해결했느냐. 그렇지 않기 때문에 민심이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와서 경제가 좋아지지 않았지만, 아직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세력이 경제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최소한 민주당이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나는 ‘역사의 우연적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대통령을 살려준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이다. 집권 8개월쯤 세계 시장에 위기가 터졌다. 경제가 안 되고 있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세계 경제 위기 때문이라는 면죄부를 주었다. 경제가 나빠진 데다 돈을 퍼부어서 회복되고 있는 것을 놓고 ‘경제 위기였는데, 이명박 정부 때문에 빠르게 회복되고 있구나’ 하는 허상을 주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우리가 왜 민심을 잃고 여기까지 왔는가’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이 없다. 그것의 핵심은 결국 민생 문제이고, 양극화 문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들을 보면 오히려 우경(右傾)화적인 해법을 주고 있다. 패권주의적인 태도도 문제이다. 반MB 연대를 계속 주장하지만, 결국 민주당이 가장 큰 야당이라고 하는 기득권을 가지고서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을 보면 대권은 포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국회의원이라도 하나 더 하자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소인배 정치를 하고 있다. 투지와 전략도 없다. 너무 무능하다. 소수 정당이라고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한나라당을 봐라. 박근혜 대표는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좌절시켰고, 사립학교법도 막고 그랬다. 현 정부 들어 하다 못해 미디어법 같은 경우 민주당이 소수파이면 당연히 모든 의원이 사퇴서를 내야 했는데 그것 하나 결의하지 못하고서 통과되고 나니까 사표를 내겠다고 쇼를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 정당의 연대 내지 통합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중·장기적으로는 통합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통합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서로의 신뢰 과정이 필요하고 낮은 수준의 연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종의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더 우경화하고 민주당 스스로도 상당히 우경화되어 있어서 제대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진보 세력이라도 합쳐 중·장기적인 투쟁을 해야 하고, 단기적으로 지방선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보대연합을 해야 한다. ‘선(先) 진보대연합, 후(後) 조건부 민주대연합’을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 모임 등 진보 세력들이 연합한 후 민주당 등과 민주대연합을 하는 것이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우선 진보대연합을 위한 중재에 나설 것이다.

진보 지식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중재에 나선다는 것인가?

민주당 등 야 5당과 4개 시민단체의 ‘5+4 연합’과 같이 진보 진영에서도 ‘5+1 연합’을 만들려는 것이다. (민노당·진보신당 등) 5개 진보 세력과 하나의 진보적 지식인 모임, 이른바 ‘진보 정치 세력의 연대를 촉구하는 교수 모임’이 결합된 형태가 될 것이다. 서명을 받고 성명도 발표하고, 정당들을 불러 모아 진보대연합을 해보자고 할 것이다. 교수 30명 정도가 제안해서 100명 정도가 되는 2월 초부터 움직이려고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