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이냐, 통합이냐 여야 모두 그것이 문제로다
  • 조진범 | 영남일보 정치팀장 외 ()
  • 승인 2010.02.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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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지각 변동 일으킬 정계 개편 3대 변수 / 한나라당 분당·범민주 연대·청와대 개헌 카드 등에 촉각

▲ 2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대정부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인 2010년은 결코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레임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대통령은 끊임없이 대형 이슈를 내놓을 것이다”라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 개헌 카드가 있다. 대선 정국이 다가올수록 한나라당 내의 계파 갈등은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국민참여당의 창당으로 분열된 야권도 통합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정계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01. 한나라당 친이계-친박계 갈등, 끝내 분당으로 가는가?

‘장난 치다 애 낳는다’라는 말이 있다. 장난처럼 툭 건드려본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한나라당 일각에서 나오는 ‘분당(分黨) 발언’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가 꼭 그렇다. 더욱이 ‘친이계’와 ‘친박계’가 세종시 문제로 퇴로 없는 진검 승부를 벌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의 분위기로 돌아간 셈이다.

세종시 문제를 계기로 분당을 먼저 꺼내든 쪽은 친이계였다. 홍준표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어느 집단에서 자기 소신만 내세우면, 혼자 탈당하고 나가서 당을 만들어야 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금기가 풀리면서 분당이라는 단어가 여권 내에서 맴돌고 있고, 당 밖의 보수층 인사와 민주당조차 “갈라서라”라고 말하는 형편이 되었다. 친박계는 분당이라는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절대 분당은 없다”라고 강조한다. 지난 2004년 탄핵 정국과 차떼기 정국에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살린 박 전 대표의 공로를 내세우며 ‘주인 의식’을 표출한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분당을 꺼내든 사람들을 겨냥해 ‘배은망덕’이라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가 스스로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이 분당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무리 세종시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운다 해도 실제 분당하기에는 정치적 명분이 약한 데다 보수 분열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종시 해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리면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 분당설이 언제든지 또 튀어나올 수도 있다. 세종시특별법이 국회로 넘어오고 대결이 본격화되면 분당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분열 위기의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다.

02.  민주당-참여당-진보 세력 등 범민주 연대 가능할까?

‘사이좋게 같이 밥상에 앉으라고 한다. 그러나 도시락을 나누어먹을 생각은 없다.’ 범민주 연대 전선에 대한 각 야당들의 표정은 떨떠름해 보인다. 민주개혁 진영으로부터 압박은 느끼지만, 막상 손을 잡을 의지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4곳과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야 5당이 함께하는 ‘5+4 연대 기구’가 만들어져 논의 중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안산 상록 을 재·보궐 선거에서 경험했듯, ‘선의’보다는 ‘힘’이 더 중요하다. 민주당 후보가 지지율에서 훨씬 앞섰기 때문에, 민노당·진보신당이 밀었던 ‘시민후보’와의 연대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주당으로서는 ‘굳이 연대 안 해도 이기는데 꼭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민주당 패권주의’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맏형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라는 논리와 “맏형이라고 해서 다 양보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주장을 동시에 펼친다. 내부적으로는 서울시장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는 특히 더 양보하기가 힘들다는 분위기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도 정리되지 않았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월27일 참여당을 겨냥해 “연대가 아니라 통합이 먼저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통합과혁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도 “이과는 이과, 문과는 문과대로 계열별로라도 구분이 있어야 연대도 하지 않겠느냐. 같은 계열인 민주당과 참여당이 합치고,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통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연대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참여당은 “지금은 근본적 차이를 인정하고 장점을 살려 연대하는 것이 정치 발전과 ‘반한나라당’ 승리를 앞당기는 것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진보 세력의 통합 문제도 난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진보신당은 ‘통합’을 주장하는 민노당에게 “통합보다는 연대가 우선이다”라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방울’이 아쉬울 정도로 박빙 상황이 되면, 급속하게 판이 정리될 수도 있다. ‘희망과 대안’ 공동위원장인 백승헌 변호사는 “지금은 10단계 중에서 2~3단계 정도에 와 있다. 서로 ‘신의’를 쌓아나가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03. 청와대의 개헌 카드가 몰고 올 향후 정국의 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어 온 개헌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당장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력은 작아 보이지만, 지방선거 결과가 불러일으킬 후폭풍을 덮기에는 충분한 메가톤급 이슈가 미리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청와대와 여권 주류가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안이 실패하고 악화된 민심으로 인해 지방선거 참패가 현실화되었을 경우, 관례적 수순에 따라 여권의 책임론과 전면적 쇄신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정권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전국 선거 참패와 그에 따른 여권 재편은 권력의 레임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에게 최악의 국면을 대비할 카드 마련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헌 정국의 도래는 친이계의 정국 주도권을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미래 권력의 영향력이 팽창되는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최근 정몽준 대표 등 여권 주류에서 제기하는 개헌론의 의제가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에 초점이 맞춰질수록 개헌 정국은 사회·시대적 어젠다 중심의 대결보다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직선제, 또는 4년 연임 정·부통령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과 야당의 당론을 차치하고라도 여권 주류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헌이 권력 체제와 정계 재편에 집중할수록 여당 내부의 분열과 야당과의 정치적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7월 전당대회에서 여당의 제2기 권력 지도가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개헌 정국의 향배가 결정되겠지만, 친이-친박 중 개헌 정국의 칼자루를 누가 쥐든 지금의 개헌론은 ‘양날의 칼’이 될 수밖에 없다.

조진범 | 영남일보 정치팀장 · 이유주현 | 한겨레 정치팀 기자 · 이경헌 |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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