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들은 왜 ‘지도 싸움’에 빠져들었나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2.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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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마다 경쟁적으로 서비스 강화에 나서…달라진 모바일인터넷 환경이 자극제 노릇

 


정보 검색 기능 가운데 하나로만 여겨졌던 지도 서비스가 포털사이트의 핵심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 비용이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서비스이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한 각 포털사이트는 지도 서비스 강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털업계는 지도 서비스 활성화가 검색 광고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도 서비스 경쟁에 포문을 연 것은 다음이다. 다음은 지난해 1월 로드뷰와 스카이뷰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드뷰와 스카이뷰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다음의 지도 서비스 이용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이전까지 100만명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던 주간 유니크 방문자(동일 페이지에 같은 사람이 방문한 회수를 제외한 수치)가 2009년 1월 한 달 동안 2백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다음 지도 서비스 유니크 방문자는 지난 한 해 동안 꾸준히 늘어나며 3백만명에 근접했다. 5백만명 중반 수준인 네이버 지도 서비스 유니크 방문자에 비해서는 아직 모자라지만 격차를 크게 줄였다. 지도 서비스 1인당 이용량에서는 오히려 다음이 네이버를 앞서고 있다.

 로드뷰는 실제 거리 모습을 고해상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보여준다. 직접 가보지 않은 곳이라도 실사로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찾고자 하는 건물과 거리 외형뿐만 아니라 간판이나 도로 이정표 등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로드뷰 이미지는 전후좌우를 담당하는 카메라 4대와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한 차량을 이용해 10m마다 한 장씩 촬영한다. 좌표 기록을 기준으로 삼아 카메라 4대가 찍은 이미지를 짜깁기해서 타원 형태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만든다. 국내 주요 도로 전체 20만㎞ 중 절반 정도에 대한 촬영을 마쳤다. 최근에는 서울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주요 도로에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모든 도로로 확장했다. PC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서울 시내 모든 골목 모습을 직접 가지 않고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스카이뷰는 비행기에서 촬영한 항공 사진을 지도화한 것이다. 주요 지역뿐만 아니라 도서·산간 지역까지 전국 전체를 픽셀 당 50cm급 고해상도 사진으로 커버하고 있다. 네이버와 구글이 제공하고 있는 위성 사진보다 화질이 선명하다. 비행기가 촬영하는 만큼 기후 상황이 변수로 작용해 전국을 찍는 데 1년이 걸린다. 용량이 큰 이미지를 압축하고 쪼개서 웹서비스에서 맞추는 작업을 거쳐 지도로 완성된다. 정대중 다음 로컬서비스팀장은 “실제 사진을 지도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스카이뷰는 국가 보안이나 기업 정보와 관련된 부분을 제거하고, 로드뷰는 행인 얼굴이나 차량 인식 번호 등 개인 사생활 침해 요소를 보정하는 작업을 거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맥 못추던 구글도 스트리트뷰 국내 서비스로 반격 나서 

네이버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다음에 뒤져 있는 실사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항공 파노라마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국 주요 지역과 관광지를 항공기에서 여러 각도로 촬영한 사진을 파노라마로 구성한 것이다. 국내 1위 항공 사진업체와 손잡고 전국의 상세한 항공 사진 지도를 제공하는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음 로드뷰와 비슷한 길거리 실사 이미지 서비스도 구현할 계획이다. 네이버 지도 서비스 담당자는 “지도 사용자들의 선택 기준은 화면 자체가 보기 좋은 지도 중요하지만, 검색 결과의 최신성·정확도에 따라 좌우된다. 최신의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표시하는 방법에 만전을 기하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무료 지도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도 서비스에서 네이버, 다음은 물론이고 야후, 네이트 지도 서비스와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구글어스와 스트리트뷰로 지도 서비스에 혁신을 가져온 글로벌 기업이라는 위상이 무색할 정도이다. 구글코리아에 지도 서비스 담당자가 없을 정도로 그동안 국내 지도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구글은 길거리 실사 이미지 서비스인 스트리트뷰 국내 서비스를 반전 카드로 들고 나왔다. 김지아 구글코리아 홍보담당자는 “정확한 개시 시점은 밝히기 어렵지만 본사에서 총괄해 국내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위한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달라진 모바일인터넷 환경은 지도 서비스 환경도 바꾸고 있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은 모바일인터넷 시대 킬러 콘텐츠로 꼽힌다. 현실 세계에 부가 정보를 겹쳐서 보여주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탑재한 GPS, 전자 나침반, 중력 센서 등을 이용한다. 증강 현실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위치 기반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유·무선 지도 서비스가 연동되면 길 찾기, 지역 정보 검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계된 서비스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감 있는 이미지와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위치 기반 서비스로 진화하는 지도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생활도 바꾸고 있다. 더 이상 약속 장소에 늦은 친구에게 자기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전화로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자기 위치를 전송하기만 하면 GPS와 전자 나침반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 정확히 길을 안내한다. 예전 여행지에서 찾아갔던 음식점 연락처를 알아보기 위해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려 음식점 이름을 알아낼 필요도 없다. 길거리 실사 이미지 서비스로 근처를 둘러보며 간판을 찾아내면 된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답사를 하는 시간도 현격히 줄었다.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면 집 주변 환경을 사진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항공 파노라마를 이용하면 코스 공략법을 찾아낼 수 있다. 정대중 다음 로컬서비스팀장은 “실사 이미지와 모바일 환경은 지도 서비스 이용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도 서비스가 기반이 되겠지만, 기존과는 다르면서 실제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올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지도 서비스의 과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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