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정보센터’ 증강 현실, ‘대세’가 되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3.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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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어플리케이션으로 스마트폰 시대의 ‘킬러 콘텐츠’ 될 전망

 

▲ 증강 현실을 활용한 ‘arPharm-약국 찾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주변에 있는 약국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이다. 증강 현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극소수만 알고 있던 생경한 개념이다. 증강 현실은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해서 현실과 관련된 정보와 영상을 결합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예컨대, 카메라로 거리를 비추면 원하는 정보가 디스플레이 화면 안에 겹쳐서 구현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 시대에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08~12년 유망 10대 기술 중 하나로 증강 현실을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는 증강 현실 시장 규모가 2010년 2백만 달러 미만에서 2014년에는 7억3천만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주변에 있는 커피전문점을 찾아주는 아이니드커피(ineedcoffee)가 지난 1월 선보여 인기를 얻으면서 지하철역 입구를 알려주는 어디야(Odiyar), 주변 약국 위치를 찾아주는 ‘arPharm-약국 찾기’ 같은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국내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이나 점포 정보를 제공하는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으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관심을 두는 저변에는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갖추면 트렌드를 앞서 나가는 이미지를 가진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아이니드커피를 제작한 제니텀은 KT와 제휴를 통해 네스팟존을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한다. 시중 은행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의뢰하고 있다. arPharm-약국 찾기를 출시한 제닉스스튜디오에도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일희 제닉스스튜디오 대표는 “기업들 사이에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도입 초기에 너도나도 홈페이지를 구축하려던 것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다수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 GPS, 디지털 자기 센서를 이용한 위치 기반 서비스이다. 이같이 센서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은 곧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어플리케이션과 마찬가지로 결국 아이디어와 정보 공개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일희 대표는 “단순한 형태인 arPharm-약국 찾기를 제작하는 데 3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약국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 네이버 지도 검색을 이용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정확한 약국 정보를 받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센서 인식’은 곧 보편화…‘영상 인식’ 기반 기술도 현실로

▲ 제니텀에서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인 영상 인식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 ‘아이캣’을 시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센서 인식의 다음 세대는 영상 인식 기반 증강 현실이다. 카메라에 포착된 사물을 직접 인식하거나 마커(영상 인식을 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표식)를 간접 인식해서 그 위에 증강 현실 정보를 덧붙이는 것이다. 지난 3월23일 출시된 스캔서치가 영상 인식 기술을 이용한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이다. 카메라로 영화 포스터, CD 커버, 도서 등을 비추면 관련 정보가 떠오른다. GPS를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제니텀이 다음 달에 출시할 예정인 아이캣(i-kat)도 영상 인식 기반 증강 현실을 잘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길 잃은 고양이를 키우는 스마트폰용 게임으로, 기존 애완동물 게임이 가상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과 달리 자신이 위치한 현실 장소에서 키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물 위치를 따라가는 자체 개발 기술 디트렉(D-Track)을 기반으로 해서 카메라에 비친 현실 속 사물의 모양·거리·크기를 계산한다. 거실 소파 위에 고양이가 있다면 카메라를 아무리 움직여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카메라를 가깝고 멀리함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식으로 구현된다.

영상 인식 기반 증강 현실은 산업 현장이나 자동차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전용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 공정 과정에 필요한 부품 관련 정보와 순서 등을 증강 현실로 제공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는 영상 인식 증강 현실을 이용해 먼지와 안개 등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도로에서 전면 유리에 외부 상황 정보를 띄워주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제니텀은 전세계적으로 영상 인식 기반 증강 현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업체이다. 단순히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구현을 위한 증강 현실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본업이다. 김희관 제니텀 대표는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비추는 사물의 좌표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3차원으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기술이다. 이 기술이 갖추어져 있어야 그 위에 3D 캐릭터나 영상 정보를 입히는 영상 인식 기반 증강 현실이 구현된다”라고 설명했다. 제니텀을 제외하면 오스트리아 ICS, 독일 메타이오 정도가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CS는 얼마 전 스냅드래곤을 만든 세계적인 모바일 프로세서업체 퀄컴에 인수되었다. 퀄컴은 오스트리아에 연구 기지를 두고 자사 프로세서에 영상 인식 기술을 접목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희관 제니텀 대표는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원천 기술은 거의 없다. 영상 인식 증강 현실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해 불필요하게 해외로 빠져나가는 라이선스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증강 현실, 인쇄 매체에도 희망 비추나

증강 현실은 인쇄 매체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 미국판은 지난해 12월 증강 현실을 도입했다. 일부 페이지에 마커를 부착해 독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PC로 부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자가 스마트폰이나 PC로 잡지를 비추면 관련 3차원 동영상이 떠오른다. 잡지를 움직이면 그에 따라 각도와 원근감이 조정된다. 예를 들어, 증강 현실이 구현된 자동차 광고 페이지를 비추면 내·외관이 비치는 식이다. 잡지 위치를 변경하면 카메라가 따라가듯이 영상도 바뀌게 된다. 패션 브랜드 베네통이 발간하는 <Colors 매거진>은 모든 페이지에 마커를 부착해 증강 현실을 구현하기도 했다.

증강 현실은 인쇄 매체가 가진 2차원이라는 한계를 깨뜨릴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인쇄 매체도 다른 뉴미디어처럼 동영상과 부가 정보 구현이 가능하다. 인쇄 매체가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국내 인쇄 매체 일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관 제니텀 대표는 “<에스콰이어>와 <Colors 매거진>이 사용한 마커 방식은 지면을 훼손한다는 단점이 있어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마커 없이 영상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인쇄 매체가 가지는 거부감도 없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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