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손학규를 선택한 이유
  • 성병욱 / 현 언론인 ()
  • 승인 2010.10.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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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그는 민주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 출신이 아니다. 경기도 출신으로 경기도에서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전통 야당의 ‘적통’도 아닌 한나라당 출신이다. 학생운동을 한 운동권 출신이기는 하지만 진보·좌파로 보기도 어렵다.

 왜 이런 사람을 점점 진보 색채가 짙어지는 민주당이 새 간판으로 세운 것일까. 거기에는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과 아울러 당 지도부와 풀뿌리의 이념적 간극이 작용한 것 같다. 집권 10년을 경험한 민주당원들로서는 정권 교체와 재집권이 만년 야당 시절보다는 훨씬 절박하다. 그런데 지금 같은 열악한 야당 상황으로는 그 꿈을 꾸기조차 버겁다. 이런 상황의 타개는 좁아진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호남에 고립되다시피 한 현재의 지역 기반으로는 집권 전망이 서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좁은 지역 핸디캡의 활로를 충청 민심을 끌어들이는 김종필과의 연대 ‘DJP 연합’에서 찾았다. 그리고 5년 후 당의 고정 기반인 호남 출신이 아닌 영남 출신 노무현을 내세워 정권 재창출을 이룩했다.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 공약이 그 외연을 충청도로까지 확대하는 데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떠오른 데에는 광주의 전략적 선택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유력한 호남 출신 후보들을 제쳐놓고 노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고, 그 후 시·도별 대회의 풍향을 이끌었다. 이번 손대표의 선출 과정에서도 광주의 당원·대의원들의 선택은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역 기반뿐 아니라 진보·좌파로 자리매김한 듯한 민주당 지도부의 성향도 풀뿌리 당원 및 지지층과는 간극이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 대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 야당은 원래 민주주의와 중산층·서민의 이익 보호를 내세우는 중도 내지 중도 우파 정당이었다. 김 전 대통령마저도 대선 때는 스스로를 중도 우파라고 주장했고, 보수적인 김종필과의 DJP 연합을 통해 보수적 유권자들의 의구심을 다독였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민당에서 보는 것처럼 외국의 좌파 정당들도 좌파 성향을 강화할 때보다는 중도화되어 ‘제3의 길’을 걸을 때 집권 가능성이 커진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줄곧 중도적인 ‘잃어버린 6백만표’를 찾아와 재집권하겠다고 약속한 손대표의 손을 들어준 풀뿌리 민주당원들의 선택에서 집권을 향한 강한 전략적 마인드가 읽힌다.

 중원을 차지한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처럼 우리 선거에서도 이념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중간 세력을 더 끌어들이는 쪽에 승리가 돌아갔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유난스런 공정성 강조와 서민 행보, 민주당의 전략적인 손학규 대표 선택으로 2012년을 향한 여야의 레이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모두 자기당의 고정 지지층이 아닌 중간·중도 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그 구애에 진정성과 지속성이 있느냐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는 최근 진보 조급증과 친북 성향을 보이는 지도층이 적지 않아 손대표의 중도 포용 전략이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손대표가 ‘담대한 진보’ 같은 현란한 레토릭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을 선택해준 풀뿌리 당원들의 열망에 부응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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