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거리’를 밝힌 국적 다른 모녀의 사랑
  • 이진주 인턴기자 ()
  • 승인 2011.01.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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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엘레나 씨

김경희씨(56)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에게는 특별한 가족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수양딸 엘레나 씨(31)이다. 김씨는 “엘레나는 이명박 대통령도 두 번이나 만난 대단한 딸이다”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원곡동 외국인통역지원센터에서 통역상담사로 일하는 엘레나 씨는 지난해 2월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통역을 맡았던 재원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두 사람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경희씨의 식당 옆 건물에 엘레나 씨가 이사 오면서부터다. 결혼이민자인 엘레나 씨가 부른 배를 안고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김씨는 애틋한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엘레나 씨는 ‘식당으로 들어와 밥 먹고 가라’는 김씨의 따뜻한 말에 ‘새침데기’ 같은 태도로 응수했다. 그러나 김씨는 엘레나 씨에게 ‘유아 권장도서 목록’을 챙겨주고 살갑게 말을 걸었다. 김씨는 “러시아에 있는 엘레나의 친어머니가 자신과 나이가 같다는 얘기를 들은 후 애틋한 마음이 더해졌다”라고 말했다.

출산 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엘레나 씨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김씨는 엘레나 씨에게 김치도 담가주고, “옷 잘 챙겨 입으라”라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한국 엄마’가 되었다. 엘레나 씨의 퇴근이 늦어질 때면, 김씨는 수양딸의 여섯 살배기 아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돌봐준다. “엘레나 씨의 어떤 점이 가장 예쁘냐”라는 질문에 김씨의 대답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검소한 생활, 강한 생활력, 주변 사람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 그러면서 김씨는 “더 잘해주고 싶은데 돈이 없고 힘이 없어 말을 따뜻하게 건네는 것 말고는 해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요즘 김씨는 엘레나 씨에게 간단한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다. 엘레나 씨의 친어머니가 한국에 오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엘레나 씨는 “한국 엄마랑 우리 엄마랑 셋이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의 가장 큰 바람은 “엘레나가 얼른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좋은 직업을 얻어,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엘레나 씨는 1년 반째 한국 국적 취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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