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 모두투어 “하나투어, 게 섰거라”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07.12 18: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부터 가파른 성장세…공격적으로 격차 줄이기 나서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1위 자리로 올라설 수 있을까? 국내 여행업계 2위 모두투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50억원을 달성했다. 그동안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던 하나투어는 같은 기간 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수익성 면에서 모두투어가 처음으로 하나투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여세는 이어졌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3분기에 영업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2천1백32.7% 늘어난 수치였다. 모두투어의 무서운 추격전은 2011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송창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두투어가) 이번 분기에도 경쟁사 대비 높은 마진율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내다보았다.

▲1993년 국진여행사 설립▲1996년 ‘하나투어’로 상호 변경▲2000년 11월 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2011년 1분기 매출액 640억원/순이익 100억원 (자료 : KB투자증권)


하나투어, 기존 여행 시장 패러다임 바꿔

시작은 한 울타리에서였다. 18년이 넘게 여행업계 최대 경쟁사로 묘사되지만 출발은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였다. 국내에서 여행업이 이제 막 싹을 틔우려던 1980년대,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과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고려여행사 영업팀장과 사원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여행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그들은 1989년 국일여행사를 설립했다. ‘여행 도매상’을 자처한 국내 최초의 도매(홀세일) 여행사였다. 그러나 우회장과 박회장의 의기투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상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박회장은 독립했다. 그리고 1993년 하나투어의 전신인 국진여행사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박회장의 독립은 성공적이었다. 1996년 회사명을 하나투어로 바꾸고 2000년 11월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여 년 전 작은 여행사 영업사원이었던 박상환 회장은 기존 도매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시장을 장악해가기 시작했다. 항공사로부터 좌석을 미리 공급받고 대금을 미리 지불하는 선(先)결제 방식이 항공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며 모두투어와의 격차를 벌렸다. 

하나투어는 현재 12만여 개의 여행 서비스 상품을 기획해 전국 7천여 개 소매 여행사 및 주요 포털 사이트, 금융사와 같은 제휴사에 판매하고 있다. 다른 여행업체를 압도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06년 5백80여 개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업체만 해도 2010년 기준 1천60개로 확대되었다.

규모뿐만 아니라 변화를 시도하는 신선한 바람도 꾸준히 불었다. 지난 2004년 6월에는 온라인 홀세일 시스템인 하나투어닷컴을 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여기에서 받은 예약분을 다시 대리점으로 넘겨주는 모델로 발전시켰다. 이미 1999년부터 도입한 해외 현지 직영제는 세계 28개 지역에 현지 직영 법인과 네트워크를 만들며 세계 무대 진입을 알렸다. “기존의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박회장의 판단은 하나투어의 설립과 함께 시작되었다.

2010년 기준 하나투어의 시가총액은 5천2백62억원으로 3천7억원인 모두투어를 크게 앞서고 있다. 매출액은 2천1백81억원, 영업이익에서도 2백7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여행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나투어와 비교했을 때 모두투어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크게 뒤떨어진다. 연간 매출액 1천1백71억원, 영업이익 1백94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동안 모두투어는 브랜드 가치나 인지도, 실적 면에서 수세를 면치 못했다. 후발 주자였던 하나투어의 후광에 가려지기 일쑤였고, 실제로 모두투어가 수치로 보여주는 기록들이 그러했다. 코스닥 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투어는 하나투어에 이어 2005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대세는 하나투어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모두투어의 전신인 국일여행사 시절 우종웅 회장은 박상환 회장이 제안했던 증시 상장을 거절했는데, 이것이 결국 모두투어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1989년 국일여행사 설립▲2005년 ‘모두투어’로 상호 변경▲2005년 7월 코스닥 상장▲2011년 1분기 매출액 340억원/순이익 70억원(자료 : KB투자증권)


모두투어, 성장률에서는 하나투어의 두 배

그러나 업계에서는 모두투어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2007년 2.5배의 차이를 보였던 시가총액이 2010년 12월을 기점으로 1.8배 이하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1년 실적에 대한 전망도 밝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두투어의 2011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1% 증가한 2백29억원을 기록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2010년에 세웠던 자체 최고 기록을 불과 1년 만에 갱신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두투어 관계자 역시 “하나투어가 100명 고객을 해외로 보낼 때 모두투어는 45~48명을 보내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55명 수준으로 격차가 줄었다”라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하나투어(14.3%)가 모두투어(8.3%)를 앞서고 있지만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1년 출국자 수는 승무원을 포함해 1천3백13만명으로 예상된다. 2010년과 비교했을 때 5.1% 증가한 수치인데,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충격을 감안할 때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 일본 남부 지역(규슈, 오사카, 오키나와)과 북해도를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점차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또한 성수기 시즌이 되면 재해 영향 지역을 제외한 일본 전 지역의 수요가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해 전년 대비 70% 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2011년을 기점으로 하나투어와의 격차 줄이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행업 자체가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를 통한 추격이 쉽지 않지만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공세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7~8월 성수기 이후 하나투어와의 입지 경쟁도 눈여겨볼 만하다. 성준원 연구원은 “지난 5년간 모두투어의 연평균 영업 수익 성장률은 15.2%를 기록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성장률 7%를 크게 상회해 성장성 측면에서 하나투어를 앞질렀다. 영업이익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2006년 하나투어에 비해서 28.1%밖에 되지 않던 영업이익을 2009년에는 55.5%, 2010년에는 71.4%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향후에도, 영업 수익과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1등인 하나투어에 한 발짝씩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