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실체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8.0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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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역할과 유형 분석해

▲ 팔로워십 바버라 켈러먼 지음더난출판 펴냄424쪽│1만6천8백원

세상이 리더십에만 집중하고 리더십 훈련에만 공을 들이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나서서 ‘팔로워십(followership)’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이었다. 트위터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장은 별다른 파장을 불러오지 못했다.

그렇게 푸대접(?)받았던 팔로워십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08년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서였다. 당시 미국 대선에 대한 분석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인터넷 기반의 신기술이었다. 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이 신기술을 활용해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자에게 무시할 수 없는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다. 오바마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이스페이스(Myspace)에서 4만8천여 명의 회원과 ‘친구’를 맺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는 2만5천여 명에 그쳤다. 비록 그 수는 적을지 몰라도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이들은 오바마가 가는 곳마다 큰 힘을 실어주었다. 클린턴 캠프가 선거 자금을 4백만 달러 모금할 때 오바마는 6백90만 달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급부상한 팔로워의 가치를 인식하고 활용해 결국 정치적 승리는 거둔 예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대 경영사상가 가운데 한 명인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교수는 <필로워십>을 펴내며 “지금은 팔로워의 시대”라고 선언했다. 여러 사례를 들어 팔로워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주장하면서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리더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했다. 급격하게 성장 및 확대되고 있는 팔로워의 가치를 재확인한 저자는 팔로워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각각의 유형을 역사적 사건을 통해 분석하기도 했다. 팔로워십의 문제가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라고도 진단했다. 그러면서 팔로워에게 요청된 팔로워십을 설명함으로써 리더의 역할 또한 재조정해야 함을 역설했다.

최고의 교육기관에서 오랜 기간 리더십을 배우고 가르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리더와 팔로워가 서로 얽혀 있으며, 이제는 리더가 팔로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권력, 권한, 영향력의 역학 관계를 기준으로 더 많이 가진 자를 리더로, 덜 가진 자는 팔로워로 구분했다. 그런 뒤 팔로워의 유형을 리더와 조직에 연계된 정도에 따라 무관심자, 방관자, 참여자, 운동가, 완고주의자로 분류하고 각 유형이 근래에 발생한 유명 사건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살폈다.

과거에도 팔로워는 단순히 리더를 따르는 자가 아니었다. 고대 로마 스파르타쿠스의 노예 반란, 프랑스 대혁명, 한국의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모두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수많은 팔로워가 리더의 지배와 통제에 반대해 변화를 이끈 사건이었다. 그러한 변화가 발전된 기술 문명에 힘입어 오늘날 전세계적 연대와 지지 속에서 힘을 얻고 있다.

기업 내 조직도 좀 더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고, CEO와 중역들은 늘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비자 단체, 환경 단체와 같은 NGO(비정부 기구), 트위터를 통한 투표 독려, 네티즌 수사대, 위키리크스 등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 속에 드러나는 것은 리더가 아닌 팔로워였다. 최근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는 의사 결정에서 팔로워(청중 평가단)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 책은 여전히 위계를 중시하고 조직 운영에 보수적인 한국의 정치와 기업들에 유용한 지침이 될 수도 있겠다. 팔로워의 가치를 인정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저자는 이미 고민을 끝냈으니까. 


▲ 왼쪽부터 이준, 이상설, 이위종.

1907년 7월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자결한 이준 열사. 대한제국 제1세대 검사이자 법률가였던 그의 치열했던 49년 생애가 <황제의 특사 이준>(문이당 펴냄)을 통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이 책은 21년간 검사로 근무 중인 임무영씨와 소설과 동화를 쓰는 그의 아내 한영희씨가 공동으로 구성한 장편소설이다. 두 사람은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역사 자료를 찾아내고 이준 열사의 행로를 쫓아 상트 페체르부르크, 헤이그 등을 직접 방문해 이준 열사 사후 100여 년 만에 그의 일생을 진중히 구현해냈다.

고종 황제의 헤이그 특사로만 알려졌을 뿐 실체를 알기 어려웠던 이준 열사는 한국 최초의 근대적 법학 교육기관인 ‘법관양성소’를 1회로 수료한 법조인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려고 처음 마음먹은 이유는 이준 열사가 훌륭한 검찰 선배이셨다는 점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였지만, 공부할수록 열사가 단순히 검찰 선배에 그치지 않고 구한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였을 때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채 구국을 위한 최선의 길만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셨던 분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준 열사는 생전 올바른 태도와 엄정한 일처리로 백성들로부터는‘호법신’이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지금의 검찰총장 격인 평리원 재판장 이윤용(이완용의 형)과 법무부장관 격인 법부대신 이하영(을사오적 중 한 사람)의 불법적 행동에 저항
하다가 구속되고 결국은 파면까지 당했다. 이준의 이러한 기개를 높이 산 고종 황제는 그를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파견한다. 이준은 이상설, 이위종 두 명의 특사와 함께 일제의 침략을 폭로하며 멸망해가는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각국 대표와 언론에 알리려 노력했으나 세계 열강의 반응은 냉담했다. 100여 년 전 멀고 먼 헤이그 하늘 아래서 이준 열사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 책에는 무엇보다 멸망하는 조국을 향한 이준 열사의 고뇌와 아픔이 진지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 그의 아픔을 알게 되면 이준 열사가 남긴 유훈이 여전히 유효해 귓가에 쨍하며 울리는 것을 어찌 할 수 없다.

“사람이 산다함은 무엇을 말함이며, 죽는다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아도 살지 아니함이 있고 죽어도 죽지 아니함이 있으니 살아도 그릇 살면 죽음만 같지 않고 잘 죽으면 오히려 영생한다. 살고 죽는 것이 다 나에게 있나니 모름지기 죽고 삶을 힘써 알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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