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진창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여성들
  • 경남 창원·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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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일 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이 성매수 남성에게 목이 졸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이 여성이 피살된 데에는 안타까운 점이 적지 않았다.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

▲ 창원시 상남동에 밀집한 유흥업소들. 한 빌딩에 층별로 노래방, 주점, 모텔 등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아~악!” 지난 11월1일 새벽 5시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있는 한 모텔에서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모텔 주인은 깜짝 놀라 방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함께 투숙한 남성은 “괜찮다”라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30~40여 분이 지나고, 그 남성은 황급히 모텔을 빠져나갔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모텔 주인이 방으로 올라가 보니 한 여성이 숨져 있었다. 바로 김지원씨(가명·28)였다. 

김씨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같이 투숙한 33세의 성매수 남성에게 목이 졸려 숨진 것이다. 새벽 5시 무렵의 비명 소리는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전조나 다름없었다.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그 남성은 사건 직후 몇 시간 만에 자신의 집에서 붙잡혔다. 창원시 중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범인은 ‘취해 있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만 했다. 하지만 건물 CCTV에 모텔에 드나든 것이 다 찍혀 있어서 살인 혐의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용의자는 지난 11월10일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움이 더했던 것은, 1일 새벽 모텔에서의 비명 말고도 김씨의 죽음을 알리는 징조가 더 있었다는 점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끔찍한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다. 기자가 지난 11월14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과 상남동 일대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 찾아갔을 때, 김씨의 죽음과 관련된 소문이 무성했다. 이 가운데에는 그녀가 죽은 1일에 노래방에서 있었던 상황에 대한 꽤 자세한 증언도 있었다.

상남동 일대 유흥업소 여성들이 자주 드나드는 한 주변 업소  관계자는 “김씨는 ㅍ모텔 아래층에 있는 노래방에 ‘성매매 대타’로 들어갔다. 노래방에 있었던 남자 손님 두 명 중 한 사람이 2차를 가자고 계속 조르며 도우미를 괴롭혀서 그 도우미가 화장실로 피했고, 그 사람이 다시 화장실까지 따라가는 등 승강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노래방 주인이 대타를 불렀는데 그 대타가 공교롭게도 김씨였다”라고 말했다. 업소 관계자는 “노래방 주인은 꺼리는 김씨를 ‘평소 잘 알고 있는 손님이니 잘 부탁한다’라며 달래기까지 했다고 한다. 앞서 그 정도 승강이가 벌어졌으면 적어도 도망간 도우미나 노래방 주인이라도 도와줬어야 했는데…, 이쪽 사람들이 원래 ‘나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결국 사고가 터진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평소에 상남동 폭파해야 한다고 자주 말해”

▲ 창원 지역 여성 단체들이 숨진 김씨를 위해 마련한 분향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취재 결과 더 심각한 문제도 드러났다. 한 여성의 비참한 죽음이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지지도 못한 채 그대로 묻혀버릴 뻔했다는 사실이다. 김씨가 죽고 난 뒤, 평소 그와 친동생처럼 지내왔던 김씨의 지인 이 아무개씨(21·여)는 연락이 닿지 않는 김씨의 행방을 찾아 한동안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이씨는 김씨가 죽은 지 이틀 뒤인 지난 11월3일 김씨의 지인으로부터 “상남동 일대에 노래방 도우미가 피살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상하게 요즘 지원이가 보이지 않는다. 알아봐야겠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이씨는 창원시 일대 병원 영안실을 돌며 김씨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천신만고 끝에 11월4일에서야 창원병원 영안실에서 입관된 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씨는 김씨의 죽음에 대해서 경찰로부터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이씨는 “병원 영안실에 찾아갔더니 영안실의 한 관계자가 ‘유족이 찾아오지 않아 ‘행려 처리(무연고자 사망)’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다행히 미니홈피를 통해 언니가 청소년 시절 가출해 줄곧 지내왔던 보호시설의 관장님께 연락이 닿았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 김씨를 돌보았던 조정혜 ‘로뎀의 집’ 관장은 이씨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창원병원으로 달려왔다. 조관장은 “지문만 확인하면 유족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닌데 경찰이 유족에게 연락한 시점이 사고가 터진 후 나흘이 지나서였다. 또 맨 처음 영안실에 찾아갔을 때 그쪽에서 행려 처리를 하면 돈도 얼마 들지 않을 것이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했다. 화가 나서 바로 빈소를 꾸렸고, 지역의 여성 단체에게 도와달라고 연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창원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문 추적 후 유족을 찾아 연락한 시점이 11월4일 오전이다. 피살 사건 현장에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없어서 연락이 늦어졌던 것이다. 유족에게 연락을 했을 때, 그들은 6일에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씨가 병원에서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는 유족이 찾아오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때문에 아마 병원측에서 ‘유족이 오지 않으면 행려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했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극적인 경찰 수사에 대한 여성 단체와 지역 사회의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7일 경남 지역 여성 단체를 비롯한 기타 10여 개 지역의 여성 및 시민 단체들은 김씨의 피살 사건을 알리기 위해 ‘성 구매자에 의한 여성 피살 사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후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는 “만약 김씨의 지인이 그의 죽음을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경찰이 그대로 죽음을 덮어버릴 의중이 있었을 것이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중앙동과 상남동 일대에 만연해 있는 성매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도 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 및 시민 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 수사도 다시 적극성을 띠는 모양새이다. 현재 경찰은 상남동 일대의 성매매 업소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씨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작성한 장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지난 8월31일부터 10월26일까지 작성한 장부 기록에는 금액 면에서 성매매로 보이는 건수가 꽤 많았다. 현재 이와 관련된 총 14개 주정업체를 대상으로 성매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 이번 피살 사건에 연루된 ㅎ직업소개소와 ㅇ노래방 업주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 피살 사건이 있고 난 뒤 창원시 중앙동과 상남동 일대는 잠시 조용해졌다. 거리를 메우던 불법 전단지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상남동의 한 노래방 업주는 “왜 중앙동에서 터진 일을 가지고 상남동까지 같이 옭아매는지 모르겠다”라고 푸념했다. 하지만 죽은 김씨는 평소 ‘상남동을 폭파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김씨가 일했던 유흥업소들이 대부분 상남동에 몰려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씨는 “언니(김씨)는 원래 남자의 손길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한 번은 남자 손님과 다투다 얼굴이 자주빛이 될 때까지 맞은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런 김씨가 성매매까지 나서게 된 데는 분명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안 하면 일할 곳이 없을 정도”

상남동 일대에서 도우미로 일했던 한 23세의 여성은 “상남동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성매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도우미는 남자들이 잠자리를 같이할 여자를 ‘초이스’할 때, 선택을 늘리기 위한 ‘들러리’ 같은 존재이다. 원래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룸살롱에 가면 마담들이 속칭 ‘밀빵’(룸에 소속된 업소 여성들을 먼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한다. 그런데 만약 손님이 도우미를 선택하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해야 한다. 업소에서는 이미 2차 비용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해야 한다며 협박을 한다. 안 하면 손님이 낸 돈을 대신 노래방 업주에게 내야 하고, 일한 돈도 받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보도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상남동 일대에 성매매가 워낙 만연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그 많은 유흥업소 중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떠밀리듯 성매매에 나서지만 이들을 보호해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보도방에서 일하는 24세의 또 다른 여성은 “한 번은 2차(성매매)에 나가서 손님이 침대에 던지고 때리며 행패를 부리는 통에, 무려 3시간 동안 모텔에 감금된 적도 있었다. 보도방 소장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했지만 사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 소용이 없었다. 결국 노래방 업주가 찾아와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상남동 유흥가에서 성매수 남성의 폭력에 휘둘리는 업소 여성들의 피해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창원시에서 성매매피해 여성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연 소장은 “이곳에 온 성매매 여성들은 심지어 목숨을 내놓고 몸을 팔았다는 소리를 한다. 폭행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업소나 보도방에서는 우선 피해 신고를 하면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일을 못하게 될까 봐 걱정부터 한다. 때문에 큰 사고가 터져도 쉬쉬하며 덮어버린다. 이번 피살 사건은 정말 드물게 외부에 알려진 경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피살 사건에 연루된 ㅎ직업소개소는 원래 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입막음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일로 그중 일부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라고 귀띔했다. 

창원시 중앙동과 상남동의 성산 상업지구에는 유흥업소가 전국 최대 규모로 몰려 있다(38~39쪽 딸린 기사 참조). 성산 상업지구 유흥가 일대에는 학원가와 주택가 또한 밀집해 있다. 그렇기에 ‘이곳은 어린 시절부터 유흥 문화에 노출되기 쉽다’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상남동의 한 20대 주민은 “워낙 어릴 때부터 보던 풍경이라 이곳의 심각성에 대해서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서 도우미를 부르지 않는 노래방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수백 개나 되는 노래방 중에 한두 곳 정도가 순수하게 노래만 부르는 곳이다. 이곳들은 아예 간판에 ‘가족과 함께 가는 곳’ 혹은 ‘도우미를 부르지 않는 곳’이라는 표시까지 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정혜 관장은 “결국 상남동에 만연한 성 착취 산업이 지원이를 죽인 것이다. 업주들은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유흥업소에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를 둘 수도 있다’라는 규정이 있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군다. 이런 규정 때문에 이렇게 성매매가 양성적으로 퍼지게 된 것을 모르는 것인가”라며 “대책위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뿐만 아니라 법 개정에 대한 요구도 함께 진행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왜 노래방 도우미 일에 나서게 되었나 

김지원씨의 생은 누구보다 주름이 깊었다. 그동안 겪었던 시련이 깊었던 탓에 유혹에 쉽게 무너졌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으로부터 버림을 당하고 네 살 때 입양되었다. 하지만 아들만 셋인 집에서의 ‘더부살이’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김씨의 한 지인은 “지원이가 종종 양부모로부터 학대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공부를 무척 하고 싶었는데 학교에 보내주지 않고 집안일을 시키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마음에 쌓인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가출을 하게 된다. 그러다 지난 1998년 경남 마산의 한 가출 청소년 보호 기관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곳에서 생활하며 중학교를 졸업했고, 그 뒤로 줄곧 혼자 지냈다. 어린 시절부터 자립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생활비를 버는 것은 필수였다. 하지만 번듯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4년 전 즈음에는 창원시의 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모았다. 당시에는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함께 살고 있었던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 전인 지난 2008년 남자친구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당시 김씨의 뱃속에는 남자친구의 아이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남자친구의 가족측으로부터 조금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아이는 이내 유산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김씨는 돈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빌려준 보증금으로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할 상황에 몰려 ‘돈이 되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남자친구의 사망 이후 폐인같이 살아왔기에 더욱 그랬다. 그는 한동안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다시피 지냈다. 방에 컴퓨터 3대를 두고 게임을 할 정도였다. 인터넷 게임을 통해 한 친구를 알게 되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일자리를 구하던 그에게 그 친구는 ‘보도방’에 다녀보라는 제의를 했다. 결국 그가 들어간 곳은 창원시 상남동에 즐비한 한 ‘보도방’이었다.

노래방 도우미로 생활한 지 약 1년 반 만에, 그에게 남은 것은 1천만원이 넘는 빚과 나빠진 건강 상태로 앙상하게 마른 몸이 전부였다. 목이 졸려 죽임을 당한 한 노래방 도우미 그리고 ‘무연고자’로 처리되어 아무도 없는 장례식을 치를 뻔했던 것까지. 그의 생은 마지막 장면까지 비참함의 연속이었다.

김씨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꾸려진 대책위의 최갑순 공동대표는 “김씨의 죽음이 세상이 알려지게 된 것은 이 위험한 도시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더는 김씨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리 떼고 저리 떼고…일주일 일해도 쥐는 돈은 1만원 

‘목숨을 내놓다시피 위험한 상황’에서 일을 하면서도 보도방 여성들이 받는 대가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창원시 상남동에서 수년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현재는 쉼터에서 자립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이 아무개씨(여)는 “그곳에 보도방이 많다 보니 ‘보도협회’라는 것이 있다. 보도협회에서는 아가씨들의 속칭 TC(테이블 접대 비용)를 조정한다. 정해진 비용에서도 떼어가는 것이 워낙 많아 일주일을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불과 1만원 정도일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설명에 따르면 상남동의 속칭 TC비는 약 8만원 정도이다. 이 가운데 1만5천원 정도를 보도방 소장이 수수료 비용으로 가져간다. 2차(성매매)를 가게 되면 수수료로 떼어가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 2차까지 가게 될 때의 TC비는 약 22만~25만원 선이다. 노래방 업주는 손님에게 받은 비용을 곧바로 보도방 업소 소장에게 전달하고 보도방에서는 여성들에게 일주일 동안 번 돈을 묶어서 지급한다.

이씨는 “보도방에 들어가기 전에 선불금으로 받은 돈이 있다. 업주는 이 돈을 갚으라는 명목으로 계에 들게 한다. 선불금 이자가 어마어마해서 계는 몇 달 단위로 짧게 든다. 그러면 업주는 일주일간 번 돈에서 곗돈 명목으로 거의 절반 이상을 떼어간다. 거기에서 또 수수료와 기타 지출 명목으로 받은 비용을 떼고 나면 남는 돈이 보통 1만원에서 5만원 사이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매일 오후 8시에서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일했다. 성매매까지 나가는 것은 보통 하루 3차례 정도. 그렇게 번 돈은 적어도 일주일에 4백만원에서 5백만원을 넘어섰지만, 그 돈은 모두 보도방의 업주 손으로 들어갈 뿐 그에게 남은 것은 밀린 집세와 늘어가는 빚뿐이었다고 한다. 결국 그 역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 지 몇 년 만에 수천만 원의 빚더미에 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가 상남동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한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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