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화려한 시대 저물어가는가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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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 출시 늦어지면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급락…주요 업체들의 전방위 압박에 쫓기는 신세

애플의 전성기도 내리막길로 접어들까. 스티브 잡스의 유작으로 불린 아이폰4S가 반짝 뜨는가 싶더니 이내 삼성전자에 밀리며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내년 시장 전망은 더 어둡다. 아이폰5가 걸림돌이다. 출시가 미루어지는 탓에 4세대 이동통신으로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反)애플 진영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삼성전자, 휴렛패커드(HP) 등 주요 업체가 전방위 압박에 돌입했다.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 노트북, 최근에는 특허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방심할 틈이 없다.

아이폰, 북미 지역에서도 위기 고조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캔어코드지뉴이티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0월 아이폰4S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14.3%에서 20.3%로 끌어올렸다. 애플의 상징적 존재였던 스티브 잡스가 갑작스레 사망하고 이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우려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고무적인 결과이다. 아이폰5를 애타게 기다렸던 사용자들에게는 아이폰4S가 다소 서운하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4S는 구매욕을 자극했다. 아이폰 역사상 첫 주 최다 판매량 기록을 세웠고 지난 10월11일부터 미국 등 7개국 판매, 10월 말 22개국 판매, 11월 홍콩과 한국 등 3차 지역 판매 등 아이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빠르게 공급을 확대했다. 스티브 잡스의 유작이라는 점과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시리’에 대한 호평을 등에 업고 나온 아이폰4S는 무려 6%에 달하는 점유율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아이폰4S의 선전에도 애플은 지난 3분기 시장 점유율 선두 자리를 뺏겼다. 4분기에도 왕좌 자리를 되찾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 자리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갤럭시S 시리즈로 4세대 이동통신(LTE)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삼성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서유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22.9%(판매량 기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분기 23.2%에서 소폭 하락한 수치이지만 올 한 해를 통틀어 보아도 19.5%의 점유율로 18.0%의 애플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애플은 각각 15.7%, 11.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RIM)에 쫓길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4분기 각각 18.9%, 17.7%, 16.0%, 19.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데 이어 내년 전체로는 17.9%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방인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애플을 향해 우려 섞인 시선을 낳게 한다. 올해 초 정점을 찍은 애플은 이후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그래프 참고).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북미 시장에서 18.9% 점유율로 3위에 그쳤지만 사실상 1위 애플과의 점유율 차이는 불과 3%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선두 업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애플의 활로는 앞으로 출시될 아이폰5에 있다. 아이폰5는 LTE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매체 니케이비즈니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애플이 LTE 지원 아이폰5를 내년 가을께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애플이 듀얼코어에 이은 쿼드코어 탑재 테스트에 돌입했다는 소문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LTE 경쟁에서 뒤늦게 대열에 합류할 애플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동안 애플은 독자적인 LTE 기술이 없어 삼성전자, HTC, LG전자 등에 선수를 빼앗긴 상태였다. 아이폰5에 거는 사용자들의 기대는 그래서 더욱 커지고 있기도 하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애플은 아이폰4에 사용하고 있는 칩셋이 아닌 3G와 LTE를 동시에 지원하는 퀄컴의 칩셋으로 부품 공급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LTE 칩셋의 부피와 소비 전력의 문제, 통신망과의 연동 시험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퀄컴이 통합된 칩셋을 내년부터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니 애플의 LTE 지원 아이폰도 2012년에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LTE 시장 진입이 늦어진 애플을 기다리는 수요가 얼마나 될 것인지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국내 업체나 HTC 등이 충분한 기술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고했던 아이패드의 점유율 하락도 심상치 않다. 태블릿PC는 애플이 7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었다. 경쟁자인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애플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아이패드의 미국 태블릿 시장 점유율이 3분기 74%에서 4분기 들어 53%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캔어코드지뉴이티)이 나오면서 태블릿 시장에서마저도 애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울트라북 등장하자 아이패드·맥북도 불안

무서울 것 없었던 아이패드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킨들파이어’이다. 아마존이 출시한 저가 태블릿(1백99달러) 킨들파이어는 아이패드의 3분의 1에 불과한 가격과 아마존이 가진 방대한 콘텐츠를 무기로 출시한 지 석 달도 안 되어 20%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킨들파이어는 이번 분기에만 3백90만대 출하가 예상된다. 킨들파이어의 활약에 삼성 역시 3분기 7.8%에서 4분기 4.8%로 점유율이 잠식되는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PC는 안전할까? 킨들파이어가 저가 제품으로 아이패드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면 5백 달러 이상의 제품군에서는 울트라북이 아이패드와 맥북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울트라북은 인텔이 최근 발표한 차세대 노트북 규격이다. 주요 PC업체들이 12월 들어 일제히 울트라북을 출시했다. 두께와 무게는 기존 노트북의 절반이고 초기 동작 시간은 기존 PC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맥북이 에어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으며 초경량, 초박형, 플래시 메모리 등을 앞세웠는데 울트라북의 사양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물론 애플이 그동안 구축해온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생태계는 강력하다.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누계는 올해 1월 100억건에 달했다가 10개월 만에 다시 1백80억건으로 치솟았다. 애플은 지금도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을 뛰어넘는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기술력이 만만치 않다. 기술 개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애플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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