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치던 종편, 첫걸음부터 비틀
  • 채은하│프레시안 기자 ()
  • 승인 2011.12.2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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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 경쟁하겠다더니 시청률은 0%대 맴돌아…뉴스·다큐 프로그램은 ‘부실·선정성’ 논란까지

jTBC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 ⓒ JTBC
종편이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범 전에 강조했던 “지상파 방송과 경쟁하겠다”라는 선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실제 성적표를 보면,  잘나가는 케이블 방송에도 못 미칠 정도로 대부분 0점대 시청률에서 맴돌고 있다.

시청률 조사 기관 TNms가 지난 12월21일, 종편 개국 다음 날인 12월2일부터 20일까지 유료 매체 가입 가구를 대상으로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 종편 4개 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0.347%였다. 각 사별로는 jTBC가 0.427%로 근소한 차이로나마 앞서나갔다. 그 다음 MBN이 0.35%, TV조선이 0.317%로 각각 나타났으며, 채널A가 0.295%로 가장 낮았다.

이 한 달간의 성적표를 보면, 현재까지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종편이 ‘새로운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또 하나의 케이블 PP’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편의 시청률은 0.3~0.8%대인 상위권 케이블 PP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뒤처진다. 같은 기간 지상파 방송의 평균 시청률은 5.66%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다. 출범 전 종편을 준비하던 신문사의 구성원들이 가장 우려하던, 수많은 케이블 채널 중 하나로 묻히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시청률 상관없이 기업들에 억대 광고비 요구

공공 장소에서 조선TV 뉴스를 보는 사람들. ⓒ 조선 TV
재미있는 것은 종편 채널과 보도 전문 채널 ‘뉴스Y’(연합뉴스)의 12월 개국으로 긴장했던 기존의 뉴스 전문 채널 YTN이 오히려 시청률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시청률 조사에서 YTN은 시청률 0.805%로 케이블TV 채널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YTN은 보도자료를 내 ‘종편 출범 이후 연일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알리면서 ‘지속적인 콘텐츠 강화 그리고 보도 채널 MBN이 종편으로 합류하고 신규 보도 채널(뉴스Y)의 정상적 방송이 늦어지면서 뉴스 시청 수요가 YTN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반면 MBN 내부에서는 “괜히 종편으로 바꾸면서 오히려 시청률이 반 토막 났다”라는 씁쓸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MBN 내부의 이같은 분위기는 종편이 애초 기대했던 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jTBC의 경우에도 종편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가  1~2%대를 오가고 있고, 종편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서 1등을 차지한 <이수근-김병만의 상류 사회>도 1%대 수준이다.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각 지상파에서 스타 PD를 끌어오고 출연료를 높여가며 초호화 캐스팅을 강행한 결과로는 초라한 수준이다.

뉴스와 다큐멘터리에 승부수를 걸고 있는 TV조선도 상황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시청률도 높지 않지만 <조선일보>가 지면에서 ‘TV조선의 메인 뉴스가 연일 특종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홍보하는 것과 달리, TV조선의 ‘특종 콘텐츠’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실제 TV조선은 이미 보도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배후의 돈거래’ 문제를 ‘TV조선 특종’이라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정일 사망 직후에는 위성전화로 북한 주민과 통화를 시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북 휴대전화 특종’이라는 타이틀로 내세웠지만, 네티즌들은 ‘종편의 패기’라고 이름 붙이며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냐” “무리수이다”라고 꼬집었다.

“광고 직접 영업 금지해야” 지적 받기도

채널A 역시 메인 뉴스에서 ‘방송인 A양 동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하는가 하면, 개국일 방송에서 강호동의 야쿠자 연루설 보도를 특종으로 내놓았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개가 살아 있는 다른 개를 뜯어먹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해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채널A와 TV조선의 ‘A양 동영상’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대상에까지 회부되었으나, 여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심의가 보류되었다. 채널A측은 “우리는 선정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낮은 시청률 등 종편의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종편 내부에서는 ‘한 방만 있으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TV조선 윤석암 편성실장은 조선일보 사보와의 인터뷰에서 “개국 초기에는 시청률 확보가 어려울 것을 예상했으므로 (낮은 시청률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초반 3개월 정도 신생 채널로서 적응 기간을 거치다가 대표 프로그램이 터지면 턴어라운드를 맞게 된다. 충분한 워밍업을 한 후 2월에 전진 배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종편이 이렇게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일단 광고 수주가 시청률과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편은 광고주들에게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료를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상당량의 대기업 광고를 끌어왔다. 이들 종편사는 개국 축하금조로 삼성, 현대 등에 30억~40억원대의 광고비를 요구하는 등 30대 기업에 억대 광고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주 형편없는 시청률에 비해 광고는 굉장히 대박을 치고 있다. 종편의 뒤에 거대 신문사가 있고 정부도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바닥이라도 그 시청률에 비해 몇 배의 광고비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불공정 광고비가 오래 지속되면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종편은 자리를 잡게 될 것이고 여타 언론 매체들은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종편의 직접 영업을 금지하고 미디어렙에 의무 위탁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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