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은 왜, '나가수2'보다 '불후의 명곡2'에 줄 설까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2.03.1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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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섭외 두고 두 프로그램의 희비 엇갈려

KBS 와 MBC . ⓒ KBS

“여러모로 쉽지가 않군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형식을 만들었고, 앞으로 시즌2라는 배의 선장이 유력시되는(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김영희 PD의 목소리는 답답해 보였다. <나가수> 시즌2에 대해 묻자, 난색을 표시한다. 김PD는 “후배들이 한창 파업을 하고 있는데 내가 나서서 프로그램에 대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이 좀 그렇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서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방송가에 떠도는 얘기로 섭외가 만만찮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때 이승철이 <나가수> 시즌2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기사가 섣부르게 나오기도 했지만, 곧바로 돌아온 이야기는 “제안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중히 사양했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류의 기사가 나오는 것 또한 이른바 ‘낚시용(?)’인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뭐라 얘기를 하지 않았어도 기사를 풀어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할 정도이니까. 요즘 방송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을 꼽으라면, 바로 ‘섭외’이다. 항간에는 ‘섭외가 만사’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그 섭외가 안 되는 <나가수> 시즌2가 오리무중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나가수> 시즌2와 달리, 후발 주자로 등장해 초반에는 심지어 ‘짝퉁’ 소리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가수>보다 낫다는 평가를 듣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불후의 명곡2>(이하 <불후2>)이다. 시즌2를 준비하는 <나가수>와는 상반되게 <불후2>에는 오히려 참여하고픈 가수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그것은 경연과는 상관없는 ‘즐기는 무대’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이 <불후2>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 가수에게 부담 주지 않는 편안함이 장점

여러모로 <불후2>의 무대는 특유의 편안함이 장점이다. ‘전설’을 ‘모셔놓고’, 그 전설의 노래를 젊은 가수가 불러 경합을 벌이는 이 형식 속에서,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부담감을 지울 수 있게 되어 있다. ‘전설’은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 되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자신을 위한 무대라기보다는 ‘전설’을 위한 무대라는 ‘트리뷰트(tribute)’의 태도로, 경연의 승패가 가져오는 결과에 초연해질 수 있다. 1 대 1 대결이라는 구조가 처음에는 잔인한 듯이 보였지만, 이것은 거꾸로 두 사람 간의 대결(그것도 그날의 노래나 편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로 좁혀짐으로써 그것이 마치 전체의 등수처럼 매겨지는(<나가수>에서 그러한) 특유의 부담감은 없애주었다. 결국 이 시스템이 주목하는 것은 최고의 점수를 받은 1인이지, 최하의 점수를 받은 1인(그는 심지어 몇 점을 받았는지도 나오지 않는다)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후2>는 자연스럽게 자체 진화를 해왔다. 즉, 1위의 영광은 있지만 꼴찌의 부담은 없는 무대라는 장점 속에서 출연 가수들의 폭은 점점 넓어졌다. 초기 아이돌에만 국한되던 가수 풀은 지금은 케이윌이나 이정, 홍경민 같은 가창력 있는 준중견 가수들은 물론이고 노브레인 같은 인디밴드나 임태경 같은 뮤지컬 가수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결국 <불후2>는 출연 가수에 대한 부담을 없앨 수 있었다. 또 <나가수>처럼 매번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문턱을 드나들면서 활동할 수 있게 한 것도 점점 더 많은 가수가 이 무대에 오르는 이유가 된다. 여러모로 가수 구하기 어려운 <나가수>와는 대조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서바이벌이 갖는 긴장감이나 핫한 부분은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출연하려는 가수가 점점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무대도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불후2>의 고민구 PD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그가 <불후2>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디션이 식상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제 대중이 천편일률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엠넷의 신형관 국장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음악 프로그램의 하나로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즉, 메인은 서바이벌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 음악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서바이벌은 말 그대로 장치로서 기능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나가수>가 시즌2를 시작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불후2>가 왜 승승장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된다. 결국 무대는 가수들이 만드는 것이다. <나가수> 시즌2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지만 거기에 서고 싶은 가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불후2>의 진화는 어쩌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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