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러시아까지 가서 ‘추태’를?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3.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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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감사팀, 지난해 5월 총영사관 보안 감사 때 만취해 일탈 행위” 증언…‘러시아 도우미’ 요구도


해외 공관 보안 감사를 나갔던 국가정보원의 간부와 직원 등이 러시아 현지에서 만취 상태로 ‘스트립 바’를 가는 등 추태를 부렸던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를 통해 단독 확인되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과 정보 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정원 해외 보안 감사팀은 지난해 5월21일 토요일, 대한항공 편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총영사관에 도착했다. 김 아무개 과장을 단장으로 한 보안 감사팀은 류 아무개·오 아무개 지도관 등 세 명으로 구성되었다.

감사팀은 5월22일 일요일 오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 공관의 보안 상태를 점검했고, 오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있는 ‘페테르고프 궁전’을 관람했다. 이날 저녁에는 음주를 곁들인 식사를 마치고 자정쯤 민박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인 5월23일 월요일에도 공관에 대한 강도 높은 보안 감사가 실시되었다. 당시는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우리 외교관들이 한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이 터진 지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이어서 해외 공관에 대한 보안 감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감사팀이 총영사관 공관원들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도 있는 개인 전자메일까지 일일이 점검하는 바람에 총영사관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감사팀 음주 추태가 벌어진 것은 보안 감사 마지막 날인 5월24일 저녁 식사 자리부터 다음 날(5월25일) 새벽 4시경까지였다. 감사팀은 5월24일 저녁 총영사관 인근에 있는 한식당 ‘아리수’의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보드카와 맥주 등을 마시면서 만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에는 감사팀 세 명과 총영사관에 파견되었다가 임기를 마치고 귀국을 앞둔 국정원 직원 이 아무개 파견관 그리고 이 파견관의 후임자로 국정원에서 파견한 최 아무개 파견관,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외교부 소속의 문 아무개 영사 등 모두 여섯 명이 동석했다. 문영사는 감사팀을 수행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감사팀이 문영사 등에게 “러시아 도우미를 부르라” “여자를 불러오라”라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감사팀의 한 지도관이 문영사에게 ‘러시아 아가씨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라며 강압적으로 요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감사팀은 이보다 ‘더 심한 요구’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 아무개 파견관이 나서서 “이곳은 한인 식당이기 때문에 나중에 안 좋은 소문이 날 수도 있으니, 아가씨 부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라며 감사팀을 설득시켰다는 것이다.  

“공관 차량으로 스트립 바에 가 새벽까지 ‘흥청’”

‘아리수’ 1차 술자리를 끝낸 감사팀 일행은 일단 감사팀이 묵고 있던 민박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와서도 “여기서 술자리를 끝내기 아쉬우니까, 한잔 더 하자” “아가씨 있는 곳으로 가자”라는 제안과 요구가 계속 감사팀 입에서 나왔고, 결국 감사팀의 김단장과 오지도관 그리고 문영사 등 세 명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흥가인 ‘넵스키 대로(大路)’에 있는 한 ‘스트립 바’로 갔다. 당시 만취했던 감사팀의 류지도관은 숙소에 혼자 남았고, 오파견관과 최파견관 등은 스트립 바로 가지 않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에 따르면, 넵스키 대로에 있는 스트립 바는 대체로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영업을 한다. 한 사람당 입장료로 러시아 돈 1천 루블(RUB, 약 3만8천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술값 등은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손님이 들어오면 스트립 걸이 가슴을 노출한 상태에서 손님과 합석해 술을 따라 주는데, 간혹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성매매 비용은 미화 4백~5백 달러(45만~56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 감사팀이 스트립 바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흥을 즐겼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스트립 바로 간 김단장과 오파견관은 새벽 4시경까지 술을 더 마신 뒤 크게 취한 상태에서 숙소로 돌아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곳 입장료와 술값 등도 감사팀이 낸 것으로 안다”라고만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해외 공관의 차량을 감사팀이 자신들의 자가용처럼 새벽까지 사적으로 이용했던 것도 “부적절한 처사였다”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감사팀이 자신들의 음주 환락을 즐기기 위해 문영사로 하여금 초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가이드 노릇을 하게 하고, 공관 차량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게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였다”라고 비난했다. 감사팀은 5월25일 다음 감사 지역인 아제르바이잔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문영사의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자 했으나, 문영사는 3월14일 기자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당시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4조(징계 사유)에 따르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직원으로서의 품위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시사저널>은 국정원측의 공식 반론과 해명을 듣기 위해 3월15일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보안감사가 아니라 공관 전산망 안정성 여부를 점검했으며, (아리수에서) 식사 중 러시아 음주 문화를 이야기하는 와중에 러시아 도우미를 언급한 적은 있으나, 도우미를 부를 의사나 시도한 적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또한 “‘2차’ 술자리로 ‘스트립 바’에 가서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머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맥주 세 병을 마시고, 밤 12시30분경 복귀했으며, 술값은 약 3천 루블(10여 만원) 정도를 자비로 지불했고, 성매매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스트립 바 등으로 이동해서 새벽 4시까지 총영사관 공관 차량을 이용했던 것’에 대해서는 “(아리수에서) 식사 후 공관 차량을 이용해 밤 10시30분경 숙소로 복귀한 이후부터는 공관 차량을 이용한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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