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를 찾아야 할 문화재는 ‘아버지의 뼈’와 같은 것이다”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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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

ⓒ 시사저널 윤성호
‘청와대 정문마저도 일본식이다’라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스님 덕이었다. 최근 이 스님은 한 방송에서 불국사 다보탑의 돌사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원래 있어야 할 돌사자 세 마리가 일제 강점기에 약탈당했다”라고 주장했다.

빼앗긴 문화재 그리고 잃어버린 우리 역사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는 이 스님은 혜문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해 해외 강탈 문화재 환수 운동에 앞장서온 혜문 스님이 우리가 되찾아야 할 문화재에 대한 비밀을 밝힌 책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작은숲 펴냄)를 출간했다.

혜문 스님은 40여 차례 일본을 방문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 노력한 결과 2011년 12월에 <조선왕실의궤>를 되돌려받는 데 큰 역할을 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고인이 된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직지의 대부로 알려진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 등과 함께 2012 KBS 감동대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문화재 환수를 위한 5년간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혜문 스님은 해외 강탈 문화재 환수의 상징이 되었다.

그는 문화재 환수 운동의 의미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빼앗긴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내가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은 모든 문화재는 아니다. 따라서 성금을 모아 문화재를 돈으로 사오자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제자리를 찾아야 할 문화재는, 민족혼이 담겨 있는, 아버지의 뼈 같은 것이다. 자기 아버지의 뼈가 해외에 있다고 해서 그것을 돈을 주고 사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 뼈가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당연히 자손들의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혜문 스님의 관심은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얼마 전 ‘일본식 조경에 오염된 청와대 대문의 석등을 철거하라’라는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되어 있는 진실을 바로잡는 것이 바로 스님이 하고자 하는 일이며,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정수이다. 그는 “누군가의 말처럼 ‘일본의 식민 통치조차도 역사이기 때문에 철거하거나 청산해서는 안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일본의 강압적 식민 통치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만은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닐까? 망국의 시간 동안 집을 잃고 유랑한 것은 나라 잃은 백성뿐만이 아니었다. 5천년 동안 이 땅에 자리 잡고 이룩한 ‘민족혼과 문화재’ 역시 일본의 침략으로 뿔뿔이 흩어져 다른 나라로 팔려가거나 유실되어버렸다. 또한 일본이 우리에게 교묘하게 남겨놓은 유린의 상처들은 아직도 곳곳에서 ‘조선 혼’을 갉아먹고 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그것들은 중요한 장소마다 나타나 무엇인가 ‘순정한 민족정신’을 어지럽히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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