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업계 기린아 이경백, ‘황제’ 등극에서 몰락까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4.10 01: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관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경백씨(40)는 ‘룸살롱의 황제’로 통한다. 현재의 그를 만든 것은 남다른 사업 수완이다. 1997년 서울 북창동 일대에서 호객꾼, 일명 ‘삐끼’로 유흥가에 첫발을 디딘 이씨는 2000년 폐업 위기에 몰린 룸살롱을 인수했다. 당시 이씨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 재산에 대출까지 받아서 수입차를 구입해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이씨의 일명 ‘북창동식 서비스(나체 쇼 등 변태 서비스는 물론 유사 성행위까지 제공하는 것)’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여기저기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2005년 북창동을 넘어 강남까지 진출한 이씨는 손님 쪽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 유리를 통해 접대부들을 고를 수 있게 한 ‘매직 미러 초이스’를 도입해 명실상부한 유흥가의 제왕 자리에 올랐다. 이씨가 강남·북창동의 유흥업소 17곳을 운영하며 5년간 벌어들인 돈만도 3천6백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씨의 밑에서 상무로 일한 적이 있다는 한 유흥업계 종사자는 “이사장은 이 바닥에서 맨손으로 시작해 최고의 위치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지난 2010년 2월19일 이씨의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던 19세의 가출 소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어. 구해줘 엄마’라는 문자를 보내면서 강남 룸살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다. 이때 이씨의 범죄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씨는 미성년자를 고용해 룸살롱 내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중 장부를 만들어 3백6억원가량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등 42억6천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몰락은 ‘모난 돌이 정 맞은 셈’이다. 이씨가 강남 일대 유흥가를 석권해가자 기존 업주들이 그를 벼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남의 밤거리를 놓고 이씨의 풀살롱(성매매까지 이루어지는 룸살롱)과 기존의 룸살롱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렀다.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가 지난 2011년 7월 서울 청담동 보리밥집에서 체포될 때에도 룸살롱측이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흥가에서는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강남의 한 룸살롱 영업부장은 “이경백이 이만큼 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7년 ㅎ그룹 김 아무개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때 수사 과정에서 룸살롱 업계 대부로 불리던 김 아무개씨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이씨가 김씨를 경찰에 넘겼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결국 그도 똑같은 꼴을 당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