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의 한계 드러낸 ‘불완전 진화’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2.05.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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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2>, ‘시즌1’의 감동 못 줬다는 평가받아…리얼리티 살리더라도 진행은 매끄러워야

ⓒ MBC 제공

<나는 가수다 2>(이하 <나가수2>)는 확실히 기존 <나가수>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매달 두 명(이 달의 가수와 가장 아쉬운 무대를 보인 가수)씩 하차하고 연말에 ‘이달의 가수’가 모여 ‘올해의 가수’를 뽑는 식으로 경연 방식이 바뀌었다. 중간 점검 방영분이 사라지고 대신 경연 가수들을 늘림으로써 계속해서 가수들의 무대를 볼 수 있게 했으며, 매니저도 개그맨이 아닌 실제 매니저가 투입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일 것이다. 김영희 PD는 왜 생방송을 선택했으며, 그것은 과연 <나가수2>가 자리를 잡는 ‘신의 한 수’가 될까.

음악 방송 현장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방송만큼 부담스러운 상황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현장의 음향을 어떻게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가 커다란 숙제로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에는 제 아무리 유명한 오케스트라라고 해도 어느 방송국에서 연주를 하느냐에 따라 그 방송이 전하는 음악의 느낌도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즉 무대에서 악기와 가수의 음향을 조절하고 맞추는 1차적인 작업이 우선 중요하고, 그것을 받아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방송 시스템이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장의 느낌과 방송의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연주와 노래도 방송으로 들으면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생방송 진행이 대충 찍어 보여주는 ‘막방’ 느낌 줄 수도

<나가수1>은 녹화방송을 통해 이 편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방송 음향의 보정 작업이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과정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현장보다도 더 효과적인 방송이 가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가수2>가 선택한 생방송의 경우 이 보정 작업은 따로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즉, 아예 잘 맞춰진 세팅 안에서 무대의 음향이 방송 음향으로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 기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생방송이 주는 날것의 감동은, 방송으로 제대로 전달될 수가 없다. 자칫 잘못하면 날것의 방송이 대충 찍어 보여주는 ‘막방’의 느낌으로 바뀔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실제 현실로 나타났다. <나가수2>의 첫 번째 생방송은 지금껏 보여준 <나가수>의 무대들 중에서 가장 질적으로 떨어지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굳이 ‘신들의 축제’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신도 없었고 축제도 없었다. 그것은 결국 제대로 통제되지 못한 생방송이라는 날것의 장치에서 비롯되었다. 음향은 현장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심지어 본격적인 생방송에 앞서 녹화 방송으로 치러진 이른바 프리미어 무대에서조차 어느 정도 감지되었다. 그 무대에서 백두산이 부른 <Rush to the world>는 모든 관객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면모가 있었지만 방송에서는 전혀 그것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이것은 <나가수2>의 방송 시스템이 아직까지는 미흡하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많은 생방송 무대를 연출한 PD에게도 밴드만큼 음향을 맞추기 힘든 경우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밴드는 많은 악기가 내는 음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향의 부실함 이외에 더 큰 문제는 가수에게서도 나왔다. 생방송이라는 칼날 위에 선 가수가 잔뜩 긴장해 제대로 노래를 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음정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음 이탈이 일어나기도 했다. 생방송은 <나가수2>를 마치 무미건조한 스포츠처럼 대결 구도만 앙상하게 만들어놓으면서, 리얼리티를 살릴 수는 있었지만(그것도 극도로 불안한), 음악은 살릴 수 없었다. 최대치의 음악과 무대가 사라지면서 당연히 감동도 사라졌다. 대신 무대에서 벌벌 떠는 가수(한때는 신으로까지 추앙되었던)들을 보면서 느끼는 악취미적인 쾌감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을 김영희 PD는 왜 굳이 생방송을 고집했을까. 김PD는 그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미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도 맞는 판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모든 껍질을 벗겨내면 결국 ‘노래 대결’이라는 알맹이가 남기 마련이다. 이 대결 구도를 생방송 스포츠만큼 제대로 긴박감을 전해줄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누군가 부르는 노래를 실시간으로 투표하면서 똑같이 공감하는 그 행위가 주는 쾌감은 거의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실수가 벌어지고 그것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서바이벌의 최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방송의 리얼리티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무렇게나 거칠게 찍어서 보이는 대로 보여주는 막방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치밀하게 짜인 일련의 흐름 속에서 매끄럽게 굴러가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본대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음향 같은 기본적인 것 이외에도 생방송의 효과적인 진행 또한 중요하다. 음악 예능은 음악만큼 스토리도 중요하다. <나가수>는 특히 무대 자체의 힘보다 어쩌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스토리가 더 주효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녹화 방송을 통해 무대 아래의 이야기들을 구성하는 것은 어쩌면 무대 위의 감동을 더 강렬하게 만들 수 있는 진짜 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하게 되면서 이런 스토리텔링은 사라져버렸다.

생방송은 가수뿐만 아니라 MC들 역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가수들의 불안한 음정만큼, MC들의 불안한 진행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첫 단독 MC로 선 박명수는 발음 실수를 연발했고, 너무 쉴 새 없이 멘트를 날리는 바람에 가수의 응답마저 편안하게 이끌어낼 수 없었다. 노홍철 역시 비슷한 특징을 보여서인지 프로그램은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대 앞과 무대 뒤를 오가며 실시간으로 나눠지는 MC와 가수 사이의 대화는 툭툭 끊어지기 일쑤였고, 심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방송 사고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가수2>의 첫 번째 생방송이 만들어낸 긴장감은 가수의 놀라운 실력 대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방송 사고에 가까운 완성도 부족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그만한 통제가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사전 준비 철저해 생방송이라도 빈틈없는 <보이스 코리아>와 비교

흥미로운 것은 <나가수2>의 생방송 무대와 비교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보이스 코리아>이다. 이 프로그램은 녹화 방송에 이어 생방송에 돌입하면서도 별다른 질적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균질한 음향을 보여주었다. 가수의 폭발적인 무대는 그 감동 그대로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생방송의 진행에서도 <보이스 코리아>는 잘 통제된 흐름을 보여주었다. 무대 위에서 김진표가 특유의 애드립으로 관객과 코치를 쥐락펴락하고, 무대 뒤에서는 박지윤 아나운서가 참가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참가자가 노래하고 코치가 코멘트를 달고 MC가 다음 무대를 소개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그만큼 사전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다는 뜻이다.

엠넷의 신형관 국장은 “생방송은 향후 오디션의 미래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보이스 코리아>가 그나마 괜찮은 생방송 오디션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음향을 위해 장비를 새로 구입하고 공연 전담팀을 덧붙여 협업을 하는 등 방송 시스템과 공연 시스템에 그만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가하는 “아티스트와 연주자의 기량이다”라고 말한다. 가수가 마이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무대의 음향 차이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TV가 점점 리얼리티화하고 있는 현재, 오디션의 미래가 생방송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를 통한 노하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가수2>의 생방송이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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