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스마트폰’ 쏟아진다
  • 최연진│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
  • 승인 2012.05.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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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삼성 ‘갤럭시S3’의 신기능 돋보여…‘베가레이서2’ ‘옵티머스 LTE2’도 눈길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갤럭시S3(왼쪽)와 팬택이 출시한 프리미엄 LTE폰 ‘베가레이서2’. ⓒ 팬택

스마트폰 시장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삼성·LG·애플·팬택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올해의 전략 제품을 최근 잇따라 내놓거나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제품들은 올해의 흐름을 좌우할 전략 제품들이어서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세계적으로 가장 크게 관심을 끈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3가 5월4일 모습을 드러냈다. 전세계적으로 2천만대 이상 팔린 삼성전자의 베스트셀러 스마트폰인 ‘갤럭시S’와 ‘갤럭시S2’의 후속작인 이 제품은 애플이 내놓을 아이폰5의 대항마로 꼽혀 관심을 끌었다. 발표 장소도 드라마틱하게 보이도록 올해 올림픽 개최지인 런던을 선택했다. 영국이 유럽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시장이라는 점도 발표 장소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간 중심의 사용성에 자연을 닮은 디자인…”

지난 5월4일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3’가 공개되고 있다. ⓒ 삼성전자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전시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S3 발표회는 신종균 IM담당 사장이 주관했다. 이 제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총집결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신사장은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력과 인간 중심의 사용성, 자연을 닮은 디자인이 집약된 완전히 새로운 스마트폰이다”라고 자평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간 중심의 사용성 부분이다. 이용자가 최대한 편리하도록 손을 대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알아서 작동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제품은 사람의 얼굴과 눈동자를 인식해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따로 화면을 건드리지 않아도 화면이 꺼지지 않는다. 전송된 메시지를 읽은 후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 대면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낸 사람에게 전화가 걸리고, 따로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면 그동안 걸려온 부재중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있을 경우 진동으로 알려준다.

사람의 말도 알아듣는다. 음성 인식 기능이 들어 있어 통화나 사진 촬영 등 여러 기능을 우리말, 영어 등 8개국어로 명령을 내리면 이를 알아듣고 해당 기능이 작동한다. 충전기에 연결할 필요도 없다. 무선 충전 기능을 새로 갖추었기 때문이다. 즉, 충전 패드만 전원 콘센트에 꽂아놓으면 스마트폰을 꼭 충전기에 연결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어도 주파수를 통해 전력을 실어보내 충전이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문자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별도 화면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동시에 두 개의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채널에 접속해 두 배 빠르게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기술도 추가했다.

사양은 4.8인치 고화질(HD) 슈퍼 유기 발광 다이오드(AMOLED) 화면과 자체 개발한 쿼드코어 방식의 중앙처리장치(CPU), 8백만 화소의 디지털카메라,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을 갖추었다. 두께는 8.55㎜, 무게 1백33g이다. 4.3인치 화면과 두께 8.49㎜, 무게 1백16g인 기존 스마트폰 ‘갤럭시S2’보다 조금 더 크고 무겁고 두꺼운 편이다. 여기에 디자인적인 변화도 추구해 손에 잡는 느낌이 좋도록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신사장은 “이제는 스마트폰이 사람을 위한 기기로서 좋아져야 할 때이다. 갤럭시S3가 이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5월 말 유럽에서 먼저 선보인 뒤 전세계에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에는 6월 중에 SK텔레콤에만 단독 공급할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이다.

한 가지 문제는 요즘 대세인 4세대 이동통신 롱텀레볼루션(LTE) 폰이 아닌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폰이라는 점이다. LTE 스마트폰은 여름께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에만 나올 예정이다. 왜 LTE 폰이 아닌 3세대 폰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기술적 측면과 마케팅 전략이 함께 얽혀 있다. 기술적으로는 전세계 이동통신사마다 LTE 주파수가 서로 다른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장 우리만 해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8백㎒, KT는 1.8㎓를 LTE 주파수로 사용한다. 따라서 LTE 폰을 내놓으면 주파수마다 서로 다른 폰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폰처럼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폰을 노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래서 글로벌 전략 폰은 주파수가 통일된 3세대로 내놓고 LTE 폰은 특화 폰 형태로 일부 지역에만 따로 내놓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세계 시장에서는 아직도 3세대 폰이 대세여서 전략 제품은 3세대 폰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6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5’에 대적할 만”

마케팅 차원에서는 갤럭시노트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국내만이라도 LTE용 갤럭시S3를 출시할 수 있는데도 이를 피한 이유를, 잘 팔리고 있는 갤럭시노트의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갤럭시노트 구매 고객은 성향이 달라서 충돌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지만 통신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3 LTE용이 나오는 순간 갤럭시노트는 가격이 떨어지고 구형 재고폰이 될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8월 이후 최대한 늦게 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갤럭시S3는 6월11일 애플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5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싸고 본격 힘겨루기를 할 전망이다. 외신들도 호평 속에 이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IT 전문 매체 씨넷은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이다. 애플이 내놓을 아이폰5와 경쟁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팬택은 삼성전자보다 선수를 쳤다. 삼성전자보다 하루 전인 5월3일 전략 스마트폰인 ‘베가레이서2’를 발표했다. 일부러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치고 나간 것이다. 그것도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언론을 상대로 제품 발표를 했다. 아주 도전적이었다. 박부회장은 연단에 올라서서 “애플과 삼성전자가 곧 신제품을 공개한다. 그들과 제대로 한 번 붙어서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겠다”라고 일성을 토했다. 언뜻 보면 LG전자도 가만히 있는데 자신감이 지나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요즘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속내를 알면 그럴 만하다. 팬택은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LG전자를 제치고 삼성전자 다음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5년 동안 기업 개선 작업(워크아웃) 상태에 놓여 있던 팬택이 세계 빅5 안에 꼽히는 LG전자를 국내에서 눌렀으니 대단한 일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부회장은 “세상이 첨단 기능에 집착할 때 팬택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 가치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기능 싸움 대신 다른 점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지난 5월3일 팬택은 최고 속도와 혁신적인 신기술이 결합된 프리미엄 LTE폰 ‘베가레이서2’를 선보였다. ⓒ 팬택

팬택은 배터리, LG는 메모리 업그레이드

그래서 찾은 답이 배터리였다. 박부회장은 “하루도 가지 못하는 스마트폰이 제대로 된 가치를 줄 수 있겠느냐. 폰의 생명인 배터리 시간을 늘리기 위해 1천6백명의 연구진이 6개월 동안 매달렸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배터리 하나로 온종일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이용 시간을 기존 제품보다 34% 늘렸다. 비결은 자체 개발한 저전력 기술과 세계 최초로 탑재한 퀄컴의 최신 통신 칩 S4 스냅드래곤 MSM8960이었다. 이 칩은 반도체 회로선 폭이 28나노로 가늘어 크기가 작고, 통신 칩과 응용 프로세서를 하나로 합쳐 전력 소모를 줄였다. 덕분에 약 10시간의 연속 통화를 할 수 있고, 통화 대기 시간은 10일 이상으로 길어졌다.

하지만 부족한 퀄컴의 칩 생산량이 걸림돌이다. 팬택 관계자는 “핵심 칩 부족이 문제이다. 퀄컴에서 조금만 일찍 공급해주었다면 베가레이서2가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말 음성 인식 기술이 들어간 점도 특징이다. 사진을 찍을 때 버튼을 누르지 않고 “김치~”“스마일~”등을 외치면 자동으로 촬영되며, 전화를 걸 때도 이름과 함께 “통화!”라고 말하면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준다. 팬택은 베가레이서2를 이동통신 3사에 모두 공급해 1년 안에 2백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은 미정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같은 날인 5월4일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2’를 공개했다. 5월 중순 이후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될 예정인 이 제품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메모리 용량이 2GB로 가장 크다. LG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용량이 노트북 PC와 비슷하다. 그만큼 여러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통신 칩과 중앙처리장치를 하나로 통합한 원칩을 사용해 전력 소모와 크기를 줄였다. 덕분에 기존 ‘옵티머스LTE’보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40% 늘어났다. 그 밖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운용 체제와 무선 충전 기능도 갖추었다. 박종석 LG전자 부사장은 “옵티머스LTE2는 휴대전화 명가의 재건을 앞당기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애플이다. 세간에서는 6월11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CD)에서 새로운 ‘아이폰5’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애플은 사전에 가타부타 말이 없다. 만약 아이폰5가 나온다면 3세대 폰이 될지 LTE폰이 될지도 관심거리이다. 업계에서는 LTE폰보다는 3세대 폰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아직 전세계 제각각인 LTE 주파수를 모두 아우를 만한 통신 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애플이 LTE 폰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플의 LTE용 아이폰은 모든 주파수를 아우르는 통합 칩이 나오는 10월 이후에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에는 3세대 폰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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