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입대하면 시민권이 ‘자동’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6.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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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 대상 ‘모병 프로그램’ 눈길…영주권 건너뛰고 미국 시민 되는 혜택 부여

지난해 10월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민권 부여 행사에서 선서하는 나이지리아·중국·가나 출신 미군 입대자들(왼쪽부터). ⓒ AP 연합

미군에 입대하면 6개월 이내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미군 모병 프로그램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에 2년을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이 미군 통역병, 의료 간호 병력으로 입대하면 시민권을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영주권도 건너뛰고 바로 미국 시민이 된다는 점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 가운데 통역병 합격자의 절반이 한국인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MAVNI(Military Accessions Vital to the National Interest)라고 불리는 ‘외국인 미군 모병제’는 2009년 초 처음 실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지난해 말 만료되었다가 최근 공식적으로 재개가 결정되었다. 때문에 미국에서 유학생 또는 취업 등으로 2년을 거주하고 있거나 체류한 적이 있던 외국인들이 미군에 통역병 또는 군의관, 간호사로 입대해 미국 시민권 등 각종 혜택을 받으려고 다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2차 외국인 미군 모병제 재개 확정

미국 시민권 증서를 받은 몰도바 출신 여군(오른쪽)이 미군 상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AP 연합
외국인 미군 모병제는 2014년 5월16일까지 시행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국방부는 육군, 해군, 공군에 내려보낸 공문을 통해 ‘외국인 미군 모병제’를 재개키로 결정했다고 통지했다. 재개된 MAVNI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육군은 1천명, 해군은 2백50명, 공군과 해병대는 각 1백25명까지 모병하게 된다. 한국어를 포함해 통역 병력과 의료 분야 전문 인력을 모두 선발하며 해병대는 통역 요원만 뽑는다. 다만 이번 모병이 실제로 시행되려면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차 시행 때에도 2008년 12월 초에 결정되었으나 모병 절차에 들어간 것은 2009년 2월23일이었다. 미국 국방부가 모병 방침을 결정해 하달하면 육군과 해군, 공군이 다시 실제 모병 인원과 절차를 확정해 고지하고 모병 작업에 착수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미군 모병에 지원하려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비자를 소지하고 2년 이상 체류한 적이 있어야 하며 범죄 전과가 없어야 한다. 적용되는 비자는 투자 비자(E), 유학생 비자(F), 취업 비자(H), 언론인 비자(I), 연수 비자(J), 약혼자 비자(K), 주재원 비자(L), 직업 학생 비자(M), 특기자 비자(O), 예체능 비자(P), 문화 연수 비자(Q), 종교 비자(R), 특수 비자(S), 범죄 피해자 비자(T, U) 등 장기 체류 비자들이 모두 해당된다.

이 중 한 가지 비자를 가지고 적어도 2년을 체류한 기록이 있어야 하며, 지원할 때 다른 비자를 소지하고 있어도 상관없으나 최근 2년간 한 번에 90일 이상 미국을 떠난 기록이 없어야 한다. 현재 한국 등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무비자가 아닌 합법 비자로 미국에 들어와야 하며, 현재는 방문 비자밖에 없어도 상관없으나 이전에 2년 이상 합법 비자로 체류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육군 당국은 밀입국자와 체류 시한 위반자(Overstay) 등 불법 체류 기록이 있는 외국인들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군 모병 관계자는 예전에는 불법 체류 신분자들도 미군에 입대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지금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도로 미군에 입대하는 외국인들은 영주권 없이 곧바로 미국 시민권을 신청해 6개월 이내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특별 대우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취업 이민 스폰서를 구해 수속하면 학사의 경우에 평균 6~7년이나 걸리고 있다. 또 영주권을 취득한 지 5년이 지나야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시민권을 신청한 후 6개월 정도 지나야 시민권 시험을 치러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고속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가 되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부모들의 영주권을 신청해 1년 이내에 그린카드를 받게 할 수 있다. 미국 시민권자는 또 투표권을 갖게 되고 공무원이 될 수 있는 등 갖가지 혜택을 받게 된다. 미군으로 2년을 복무하면 3년간 5만 달러에 달하는 대학 학비를 무상으로 지원받게 된다. 대신 통역 병력의 경우에는 현역으로 4년을 미군에서 복무해야 하고, 군의관과 간호사는 현역일 경우 3년, 예비역일 경우 6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또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불명예 전역할 경우 취득했던 시민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병력 감축해야 할 상황이어서 비판론도 솔솔

2009년 초 시행된 미군의 외국인 모병 프로그램에서는 통역병 5백57명, 의사 및 간호사 3백33명 등 8백90명을 모병한 바 있다. 전체에서 한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첫 번째 입대자를 보면 한국 출신이 합격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관심과 인기가 대단했음을 보여준다.  미국 육군이 지난 2009년 초 첫 번째 모병에서 선발한 합격자들을 뉴욕 타임스퀘어 가든에서 조지 케이시 당시 미국 육군 참모총장 앞에서 선서식을 갖고 입대시켰는데 그들의 절반이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한국인 합격자가 전체의 절반이나 차지한 것은 한국인 신청자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전체 접수된 신청서의 3분의 1 이상이 한국어 구사자로 파악되었다. 당시 뉴욕 시에서 접수한 결과 미국 육군의 통역 병력 입대 신청서는 모두 4천8백33건에 달했다.

체력 시험과 영어 능력 시험까지 모두 통과하고 합격된 외국인은 52명이며, 이 중 절반인 24명이 한국어 구사자였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한국어 구사자 외에는 힌두어 11명, 중국어 9명, 아랍어 3명, 러시아어 3명이었다. 미군측은 당초 아랍어 등의 통역 병력을 많이 모집할 방침이었으나 한국어 구사자들이 가장 많이 몰렸고 체력이나 영어 능력 등에서 우수자들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불합격 처리된 외국인은 4백45명으로 합격자보다 10배나 많아 상당히 높은 경쟁률을 보였음을 입증했다. 합격자들의 학력별 수준을 보면 학사 소지자가 31명으로 가장 많으며 석사 학위 소유자도 11명이나 되었다. 그중 네 명은 2년제 대학 학위, 여섯 명은 고졸 학력자들이었다.

미국의 ‘외국인 모병제’에 대해서는 시행 초반부터 갖가지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군이 한 해에 1천명씩 사망하던 시절 이 제도가 시작되어 “미국이 시민권으로 외국인 젊은이들의 목숨을 사고 있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엄청난 혜택 때문에 외국인들의 미군 입대 행렬이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외국 용병이 불필요하다는 새로운 논란이 일어나고 번지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도 미군에 복무하기 어려운데 외국인들을 모병해 영주권도 건너뛰고 시민권을 곧바로 주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방 예산을 앞으로 10년간 1조 달러 이상 삭감해야 하기 때문에 미군 현역 병력을 10만명이나 감축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모병하려 하느냐고 반발하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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