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톡 더 뜨기 전에 ‘VoLTE’로 응수한다
  • 최연진│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
  • 승인 2012.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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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에 이동통신 3사 모두 새로운 음성통화 서비스 시작 / 아직 LTE에서 데이터 외에 음성통화 지원하는 솔루션 개발 안 돼

지난 3월 LG유플러스 모델들이 VoLTE 서비스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 LG U 제공
올 하반기 통신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VoLTE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이통) 3사가 모두 VoLTE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VoLTE는 쉽게 말해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영어로 Voice over LTE라고 하며, 줄여서 VoLTE로 부른다. LTE로 음성통화를 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원래 LTE에서 음성통화가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아직 LTE에서는 음성통화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LTE 서비스에 가입한 모든 이용자는 음성통화는 기존 3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하고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 통신만 LTE를 이용한다. 아직 LTE에서 음성통화를 지원하는 솔루션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서둘러 3세대에서 LTE로 넘어가려고 하는 나라가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통신용 반도체, 즉 모뎀 칩을 만드는 퀄컴 같은 업체들도 LTE 칩에서 음성통화를 서둘러 지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설령 솔루션이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서비스를 하기 힘들다. 이유는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 다른 이통사들은 LTE 전국망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LTE로 음성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동하면서 통화하던 중에 갑자기 전화가 끊기는 불상사가 속출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이동통신업체들이 LTE에서 음성통화를 3세대 이동통신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9월 말을 기점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일제히 VoLTE 서비스를 시작한다.

통화 품질 좋아지고 데이터 동시 작업도 가능

지난 6월20일 배준동 SK텔레콤 사장이 VoLTE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왜 갑자기 서비스를 시작할까. 카카오의 보이스톡 때문이다. 보이스톡은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서비스이다. 3천8백만 가입자를 가진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보이스톡을 이용해 mVoIP를 사용하면 이통사들은 고스란히 음성통화 매출에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만회하려면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음성통화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기존 3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한 음성통화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이용자들이 보이스톡 같은 mVoIP 대신 이통사들의 음성통화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통사들이 서둘러 VoLTE 서비스에 뛰어들며 차별화된 음성통화 품질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VoLTE의 경우 음성을 데이터로 변환해 LTE망으로 실어보내기 때문에 잡음 없이 깨끗하고 빠르게 전달된다고 주장한다. VoLTE에는 통화 품질 외에도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똑같은 데이터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음성통화를 하면서 사진을 주고받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등 데이터통신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파일 공유도 가능하다.

가장 먼저 지난 6월20일에 VoLTE 계획을 발표한 SK텔레콤은 VoLTE 서비스에 ‘HD 보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화질(HD) TV처럼 음성도 고음질이라는 뜻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VoLTE는 기존 3세대 이동통신보다 2.2배 넓은 주파수 대역 폭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 음질이 더 좋다. 통화 연결 시간도 0.25~2.5초 미만으로 3세대 음성통화의 평균 통화 연결 시간인 5초보다 최소 두 배에서 최대 20배가량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mVoIP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변재완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은 “VoLTE는 스마트폰부터 제조사들과 기술 최적화를 하지만 mVoIP는 그렇지 못하다. mVoIP의 음성통화 데이터는 다른 콘텐츠들과 똑같은 신호로 간주되기 때문에 전파 세기가 낮은 공간에서는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VoLTE의 통화 요금은 기존 3세대 이동통신과 같은 1초당 1.8원을 받는다. 1.8원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전국 84개 시에 LTE망이 깔려 있지만 읍·면 단위까지 100% 깔려 있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3세대 이동통신망과 LTE망을 동시에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음성통화 요금을 3세대 이동통신을 기준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

KT와 LG유플러스도 아직 구체적인 VoLTE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SK텔레콤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양 사 모두 VoLTE 서비스 개시 시점을 SK텔레콤과 동일한 9월 말로 잡고 있다. 요금도 SK텔레콤이 1.8원으로 정했기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이 가격에 맞출 수밖에 없다.  VoLTE를 가장 먼저 언급했던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음성통화를 시연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극받은 SK텔레콤이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갤럭시S3 LTE’에는 VoLTE 기능 탑재

문제는 Vo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다. LTE 스마트폰이 있어도 VoLTE를 이용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통신칩에서 VoLTE를 지원해야 이용할 수 있다. 아직 Vo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나와 있지 않다. 이통 3사는 삼성전자, LG전자에서 Vo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9월 말에 내놓으면 이를 이용해 VoLTE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실제로 7월 중순에 나오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3 LTE’는 VoLTE 기능을 탑재해 출시된다. 여기에 맞춰 삼성전자는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9월 말쯤 인터넷으로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7월에 갤럭시S3 LTE를 구입한 사람들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VoLTE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6월25일 갤럭시S3 발표회에서 “실제 통신망 환경에서 VoLTE를 시험 중이다”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이미 LTE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용자들은 VoLTE를 이용할 수 없다. VoLTE를 이용하려면 그것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한다. Vo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반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VoLTE로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3세대 이동통신으로 전환이 된다. LTE망이 없는 곳에서도 자동으로 3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해 음성통화가 이루어지니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VoLTE에도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아직 LTE망이 전국에 촘촘하게 깔려 있지 않다 보니 3세대 이동통신망 이용이 불가피한데, LTE망에서 3세대 이동통신망으로 넘나드는 과정에서 통화가 끊어지거나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통사들은 이를 기술 개발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로 서비스 상태가 어떨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LTE망이 전국 어디에나 빈틈없이 깔리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LTE 스마트폰이 3세대와 VoLTE를 동시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같은 우려들을 해결하는 것이 VoLTE의 최대 과제이다. 더불어 다양한 VoLTE 스마트폰의 확보도 과제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VoLTE 스마트폰을 내놓기로 했지만 애플 등 외산 업체들은 미지수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VoLTE 서비스를 시작하는 한국만 바라보고 VoLTE 스마트폰을 개발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애플이 LTE용 아이폰을 아직 내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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