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검증·비판 보도가 중요한 이유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7.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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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 ‘영일대군’ ‘만사형통’ ‘대통령의 형’ ‘형님 예산’….

그는 ‘또 다른 대통령’이었습니다. 하늘에 태양이 하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청와대 태양과 여의도의 태양은 달랐습니다. 2008년 집권 초부터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정치 분야의 대통령은 이상득이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모르고 경원시하니 결국 그가 여의도를 주무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경북 포항·울릉에서 당선한 그는 6선 의원을 지낸 ‘정치 프로’였습니다.

검찰은 그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 수재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입니다. 그의 시대는 봄날 신기루처럼 흘러갔습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와 핫라인을 구축했습니다.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형과 현직 대통령의 형이 만난 것입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동생들이 어려운 시절 온갖 궂은일을 마다않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한 형들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여섯 살 위인 이상득 ‘영일대군’은 이대통령 집안의 기둥이었습니다. 1965년 6·3 시위를 주도한 뒤 도망 다니던 동생을 자신이 아는 경찰관에게 자수시켜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오게 한 것도 그였습니다. 노건평 ‘봉하대군’은 동생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시 공부를 뒷바라지한 듬직한 형이었습니다. 두 사람 다 동생에게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앞으로 공통점이 하나 더 생길 것 같습니다. 비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는 것입니다.

정권을 떠나 반복되는 대통령 친인척들의 비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등장한 정권은 역사를 교훈 삼아 친인척 관리에 남달리 신경을 쓰겠다고 말하지만, 지나고 나면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2008년 9월에 만났던 청와대 친인척 담당 관계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청와대는 친인척 외에 친구나 동창 등 특수관계인까지 관리하고 있다. 최시중, 이상득, 천신일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감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차례로 구속되며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시사저널>은 이번 호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서 ‘검증’에 초점을 맞추어 주요 대선 주자 검증 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김문수, 손학규, 정몽준,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김두관 순이었습니다. 매회 10쪽 이상을 할애해 대선 주자들의 아킬레스건과 돕는 사람들, 주요 정책 등을 연재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기획 보도였기에 주목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 정권에서 반복된 부정·비리나 친인척 비리 등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언론의 이러한 검증과 비판 보도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증’ 시리즈는 이번 호로 마치지만 <시사저널>은 향후 또 다른 기획을 통해 대선 국면에서 대선 주자들과 참모, 친인척과 정책 등에 대한 검증 보도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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