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딜레마’에 머리 복잡한 민주 빅3
  • 이철희│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
  • 승인 2012.07.1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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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하자니 훗날 안철수 지지층의 단일 후보 지지 가능성 줄고 포용하자니 안철수 잠재력 탓에 자신들 지지율 낮아질 수 있어 ‘고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7월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홍선 안랩 대표이사의 부친 빈소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에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희망’이다. 야권의 대권 주자 중에 안원장만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대적할 만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과의 맞대결 구도로 붙이면 야권의 그 누구도 경쟁력이 안원장에게 미치지 못한다. 실제 다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오는 안원장과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경쟁력이 박 전 위원장과의 맞대결 구도로 붙이면 제법 큰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박 전 위원장의 대항마로 안원장을 붙이면 민주당 등 기존 야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표들은 쉽게 안원장에게로 이동한다. 결집력이나 충성도가 있는 표여서 그렇다. 반대로 문고문 등 민주당의 대권 주자를 대항마로 붙이면 무당파 중심의 안원장 지지층은 그 일부가 떨어져나간다. 따라서 엄밀하게 보면 개인 경쟁력의 차이라기보다는 지지층의 특성이 다른 데서 비롯된 구도 효과일 뿐이다.

안원장이 희망인 이유는 또 있다. 안원장 덕분에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다자 구도에서도 40%를 넘는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더 이상 확장이 되지 않고 있다. 안원장이 여권 지지 성향의 표를 상당수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원장이 가진 인간적 매력, ‘착한 성공’ 등의 요인이 박 전 위원장을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그렇다고 야권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는 여권 성향이나 보수층의 일부를 견인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안원장은 민주당이나 그 당 후보들에게는 참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에게 안철수 원장은 ‘딜레마’이다. 안원장의 존재 때문에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보이지 않는 벽’(glass ceiling)에 막혀 있다. 여야 대권 주자의 지지를 50 대 50으로 보면, 야권의 50% 중에 안원장이 25~30%를 가져가고 있다. 나머지 20~25%를 놓고 민주당의 후보들이 다퉈야 한다. 이러니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한 사람에게 다 합쳐져도 안원장과 비슷하거나 그에 못 미친다. 민주당으로서는 그의 존재 때문에 ‘마켓 쉐어’(market share·시장 점유율)가 줄어들었으니 의당 속상할 일이다.

안철수 원장이 가진 최대의 경쟁력은 지지율이다. 사실 그것뿐이다. 세력도 없고, 정치적 경험도 없고, 공적 영역에서의 업적도 없다. 때문에 안원장 입장에서는 부득불 민주당의 경선 흥행에 훼방을 놓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경선이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고, 컨벤션 효과 등으로 승리한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서 안원장을 추월해버리면 안원장으로서는 대선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힘이 없어진다. 따라서 자신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경쟁자들의 지지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안원장은 민주당 경선 중에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이벤트를 펼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안원장과 민주당 후보는 일종의 제로섬(zero-sum) 관계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 안원장이 지지율을 유지하다가 대선에 임박해 출마를 선언하고,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요구하게 되면 민주당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이때는 안원장이 컨벤션 효과를 누리는 한편, 새 인물에 대한 기대나 더 큰 승리 가능성 때문에 분위기는 급격히 안원장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 경선을 하게 되면 안원장이 유리하다. 자칫 민주당으로서는 제1 야당이지만 대선 후보가 없는 불임 정당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말 절망적 상황이다. 안원장이 민주당에게는 희망이면서도 절망인 딜레마, 즉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손학규·김두관은 ‘무시’, 문재인은 ‘포용’

이런 안철수 원장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문재인 고문,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속내도 제각각이다. 손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무시 또는 폄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중한 존재이기는 하나 정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이다. 손 전 대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안원장 같은 사람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젊은이들의 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으로 그의 대선 출마를 말렸다. 김 전 지사는 더 직설적이다.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서 모내기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잘 지었을 것’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유명하고 지지율이 높다고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정치는 안 된다”라며 아예 안원장의 정치적 잠재력을 부정하고 있다.

반면에 문재인 고문은 안원장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 한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해 민주당과 안원장 지지 세력이 힘을 모으는 연대가 필요하며, 그 연대는 이기기 위한 연대에 그치지 않고 정권 교체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대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논리로 안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가장 먼저 주장했다. 문고문은 안원장이 대선에 뛰어들어야 하고, 그 이후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을 전제로 자신의 승리를 말한다.

손 전 대표나 김 전 지사가 안원장의 출마 자체를 꺼린다면, 문고문은 출마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손 전 대표나 김 전 지사는 안원장이 출마하면 일거에 군소 후보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의 3파전 구도가 무너지고 ‘안철수 대 문재인’의 대결 구도가 되는 것이다. 과거 2007년 한나라당의 경선이 ‘이명박 대 박근혜’로 진행되어 당시 이들과 함께 ‘빅3’로 불렸던 손 전 대표가 졸지에 의미 있는 후보로서의 존재감마저도 옅어졌던 상황이 이번에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어느 선거이든 1등과 2등의 경쟁이 중요하지, 나머지 주자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선거도 성패가 있기 때문에 이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세 주자 간에 경쟁력의 차이가 별로 없다면 3파전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도 어느 순간이 되면 2파전으로 좁혀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야권 전체의 지지율 순위에서 3등과 4등에 불과한 후보들로서는 안원장의 등장이 절대로 반가울 리 없는 것이다.

문고문으로서는 예선에서든, 2차 단일화 경선에서든 안원장과의 대결 구도로 단순화시켜놓으면 싸우기가 쉬워진다. 당내 기반이 있는 나머지 주자들이 사실상 무력화되면 당내 기반이 모두 자신에게 쏠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가 없는 안원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문고문으로서는 안원장 지지층을 더해야 본선에서 박 전 위원장에게 이길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 대권 주자들 간에 안원장 대응 전략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서든 선택의 키는 안원장이 잡고 있다. 안원장을 견제하든 적극 포용하든 민주당 후보로서는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견제하면 안원장 지지층이 나중에 민주당 단일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에, 포용하면 안원장의 가능성으로 인해 당장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것을 딜레마라고 하는데, 지금의 민주당이야말로 제대로 ‘안철수 딜레마’에 빠져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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