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는 대선 주자 나밖에 없다”
  • 감명국 기자ㆍ정리│김지은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7.2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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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인터뷰 / “나는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비문재인 후보 단일화는 구태적인 발상”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이 열렸다. 여야 정치권은 오는 8월과 9월에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치러질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 등 다섯 명이,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상임고문 등 일곱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장외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실상 대선 주자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5월 말부터 7월 초에 걸쳐 여야 주요 대권 주자 7인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검증 시리즈를 연재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후 출마를 선언하거나 당시 대상에 들지 않았던 여야 대선 후보들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정세균 민주당 전 대표를 7월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 시사저널 이종현

흔히 정 전 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을 지적할 때, 대중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꼽는다. 열린우리당 시절을 포함해 당 대표를 세 번이나 역임했고, 장관까지 지냈음에도 당내 기반에 비해 대중성이 취약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안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 국회의원들도, “정세균은 ‘저평가 우량주’이다”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아직 때를 못 만난 것이라고들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 상대 따로, 결혼 상대 따로라고 하던데.(웃음) 국민들이 아직은 결혼 상대를 물색하지 않고, 이미지나 인기 등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결혼 상대를 찾을 때는 이 정세균을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영남 출신의 야권 후보가 ‘필승 카드’라는 전망들을 많이 한다. 상대적으로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아직도 그런 지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야말로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다. 국민들은 이미 (지역주의를 넘어) 저 앞에 가 있는 것을 정치권만 아직 모르고 있다. 과거 선거는 여촌야도(與村野都)였다. 이후 지역주의가 왔다가, 세대투표가 왔다가, 지금은 성향 투표 시대이다. 지역이나 세대를 떠나서, 자기가 어떤 정책적인 선택을 하고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성향에 따른 투표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무슨 지역을 가지고 얘기를 하나. 설령 독도 사람이면 어떤가.

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애매한 정체성도 지적되고 있다. 진보인 듯하면서 중도 성향에 가깝고, ‘친노’에 가까우면서도, 또 ‘비노’측과 연대하는 듯한 인상이 그렇다.

나는 민주당에서 가장 정통성 있는 후보이다. ‘친노’다 ‘비노’다, 또 무슨 ‘구민주계’다, ‘열린우리계’다, 하는 것은 그야말로 분열주의적인, 그런 분파를 이용해서 자기의 정치적인 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잘못된 발상이다. 나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어온, 그래서 김대중을 지지한 세력이나 노무현을 지지한 세력 양측이 다 수용 가능한 유일한 후보이다. 그리고 내 정책과 이념적 성향을 보면 ‘중도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민주당은 ‘중도 개혁주의’라고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민주당 대표를 하면서 ‘뉴민주당 플랜’을 만들어서, 거기서 중도 진보라고 이념 좌표를 정하면서 진보라는 용어를 당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이 바로 나다. 나는 확실하고 가장 정통성 있는 중도 진보주의자이고, 거기서 경제 민주화도 나오고 보편적 복지도 나온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은 중도층에 대한 견인 능력이다. 결국 (대선은) 중도층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중도를 놓고 박근혜 후보와 경쟁할 때 중도층을 가장 잘 견인할 수 있는 후보가 정세균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 다음 대통령이 굉장히 잘 해야 된다. 그러려면 경제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여야를 통틀어 경제를 제대로 아는 대선 주자는 정세균밖에 없다. 나는 지난 IMF 외환위기 극복 때 중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즉, 경제 위기를 직접 극복해보고 제대로 관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당내 경쟁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당 후보는 민주당다운 후보여야 한다. 통합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지금 거론되는 어느 누구도 그런 리더십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전 지사 등과 함께 이른바 ‘비문’ 진영의 세 후보가 결선투표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 ‘비문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아주 올드하고 구태적인 발상이다. 그런 생각 없다. 결선투표제를 찬성했던 것은 당 후보가 너무 ‘과소 대표’가 되면 아무래도 본선 경쟁력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한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본인이 결선투표제에 못 오르게 될 경우,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없는가?

지금으로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하는 등 현재의 민주당 경선 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해관계를 떠나서 민주주의는 정당 정치이고, 정당 정치가 발전해야 한다. 지금에 와서 내가 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생각은 별로 없는데, 그래도 한마디 코멘트를 하자면, 정당 정치를 후퇴시키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민주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룰이 마련되어서 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과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의 경력에 대해서도 정 전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시 대기업에서 이사로 활동한 경력 탓에 일각에서는 친기업 이미지로 보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당시 1980년대에 종합무역상사에서 수출 관련 일을 했다. 그 시대는 우리나라가 외채 망국론에 휩싸여 있을 때이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 곧 애국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얻은 많은 경험이 나를 국제화로 만들었다. 그 당시에 국내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가고 했던 동지들에 대해 부채 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나도 애국의 대열에 함께해서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또, 내가 1996년 국회에 첫 등원해서 제일 먼저 주장한 것이 재벌 개혁이다. 재경위에서 활동하면서 당시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 정권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할 때 그것을 막은 사람이 나다. 집단소송제를 입법화한 사람도 나다. 나는 재벌의 공과를 잘 아는 사람이다. 공은 공대로 인정해주되 과를 반드시 치유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야권에서 또 한 명의 유력 후보인 안철수 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게는 안원장의 존재가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은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 민주당으로서야 (안원장을) 극복하고 싶다. 그렇지 않겠는가. 안원장이 우리 민주당 후보를 도와서 정권 교체 작업에 함께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희망 사항이다. 이미 물리적으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후 최종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는 방안이 나올 텐데, 그때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경선이 상당히 중요하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그나마 통합진보당이 과거의 허물을 치유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층부 연대만 가지고는 안 되고,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지 통합진보당 지지층의 호응을 얻는 노력을 해야 의미가 있다.

대권 주자들의 최근 재산 신고 내역을 확인해보니, 정 전 대표가 26억원이 조금 넘는 재산을 신고했고, 결과적으로는 현재 대권 주자들 중에서 가장 최고액이더라.

그런가? 사실 내 재산은 달랑 집 한 채뿐이다. 그런데 아내가 최근 처가로부터 임야를 상속받은 것이 있다.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능한 민주주의’이다. 사실 MB 정권 들어서 민주주의가 많이 후퇴되었는데, 진보라고 하면 좀 무능한 것처럼 낙인이 찍혔다고 할까. 그래서 유능한 진보, 더 큰 민주주의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의 이념 논쟁에 대해서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 여전히 보수와 진보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념 논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민생, 즉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실제로 민생이 어려우니까. 그래서 민생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분열과 갈등보다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도 역대 정권마다 반복되어온 친인척 비리가 재발하고 있다. 가족과 주변 친인척 가운데 소개할 만한 인사들이 있나? 

유감스럽게도 내 주변 친인척 중에서는 알 만한 사람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크게 권력을 누린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중요한 일들을 해오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 가족들은 그런 것에 전혀 득을 본 게 없다.

지금 자녀들과 부인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아들은 기업에 다니다가 지금은 공부하고 있고, 큰애는 딸인데 역시 공부를 더 하고 있다. 아내는 전업주부이다. 우리 집은 워낙 가난했고, 그나마 처가 쪽이 형편이 조금 좋은 편이었다. 장인께서도 정치를 좀 하셨다.

권력 비리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탓이라는 비판도 있다.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번에 내가 개헌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경제 민주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이 담보되는 개헌을 해야 한다. 단, 우리 개헌 논의가 너무 권력 구조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기본권 문제라든지 여러 손볼 부분에 대해서 개헌을 빨리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한 것이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전체적인 부분을 정리해서 의견을 밝히려고 한다. 개헌은 꼭 필요하고, 19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한다.

 

정세균의 정책 / ‘분수 경제론’ 통해 재벌 개혁 강조

정세균 전 대표는 ‘경제통’임을 강조한다. 그 자신이 쌍용그룹 계열사에서 상무이사까지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 산자부(지금의 지식경제부)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6월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는 3대 비전으로 ‘분수 경제’ ‘공동체 복지’ ‘긍정적 정치 에너지’ 등을 내세웠다. 그중에서도 특히 ‘분수 경제론’에 강조점이 있다. 그는 “새누리당의 낙수 경제를 분수 경제로 바꾸겠다”라며 “대기업 중심의 현재 산업 구조를 ‘중견 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허리가 튼튼한 항아리형 산업 구조’로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요 정책 역시 대부분 민생 경제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 ‘내일을 여는 든든한 경제 대통령’ 등의 구호도 마찬가지다. 기업집단법을 제정하고, 독과점 지위를 악용한 과다 이익을 규제하는 등 재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 순환 출자 금지, 금융·산업 분리는 물론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대등하게 바꾸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성장·분배의 이분법으로 복지 확대에 반대하거나, 재원 조달의 문제를 부풀리는 태도는 틀렸다. 복지의 토대가 튼튼해야 서민 중산층의 삶도 안정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지금처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 통합과 사회 진보의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정치를 바꾸고, 정부도 개혁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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