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속에서 진리 찾는 불교의 샛별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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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햄프셔 대학 교수 혜민 스님, 2년 연속 1위 올라

미국 햄프셔 대학 교수인 혜민 스님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교 분야 차세대 리더 1위이다. 혜민 스님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가 유명세를 탄 데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혜민 스님은 SNS를 통해 국내 대중들과 말을 텄고, 마음을 텄다. 스님은 속세에서 속인들과 부대끼며 함께 울고 웃고 떠들었다. 그가 트윗을 날리면 곧바로 헤아릴 수 없는 리트윗이 생성된다. 대중은 종교를 떠나 스님에게 열광한다. 10월17일 현재 혜민 스님의 트위터 팔로우 수는 27만명을 넘었다.

SNS를 통해 나눈 대화를 모아 책으로도 펴냈다. 저서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출간 7개월 만에 10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 인문·교양 단행본 중 최단 기간 판매 부수 100만부 돌파 기록도 세웠다. 대중들은 혜민 스님의 말을 목마르게 기다렸다. 강의 요청이 쇄도하자 전국을 순회하며 ‘마음 치유 콘서트’를 열었다.

그래도 겸손을 잃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까 내가 대중 앞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종교인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본인들을 낮추고 여러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차세대 리더라고 생각한다”라며 몸을 낮추었다.

2위는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이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문화재제자리찾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해 삼성 리움박물관을 상대로 ‘현등사 사리구 반환 소송’을 제기해 돌려받았으며, 소유권 확인 소송을 통해 회암사 출토 문화재의 소유권을 찾았다. 2006년부터는 해외에 약탈된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뛰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일본 도쿄 대학에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국보 151호)을 반환받았고, 지난해에는 <조선왕실의궤> 반환에도 성공했다. 지난 6월부터는 ‘혜문 스님과 함께 떠나는 문화재제자리찾기 답사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3위는 미국 태생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현각 스님이다. 2008년 말 한국을 홀연히 떠난 뒤 지금은 독일 등 유럽에서 한국 선불교를 알리고 있다. 그 밖에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 동화사 전 강주 지운 스님, 모금 마라토너로 유명한 진오 스님 등이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혜민 스님은 현재 미국에 있다. 지난 여름 방학 때 ‘마음 치유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후 미국에 돌아가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오는 겨울 방학 때 다시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혜민 스님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불교 분야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나를 리더로 주목해주어서 영광이다. 글쎄,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아무래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대중들과 교류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존에 ‘스님’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일반 사람들과는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쉽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내용 자체가 삶과 동떨어지지 않아서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올해 초에 출간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지난여름에 했던 ‘마음 치유 콘서트’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대중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중의 고민들이 사실 자세히 보면 색깔과 모양이 조금 다르지만 나도 언젠가 겪어보았거나, 아니면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의 깨달음이다. 그러면서 정말로 사람들은 사회적 기준으로 성공했거나, 아니면 반대로 엄청나게 고난을 겪고 있어도 서로 비슷비슷한 부분이 많고 그래서 평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나부터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그렇다 보니까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올해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향후 집필 계획은?

사실 다음 책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고 너무도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두고 ‘나를 좀 더 아껴주어야지’ 하는 마음을 냈다고 하시는 분들, 방황을 했었는데 지혜를 얻었다거나 힘들었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정말 고맙고 굉장히 황송한 말들이다.

겨울 방학 때 다시 ‘마음 치유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는데, 달라지는 것이 있나?

미국 대학은 겨울 방학이 여름 방학보다 짧다. 때문에 마음 치유 콘서트를 크게 벌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몇몇 사찰 법회나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행사와 지인들의 부탁으로 몇 군데에서 강연회를 여는 것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마음 수행에 가장 관심이 있다. 종교인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참선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 어떻게 하면 내 안에 이미 갖추어진 지혜를 좀 더 성숙시킬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불교 명상법과 심리 치유에 대해 부쩍 관심이 높아져서 다음 학기 대학 수업으로 그 과목을 신설해서 가르칠 예정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는가?

일단 연말이나 연초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대형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물론 나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위스타트’라는 비영리 단체가 후원을 해서 나 말고도 좋은 뜻을 갖고 있는 분들과 함께 일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후원하시는 분들과 조촐하게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나누고 싶다. 너무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살다 보니까 나에 대한 남들과 사회의 평가에 민감하고, 그렇다 보니까 항상 내가 뒤처진 것 같고, 불행하다고 느끼고 그런다. 일단 힘들어하는 나를 내가 먼저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챙겨주어라. 그러면 내가 행복해졌을 때, 우리는 세상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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