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장기 매매 알선 조직’ 찾아냈다
  • 정락인 기자·유호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3.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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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해외 장기 매매 알선 조직’이 <시사저널>에 포착되었다. 인터넷 장기 매매 조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단독 확인했다. 인터넷에서의 장기 매매는 ‘카페’가 온상이었다. 개설하기 쉽고, 유사 검색어를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기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장기매매 알선 카페들의 연결 고리를 추적했다. 그러다 네이버에 개설된 한 카페(hmj62782)를 주목했다. 카페명이 ‘간 신장 장기 이식이란?’으로, 겉으로 보면 장기 매매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런데 카페에 올려진 글이 수상했다.

회원들의 카페 활동은 거의 없었다. 친목 도모나 특정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개설한 카페가 아니었다. 자유게시판에는 자신의 장기를 팔려는 사람들의 글이 20여 개 올라와 있었으나 카페의 본질과는 무관했다. 이 카페의 주요 고객은 국내에서 장기 이식이 필요한 불치병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즉 ‘해외 장기 매매 알선’이 목적이다.

ⓒ 시사저널 사진자료
공지사항에는 ‘중국(이식) 병원 소식’이 올려져 있다. 여기에는 중국 현지에서 장기 이식이 가능한 병원명과 병원 사진 그리고 상담 연락처까지 올려놓았다. 중국 원정 장기 매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이 카페가 해외 장기 매매 알선만 하는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 장기를 팔려는 것처럼 가장하고 카페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얼마 후에 온 답장에는 ‘우리나라는 장기 이식 법이 엄해서 불법으로 매매나 알선은 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카페에는 버젓이 중국이나 해외에서 장기 매매를 알선하는 내용으로 채워놓고 ‘불법’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카페는 해외 알선만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기자는 이 카페를 더 추적해 들어가다가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카페에는 ‘문의하라’며 총 3개의 카페 주소를 링크시켜놓았다. 이 중에서 카페 소개란에 있는 다음 카페(hongkong911)를 클릭했더니 ‘장기’와는 전혀 다른 ‘내 고향은 야생화 꽃 피는 산골’이라는 제목의 카페가 나왔다. 전형적인 눈속임이다. 카페명과는 달리 게시판 등에는 온통 중국·홍콩·인도의 장기 이식 전문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다시 처음 들어간 네이버 카페로 가서 ‘공지사항’에 있는 링크 2개 중 또 다른 다음 카페(kim6789)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카페명이 ‘암(癌) 치료’였다. 암 치료에 관한 의학 정보는 없고, 오로지 ‘중국·홍콩·인도’ 등 장기 이식이 가능한 전문 병원만을 소개하고 있었다. 또 다른 네이버 카페(beijing31914.cafe)는 ‘부적합 게시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네이버측에서 접근을 차단한 상태였다.

최소 4명 이상의 브로커가 11개 카페 운영

앞에서 언급한 네 곳의 카페 운영자는 최소 두 사람 이상이다. 카페 내용이나 운영 방식 등이 같고, 문의 전화번호도 똑같았다. 전화번호는 한 카페당 1~3개가 게시되어 있는데 이 중 뒷자리 ‘3477’로 전화해보았다. 나이가 지긋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카페 운영자가 맡느냐, 중국 등 해외 장기 매매 알선은 불법인 줄 모르느냐’라고 물었다.

이 남자는 당황해하며 “내가 운영자가 아니다. 1년 전에 친구가 회원으로 가입하라고 해서 개인정보를 주었을 뿐이다. 어떻게 들어가는 줄 몰라서 그냥 놓아둔 것이다”라며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 매매 알선이 불법인 줄은 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친구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친구도 아니다. 그냥 술 한잔하자고 한 사람이다. 연락처도 모른다”라며 말을 바꾸었다.

이 남자의 말은 거짓말이다. 누군가 개인정보를 도용한 것이라면 카페는 도용한 명의로 개설하더라도, 카페에 올린 문의 전화는 다른 사람 것이어야 맞다. 그리고 문의 전화가 ‘3477’로 된 카페는 또 있었다. 기자는 또다른 전화인 뒷자리가 ‘2346’으로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 카페에 대한 의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카페와 관련을 맺고 있는 카페가 무려 10곳이나 더 있었다. 기자가 카페 내용, 운영 방식, 카페 이름, 카페 주소, 닉네임, 연락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찾아낸 결과이다.

이들 카페의 특징은 한 카페로 시작해서 여러 카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니까 A카페에 들어가면 B카페-C카페-D카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카페명이 ‘장기 매매’와는 다른 엉뚱한 것이어도 카페의 꼬리를 물고 들어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 총 11개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나 전화번호는 4개로 압축된다. ‘2346’ ‘3477’ ‘8552’ ‘3216’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최소 4명 이상이 11개 이상의 카페를 개설해놓고 해외 장기 매매를 알선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해외 알선 장기 매매 조직들과 비교해 보면 최대 규모이다. 이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인도 등에까지 해외 연결망을 갖추고 있었다. 또 이들 나라의 특정 병원을 집중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현지 병원과도 커넥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북경대학제일병원, 북경309인민중심병원, 길림대학제일병원, 북경무경총병원, 홍콩대학병원(퀸.메리) 등이다. 물론 현지에 있는 장기 매매 브로커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들 알선 조직은 그동안 해외 장기 매매를 몇 명이나 알선했고, 또 얼마를 챙겼을까. 기자가 분석해 보니 카페를 개설한 날짜는 2003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였다. 한 카페당 길게는 10년, 짧게는 2년 정도를 운영한 셈이다.

이들이 어느 정도 장기 매매를 알선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다. 한 카페 게시판에는 2011년 1월3일에 만성 간염 환자, 간경화 환자, 신장암 환자 등을 모집한 후 중국에 가서 수술을 받게 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당시 중국을 방문해 치료한 횟수가 35회였다.

한 번 방문할 때 신청 환자는 5~10명이었다. 최소 인원인 5명으로만 잡아도 1백75명이다. 한 사람당 3천만원 정도 들었다면 수수료로 챙긴 돈이 무려 52억5천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인도 뉴델리로 방문 치료단을 이끌고 가서 수술을 받고 왔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브로커들은 시치미를 뗐다. 전화번호 뒷자리가 ‘8552’인 브로커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몇 년 전에 한 의료 전문 방송의 자문위원을 지낸 적이 있다. 그때 여러 사람이 중국 (장기 이식) 정보를 물어서 카페를 개설했다. 불법인지 알고 있었지만 폐쇄시키는 방법을 몰라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남자의 목소리는 중국 조선족의 말투로 들렸으나 그는 “중국을 몇 번 오갔을 뿐 조선족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카페에 있는 ‘문의 전화’로 전화를 건 후 몇몇 장기 알선 카페는 메인 화면을 바꾸거나 게시판 등에 있는 내용을 지웠다. 하지만 기자는 사전에 카페를 캡쳐해 놓았다.

 

‘돈벌이’ 장기 매매 극성부릴 듯

현행법상 해외 원정 장기 매매 알선이나 장기 이식은 불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장기 기증자를 찾지 못한 환자들이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 이식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단속을 강화한 후부터는 인도행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지방경찰청은 6억원대의 ‘해외 원정 장기 이식’ 알선 브로커 등 9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이나 인도 현지 병원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하는 조건으로 건당 1억5천만원에서 2억원까지 수술 비용을 받고, 현지 장기 밀매 브로커를 통해 장기를 이식했다. 이들은 또 국내에 거주하는 신용불량자 등 생활이 어려운 장기 매도자를 인터넷으로 모집해 1억8천만원을 지급하고,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위조해 장기 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장기 알선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자신의 몸에 이식한 장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출처를 알지 못한다. 몸에서 이상 반응을 일으켜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또 다른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한국인 장기 이식자들이 중국이나 인도 등으로 몰리면서 현지에서는 장기 공급을 위해 애먼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장기를 도둑맞거나 납치된 상태에서 장기를 적출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외 장기 매매 알선 브로커들에게 ‘장기 매매’는 큰돈이 되는 사업이다. 국내나 해외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장기 알선’은 결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장기 이식이 유일한 희망이자 생명줄이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다. 현행법상 기증자와 수혜자가 친인척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이식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서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등에 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이식 대기자는 넘쳐나는 데 반해, 정작 이식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적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리면 마냥 시간만 간다.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기약이 없고, ‘운’을 기대하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렇게 장기 이식 대기자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순번을 기다리며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 2월 말 현재 장기 이식 대기자는 2만3천여 명에 이르지만, 한 해 장기 이식이 이루어지는 숫자는 5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 많은 장기 이식 대기자가 발만 동동 구르다가 목숨을 잃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장기가 절실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장기 브로커’들이다. 장기 브로커들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긴다. 매수자의 목숨을 담보로 매도자와 거래해서 배를 불리고 있다. ‘부르는 게 값이다’라는 말도 있다. 현행법상 장기 매매는 엄연한 불법인데도 성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해외 장기 매매 알선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장기를 팔고 있나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팔고 있을까. 인터넷에는 자신의 장기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네이버 지식검색에 ‘장기 매매…돈’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남자는 “내 여자친구가 이제 19세인데, 2년 전에 부모가 돌아가시면서 사채 빚 1억을 남겼다. 그 대가로 2천만~3천만원을 술집에서 빌렸다. 돈이 필요해서 장기 매매를 생각했다”라며 브로커와 접촉을 원하고 있었다.

해외 알선 장기 매매 카페에도 자신의 장기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장기 매매 희망’ 등의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돈’이었다. 25세의 여성은 자신의 혈액형, 키와 몸무게 등을 자세히 언급하며 “신장, 눈, 간을 이식해드린다”라고 적었다.

올해 33세인 한 남성은 “부모님이 나에게 엄청난 빚을 남기고 잠적했다. 작년 11월에 결혼했는데, 회사에서는 3개월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카드랑 대출 이자를 못 내서 16평짜리 아파트를 압류당했다”라며 신장이나 간의 이식을 희망한다고 했다.

49세인 한 남성은 “사정이 너무 급해서 그렇다. 이해해달라”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겨 놓았다. 기자가 전화했더니 “신장을 매매할 생각이다. 돈은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냥 통용되는 가격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비슷한 이유로 자신의 장기를 팔려고 했다. 질병 유무나 신체 조건 등도 자세히 언급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장기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들은 매도자를 빨리 찾기 위해 자신의 신체 조건, 혈액형, 병력, 이메일, 전화번호 등도 서슴없이 올려놓고 있다. 그만큼 돈이 급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서울의 한 종합병원 화장실에 붙은 장기 매매 알선 스티커와 낙서들. ⓒ 뉴스뱅크 이미지
사람의 장기는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매매되어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장기 밀매 통로는 ‘화장실’이었다. 장기 브로커가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공공 화장실 등에 ‘장기 상담’ 스티커를 붙여놓고 연락이 오면 매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수술은 주로 국내 병원 등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요즘 장기 매매는 세태가 확 바뀌었다. 오프라인 장기 매매는 거의 사라졌다. 기자가 직접 확인하기 위해 2월26~27일 이틀 동안 서울역 등 지하철역 13곳의 역사 화장실, 대형 병원과 고속버스터미널의 화장실 등을 돌아보았다. 또 버스정류장과 전봇대, 상가 등 ‘장기 매매’ 스티커가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뒤졌다. 장기 매매 스티커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간혹 ‘신장 상담’ ‘장기 원함’ 등의 빛바랜 스티커가 있었으나, 해당 번호로 전화해보니 없는 전화이거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혹시 환경미화원이 스티커를 제거한 것은 아닐까?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역무원과 환경미화원 등에게 ‘장기 밀매 스티커를 본적이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옛날에는 많았지만 요즘은 없다. 간혹 비아그라 판매, 성매매 관련 스티커는 있으나 장기 매매·장기 이식 등은 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장기 매매가 자취를 감추었거나 최소한 확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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