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바람 한번 피워봅시다?
  • 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4.04.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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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매디슨, 자극적인 슬로건으로 일본 진출…세계에서 가장 빨리 100만 회원 돌파

2013년 6월24일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상륙했다. ‘인생에서 바람 한번 피워봅시다’라는 자극적인 슬로건에 일본 사회가 술렁였다. 론칭한 이후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는 사실에 일본 사회는 또 한 번 놀랐다.

11월22일 ‘부부의 날’을 맞은 일본 사회를 상대로 애슐리 매디슨은 “일본의 이혼율은 세계 다른 국가에 비해 높지 않지만 불륜은 세계적인 수준이다”고 말하며 재를 뿌렸다. 애슐리 매디슨이 일본에 들어온 지 5개월이 채 안 되는 날이었다. 부부의 날 이틀 전인 11월20일을 기준으로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한 일본인은 63만6624명이었다. 63만명에 도달한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빨랐고, 여성 회원 비율이 40%로 전 세계 평균 30%보다도 훨씬 높았다. 이런 결과에 고무된 노엘 비더먼 애슐리 매디슨 대표는 일본 시장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세계 2위가 될 것이다”는 게 비더만의 바람이었다. 그 바람대로 4월2일 일본 회원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1년도 안 돼 얻은 결과다.

애슐리 매디슨 창립자이자 CEO인 노엘 비더먼. 일본에서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 AP연합
음란전화 서비스 이용 중년 세대가 주도

론칭 초기에는 도덕적·사회적 문제로 사업 자체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법률적으로도 이혼의 원인이나 위자료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세는 그런 의문을 거품으로 만들었다. 회원 가입 과정에서 혼인 여부를 묻지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혼자뿐만 아니라 미혼자도 이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에서 과금 체계는 1크레딧에 25~49엔 정도다. 한 번에 100·500·1000엔 단위로 구입할 수 있는데 구입량이 많을수록 할인이 된다. 100크레딧은 4900엔(5만원)이지만 500크레딧은 1만4900엔(15만원) 정도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도 돈이 드는데, 30분간 메시지를 보내는데 30크레딧(750엔)이 지출된다. 남자 회원은 유료인 데 반해 여자 회원은 무료인 건 만국 공통이다. 현재 일본판 애슐리 매디슨의 남성 회원은 63%, 여성 회원은 37%로 여전히 여성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 비더만은 자신이 일본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일단 일본은 종교적인 배경이 없다. 보수적인 국가지만 많은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본에서는 ‘들키지 않는 한 불륜은 가정을 구한다’는 말이 이해될 수 있는 것 같다.”

비더먼의 말은 일본 사회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실 뒷받침할 만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일본의 한 유명 탤런트는 공개석상에서 “불륜은 문화다”라고 주장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본의 트렌드를 담는 주간지에서는 최근 중년의 성에 관한 특집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60세가 넘어서 하는 연애는 불륜이 아니다’라는 문구도 보인다.

최소한 일본에서는 애슐리 매디슨이 중년의 불륜 플랫폼의 원조는 아니다. 일찍이 유사한 성격의 정보 사이트가 있었지만 원조교제 시장으로 변질된 사례가 있다. 1989년 ‘다이얼Q2’라는 정보 서비스 사업자가 있었다. 통신사인 NTT 측은 다이얼Q2가 당초 뉴스 혹은 전화상담 서비스라고 생각해 허가를 내줬다. 그런데 서비스 행태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성인 남녀 간 음란 대화나 이와 관련한 음성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주 사업이 된 것이다.

이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다이얼Q2는 청소년들의 비행과 매춘의 온상이 되었다. 젊은 사람이 다이얼Q2에 들어가 장시간 전화를 하면서 엄청난 전화비가 청구되는 문제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다이얼Q2 서비스를 이용해본 당시의 청소년들이 이제 중년이 됐다. 사회는 그때보다 더 활짝 열렸고 그들 역시 물질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애슐리 매디슨의 잠재적인 고객이 되고 있다는 게 일본 내부의 분석이다.

“불륜이 부부 관계에 긍정적 영향 준다”

일본 사회가 점점 탈선이라는 본능에 충실해지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콘돔 판매회사인 사가미 공업주식회사의 흥미로운 데이터를 보자. 2013년 1월, 20~60대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1.3%가 특정 혹은 불특정 상대와 불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불륜 상대로는 21.4%가 직장 동료, 12%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이라고 했다. 주간지인 ‘플레이뉴스’는 25~35세 기혼녀를 대상으로 ‘싫지 않은 사람이 저녁 초대를 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저녁 자리에 간다’고 답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술자리에 가는 경우 스킨십의 허용 범위도 물었는데 1위는 키스(23%), 2위는 육체적 접촉(11%), 3위는 성관계(5%)였다. 응답한 기혼녀의 40% 정도가 첫 만남에서 스킨십이 가능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런 세태에는 1990년대 버블 경제가 꺼지면서 시작된 일본 경기 침체의 최대 피해자인 중년 남성들의 무력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자 사회·경제적 현상의 하나로 불륜 관계가 성행했다. 남녀가 도시 한복판에 있는 러브호텔을 드나드는 풍경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온라인 사이트에 한층 쉽게 접근하고 있다. 애슐리 매디슨을 이용하는 일본 회원들의 의식에서도 이런 흐름이 느껴진다. 애슐리 매디슨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불륜을 죄라고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10%에도 못 미쳐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불륜이 부부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회원도 많은 것이 일본의 특징이다. 여성의 84%는 ‘불륜을 통해 남편과의 관계가 양호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답했다.

애슐리 매디슨 측은 일본 진출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반면 일본 내에서는 이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용해본 회원들의 리뷰를 보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도 많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MIXI를 통해서도 불륜이 가능한데 굳이 애슐리 매디슨을 이용하는 것에 어떤 메리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언더 더 레이더’(레이더가 감지할 수 없는 상황) 인간관계에서 기혼자를 타깃으로 삼는 유일한 사이트에 일본인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는 애슐리 매디슨을 두고 “인간의 약점을 먹이로 삼아 돈을 벌고 있다. 포주나 다름없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런 포주는 일본에서 계속 존속할 수 있을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불륜을 서비스하는 그 자체는 일본 형법에서 볼 때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 일본 법조계의 의견이다.

오히려 애슐리 매디슨의 생명줄은 여론에 달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때 불륜 사이트의 원조 역할을 했던 다이얼Q2는 악화된 여론에 부담을 느낀 NTT가 전화 회선의 사용계획서를 엄격하게 체크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결국 원래의 목적과 다른 경우 재계약을 해주지 않겠다는 NTT의 방침에 따라 다이얼Q2는 사업을 접어야 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본에서 애슐리 매디슨의 미래 역시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결국은 사회적 파장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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