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4.10.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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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하락 등 시련…위기 어떻게 극복할지 세계가 주목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이건희 회장 부재에 이어 올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아 험로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0월7일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5조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3분기 이후 약 3년 만이다. 2011년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1조2620억원, 4조2530억원이었다. 이후 2011년 4분기에 영업이익 5조2960억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후 2012년 내내 분기별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세를 이어갔기에 이번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에 안긴 충격은 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이재용 부회장의 첫 성적표로 받아들여진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사실상 ‘이재용 체제’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성적표에서부터 이 부회장은 쓴맛을 봤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8.7%로 3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3분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2011년으로 회귀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3분기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이후 올해 2분기까지 3년 동안 두 자릿수대를 지켜왔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이번 실적은 2013년 3분기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에 비해 무려 59.65%나 감소했다. 2년 전 달성한 분기별 매출 50조원 선도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2012년 3분기 매출 52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50조 시대’를 처음 열었다.

아이폰6와 중국 저가폰 협공으로 ‘샌드위치’

삼성전자는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연이어 전망치를 내렸다. 동양증권과 LIG투자증권 등은 3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스마트폰 사업 부문의 판매 감소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하락과 스마트폰 사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OLED 사업 등의 약세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 “4분기는 TV 사업이 성수기에 진입하고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확대가 기대되지만 IM(IT·모바일) 사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IM 부문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왔다. 지난 2분기에 삼성전자가 낸 영업이익 중에서 IM 부문이 4조4200억원으로 60%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3분기 이익 중에서 IM 부문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실적이 하락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갤럭시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번 잠정 실적 발표에서는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확한 실적은 10월 말 확정 실적 발표 때 나온다.

삼성전자의 저조한 실적은 이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나 삼성SDI와 같은 계열사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들 전자 계열사가 삼성전자의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에서 얻는 삼성전기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10월1일자 보고서에서 “삼성전기 3분기 실적은 영업적자가 537억원으로 기존 추정치인 346억원을 넘어서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갤럭시노트4와 엣지 생산 지연으로 3분기 카메라·기판 부문 실적이 악화된 게 원인”이라고 밝혔다.

9월3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돈주 사장이 삼성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를 선보이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그룹 내부 위기감 팽배

삼성SDI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지난해 수익의 3분의 2가 모바일 제품 배터리에서 나올 정도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증권가에서 삼성SDI의 3·4분기 실적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NH농협증권은 10월22일 “삼성전자 공급업체인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3분기에 이어) 4분기 업황도 낮은 실적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부품업체들은 3분기 실적이 저조할 전망이다.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8100만대로 저조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분기에도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실적은 낮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갤럭시노트4에 대한 기대가 있으나 화면이 커진 아이폰의 영향으로 판매량을 늘리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올해 2~3분기 연속 실적 부진 충격(어닝쇼크)에 빠지면서 증권가는 4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쁜 실적이 어두운 전망을 부추기는 이른바 ‘어닝쇼크’ 효과다. 4분기가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내년 상반기에야 실적 개선이 가능하리라는 관측도 있다. 아이엠투자증권은 10월20일자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의미 있는 개선세를 보이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었던 중국 시장에서의 영업 상황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중국에서 아이폰6의 사전 구매자들 중 4분의 1 이상이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이외의 시장을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그룹의 실적이 가파르게 내려앉으면서 내부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에 실적 개선을 위한 내부 조직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비용 절감을 골자로 한 예산 재편성을 실시하고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던 스탭 부문의 15%인 150여 명을 영업이나 마케팅 등 사업 전면에 배치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IM 소속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500여 명을 소프트웨어센터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등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5개월 가까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연이은 실적 하락에 최근 거세지고 있는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협공까지. 삼성 안팎에서 불어오는 위기의 바람이 거세다. 이것이 이 부회장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핵심 경영진 200여 명을 긴급 소집해 삼성의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해 화제가 됐다. 이후 삼성그룹은 양에서 질로 체질이 개선됐고 글로벌 IT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을 들었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관해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스토리가 없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어떤 위기극복 스토리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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