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파열음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5.06.09 17: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력이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집권당 지도부가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단초입니다. 국회는 5월29일 새벽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잠든 틈에 군사작전을 하듯이 해치웠다고 그날 아침 신문에 일제히 보도됐습니다.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권 행사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위헌 공방이 치열합니다. 국회는 “꼬리인 시행령이 모법인 머리를 흔들고 있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놨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청와대는 “정부 입법 권한 침해로 위헌”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입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에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겁니다. 핵심은 내년 총선 공천권입니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공천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청와대는 여기서 밀리면 내년 총선 때 ‘빈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2008년 총선 때 ‘친박계’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대량 학살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는 이명박 정권 말기라 친박계가 대세를 장악했고, 여세를 몰아 대권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많이 심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할 것입니다. 임기 후반 통치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퇴임 후 ‘보험’ 차원에서 여의도에 호위무사를 가능한 한 많이 주둔시키는 게 필수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새누리당을 통제권에 두고 언제든 고삐를 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사태에서 청와대가 초강수를 두고 있는 데도 그런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입니다.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청와대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하고 있지만 여론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 칼을 빼들 가능성이 큽니다. 변곡점은 내년 총선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대권을 잡기 위해선 새누리당을 ‘김무성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잖으면 친박계 지원 사격을 받는 쪽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겁니다. 이를 피하려면 ‘박근혜 색깔’을 지워야 하고, 그러려면 내년 총선에서 우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박 대통령의 임기도 서서히 후반기에 접어듭니다. 단임 대통령의 속성상 갈수록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공백을 당에서 메우면서 권력의 무게중심이 당 쪽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청와대는 이를 막거나 늦추기 위해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계속 흔들 것입니다. 두 사람은 사이드스텝을 밟으며 때를 기다릴 겁니다. 그러다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총선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