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견제 인물, ‘없음’ 30% 넘어
  • 이규대 기자·신중섭 인턴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7.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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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일방독주 현실 반영…김무성·문재인 여야 각각 1위

정치부 기자 및 정치평론가 100명에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인물을 여야에서 각각 한 명씩 꼽아달라’고 했다. 여야 모두 각각 세 가지 ‘경우의 수’로 대답이 집중됐다. 여권에서는 ‘김무성’(34표), ‘유승민’(31표), 그리고 ‘없음’(30표)였다. 야권에서는 ‘문재인’(37표), ‘없음’(32표), ‘박원순’(23표) 순이었다.

“일단은 여야 대표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당 대표라는 위상 자체가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치부 기자와 정치평론가들의 답변에서 감지해낼 수 있는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최근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논란, 메르스 사태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야 대표의 ‘대항마’로서의 입지가 커졌다는 점도 확인됐다

7월1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5 착한 알바 선포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래도 김무성’ vs ‘만만찮은 유승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권을 쥐기 전 실시된 2013년 8월의 본지 조사에서도 1위 ‘없음’(35표)에 이어 32표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인물로만 보면 압도적 1위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에 이은 3위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인데, 12표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지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무대’(‘김무성 대장’의 약자)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의 당 장악력을 보였다. 결국 지난해 7월 당권을 움켜쥐는 데 성공해 ‘비박’ 지도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후 당·청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꼬리를 내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방문 중 ‘개헌론’을 꺼냈다가 청와대의 비판을 받고 하루 만에 사과한 것,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지명하려다 친박계의 반발에 부닥치자 철회한 것, 최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논란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숙인 것 등을 두고 대표의 ‘견제력’에 대한 의문이 나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에서 김 대표는 1위를 차지했다. 당 대표이자 비박계 핵심 인사인 김 대표의 위상이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서의 가능성 등에 주목하는 응답자들이 이번에도 김 대표를 선택했다. 김 대표를 지목한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당·청 관계 회복이라는 여권의 공동 목표를 위해 고개 숙이고 있지만, 총선 공천 등을 앞두고 청와대와 다시 한 번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미래 권력밖에 없다. 지금 여권의 가장 유력한 미래 권력은 누가 뭐래도 김 대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지닌 ‘대항 권력’으로서의 입지가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013년 조사에서 김 대표는 김문수(12표)·이재오(4표)·정몽준(3표) 등 여권 인사들과 득표 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31표를 얻어 김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원내대표 재직 당시부터 사퇴에 이르기까지 ‘마이웨이’를 외치며 존재감을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국회 연설에서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및 복지 관련 정책 의지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는 평가 속에 나온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 역시 유 전 원내대표가 ‘대항마’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원내대표를 지목한 한 방송 기자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찍어내기’로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도 헌법 1조를 거론하며 대통령을 향해 인상적인 ‘카운터’를 남겼다. 앞으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역시 유승민을 통해서가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문재인·박원순 뜨고 안철수 졌다

야권의 경우 주요 대선 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37표로 1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를 지목한 기자 및 전문가들 역시 제1야당의 당권을 쥐고 있다는 점,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 등에 주목했다. 흥미로운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2013년 조사에서 13표를 얻었던 박 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23표를 얻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야당 인사 가운데는 당 대표인 문재인 대표를 우선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떠올리기 쉬운 것일 뿐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확인됐지만,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중앙정부에 맞서 박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적임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3년 조사에서 37표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안철수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단 한 표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개인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보유했던 ‘대항 권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대폭 상실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을 견제할 인물이 ‘없다’는 대답이 여야에서 각각 30%에 육박하는 등 정치권 전반을 향해 심드렁한 반응이 많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야권의 경우 2013년(17표)에 비해 ‘없음’이라는 대답이 32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야당의 견제 능력에 대한 정치부 기자 및 정치평론가들의 평가가 더욱 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인물이 여야를 불문하고 아예 없다는 응답자도 19명이나 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 ‘배신’ 정치를 말하고, 이에 여당이 즉각 반응해서 허리를 숙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누가 박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겠는가. 야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능력도 힘도 지금의 제1야당은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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