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낮춰줘 명품 업체 배만 불렸다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11.03 17:28
  • 호수 136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방·시계 과세기준 500만→200만원 원위치...값 내리지 않고 소비자만 피해
사진=시사비즈 DB

과세 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올렸던 가방, 시계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가 불과 두 달 만에 원상복구 된다.

세금을 줄여줬는데도 이른바 ‘명품 브랜드’가 판매 가격을 전혀 낮추지 않아 소비를 촉진한다는 정책 취지가 무색해진데다 명품 업체만 배 불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는 가방·시계·가구·사진기·융단 등 5개 품목에 대한 개소세 과세 기준가격을 2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순께 개소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같이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8월27일부터 가방·시계·보석·모피 등의 개소세 부과 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다.

개소세는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사치세’다. 공장출고 가격이나 수입신고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 기준 가격을 초과하는 금액의 20%를 부과한다.

개소세 과세 기준이 200만원이었을 때는 수입신고 가격이 500만원인 명품가방에는 기준선을 초과하는 금액(300만원)에 대해 20%, 즉 60만원의 세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과세 기준이 500만원으로 오르면서 가격이 500만원인 명품가방의 경우 개소세를 아예 내지 않게 됐다.

여기에 개소세에 30%가 붙는 교육세(18만원)와 개소세와 교육세 합계액의 10%인 부가가치세까지 내지 않게 돼 소비자 가격은 최대 85만원 정도 내려갈 유인이 생겼다.

그런데도 일부 명품 업체들이 판매하는 가방, 시계 등의 소비자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히 고가의 수입 가방 브랜드들은 가격을 전혀 내리지 않았다. 최근 샤넬은 일부 핸드백 가격을 6∼7% 올리기도 했다.

임재현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수입 업체들은 소비자 가격을 본사 정책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세제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국가가 가져가야 할 세금이 제조업체나 수입업체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 개소세 과세 기준 환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금 인하 효과가 나타난 보석·귀금속·모피에 대해서는 개소세 과세 기준 500만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 보석업체들이 개소세 인하 이후 판매 가격을 낮춰 예물을 구매하는 신혼부부 등 소비자들이 혜택을 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 두 달여 만에 일부 품목의 과세 기준을 예전으로 되돌리면서 소비 활성화에만 급급해 효과를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세금부터 깎아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개소세를 내려도 수입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가격 인하를 약속한 보석 등 일부 업종 의견을 수렴해 가방, 시계 분야 개소세까지 내려줬다는 것이다.

이번 개소세 환원을 빌미로 명품업체들이 소비자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 정책관은 “개소세가 인하됐는데도 가격이 그대로였으니, 인상되더라도 가격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